독서후기 (2017-33) : 같이 걷기

독서후기 (2017-33) : 같이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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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저자와의 대화라는 점에서, 신앙 서적을 읽는 것은 특별한 유익을 주는 것 같다. 먼저 신앙의 길을 걸어간 선배들, 혹은 동역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상황에 적용해 보고, 또 생각해 보고 이렇게 독서일기를 적는 과정 자체가, 저자와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읽은 몇 권의 신앙 서적을 통해서, 나는 내가 믿는 진리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고, 새롭게 몇 가지를 결단할 수 있게 되었고, 몇몇 가지 아이템은 실 생활에서 실천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내려놓음>, <더 내려놓음> 의 저자 이용규 선교사님의 세 번째 저서이다. 앞의 두 책을 통해 우리의 자아와 의지를 십자가에 못박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그 이후의 삶은 어때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자아를 성령 앞에 내려놓았다면, 그 후에는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친밀한 동행의 삶을 살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같이 걷기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행하는 동행의 삶을 통해 하나님과의 친밀감, 기르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점점 자라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함께 걷는 과정에서 신뢰와 기대감과 친밀감이 자라날 뿐 아니라 이 세 요소가 함께 걷는 사람 간의 관계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이것은 우리가 노력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뢰와 기대감과 친밀감은 반드시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우리가 애쓰고 연마해야 하는 성품이라기보다는 밖에서부터 흘러들어 오는 자극을 통해서 자라나는 것이다.”

첫 번재 챕터에서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하나님과의 동행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종교적인 덕목 중 하나로 이해되기 쉬운 주제이다. 동일한 의미를 한글로 풀어 쓴 <같이 걷기>라는 제목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라는 주제를 좀더 잘 표현해 주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와 하나님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내 삶에는 그와 같은 따뜻한 관계가 있는가? 다른 누구에게 설명할 수 없어도 나만이 알고 있는 하나님과의 따뜻한 관계, 친밀한 관계가 나에게는 있는지, 충분치 않다면 내 신앙이 지향해야 할 바는 어디인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아는 데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첫째가 존재하심을 믿는 단계, 둘째는 예배와 기도와 성경공부를 통해 하나님의 성품을 들어서 아는 단계, 셋째는 하나님을 영과 혼과 육으로 경험하고 생활 속에서 교제하며 깊이 사랑할 뿐 아니라, 그분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며 기뻐하는 단계이다. 하나님께서 지금 내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그분과 교제하며 대화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상태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바로 이러한 친밀한 앎의 관계로 부르신다.

특히 두 번째 챕터에서는, 요즘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인 하나님의 음성 듣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대화는 친밀한 관계의 기반이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이루고 싶다면, 당연히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과 대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기반이 된다. 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나님의 음성을 어떻게 분별해 낼 것인가? 때때로 나는 나만이 아는 방법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가 있다. 내가 간구하는 어떤 소원이나 해결해야 하는 어떤 문제 앞에서 하나님께서 갈 길을 지도해 주신 적도 있고, 혹은 하나님께서 내 안에서 다루기를 원하시는 성품이나 마음가짐, 사고방식 등을 드러내시면서 코치하신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께서 각자만이 알 수 있는 방법을 통해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내 경우에는, 특별한 문제나 주제에 한정해서만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 왔는데, 이 책에서는 하나님께서 좀더 사소한 문제나 일상사까지도 세밀하게 만지시고 터치하시고 말씀해 주시는 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땅히 그 단계까지 나아가겠다고 결심했다. 어쩌면 내가 하나님을 그만큼 친밀하게 여기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분이나, 코치, 선생님의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어서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땅히 가르치시고 코치해 주시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길을 걷고, 함께 모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야겠다.

이 자매가 들었다고 하는 하나님의 말씀은 세계 복음화를 위한 계획이나 조국통일 과업완수를 위한 비책 같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저 엄마가 딸에게 하듯 사소한 이야깃거리들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이다. “, 너의 몸을 건강하게 돌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따뜻한 물로 발도 씻고 일찍 자야 하지 않겠니? 나는 네가 아픈 것이 싫어.”

하나님의 음성을 구분해 낼 수 있는가?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사소한 것들까지도 구분해 낼 수 있다. 이것은 경험해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 같다. 이것이 하나님의 음성이라는 내적인 확신과 평안은, 본인만이 분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전이 되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특별한 문제나 선택지 앞에서뿐 아니라, 사소한 일상사에 관한 음성까지도 듣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하나님의 신령한 은사를 받은 몇 사람들에게만 주시는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신랑 되신 예수께서 다시 오실 날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자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자녀들의 특권이다.

하나님은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번에 걸쳐서라도 말씀해주신다. 따라서 상황을 보고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하나님께 지속적으로 묻고 확실하게 가르쳐달라고 여러 번 구할 필요가 있다. 다만 내 안의 잘못된 동기나 불순종,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데 걸림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이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살펴보아야 한다.

듣는 기도의 목적은 무엇인가? 개인의 유익이나 더 나은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서 하나님의 음성 듣기를 구하는 것은 잘못된 동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듣는 기도의 목적에 대해 이와 같이 말하고 있다. “듣는 기도의 목적은 하나님으로부터 자신에게 가장 좋은 길을 택정받기 위함이 아니다. 듣는 기도의 목적은 하나님과 더욱 친밀해지는 것이다.동기를 온전하게 하나님과의 친밀함에 맞추지 않고는, 하나님의 음성 듣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믿음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믿음을 이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국제예수전도단 베이스에서 진행한 믿음에 대한 강의에서 짐 스타이어는 믿음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적 역동성이라고 설명했는데, 나는 그것이 믿음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카이스트에 입학하고 나서 교회에서 이에 대해 간증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나는 이런 표현을 썼다. “카이스트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적인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신앙의 다이나믹스 (Dynamics) 를 경험할 수 있었다관계적 역동성이라는 단어와 다이나믹스라는 단어는 서로 연관된다. 개인적이 경험에 비추어, 관계적 역동성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략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챕터4에서는, 주님과 같이 걷는 삶에 어떤 은혜가 넘치는지 다루고 있다. 하나님을 누리는 기쁨, 하나님의 긍휼과 죄 씻음의 은혜, 하나님의 지혜, 순종할 때 임하는 하나님의 최선의 인도, 그리고 날로 깊어지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적 우월감의 죄를 다룰 때 자극이 되었다. 신앙 생활을 나름 좀 했다는 사람들 중에는 영적 우월감이 있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가난한 마음, 낮은 마음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저자는 하나님께서 신묘하게 퍼즐 맞추듯이 문제를 풀어 가시고 인도해 가신 경험을 통해, 하나님과 함께 동행할 때 누리게 되는 하나님의 지혜를 나누고 있다. 때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어 일을 하신다. 개인적으로도 그와 같은 경험이 많았다. 하나님의 지혜를 신뢰하고 기꺼이 그분의 이끄심에 몸을 맡겨야겠다.

책을 읽을 때는 잘 와 닿지 않았는데, 후기를 쓰면서 다시 보니 책의 전반적인 주제가 무엇인지 들어왔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이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같이 걷기였을 것이다. 단지 신앙 생활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다. 나와 하나님 사이의 관계는 얼마나 친밀한가? 나는 하나님께서 친밀하기를 원하셨던 만큼 하나님과 친밀함을 바래 왔던가? 그분께 내 마음을 열어 드렸던가? 이 책을 계기로 다시 신앙을 점검하고, 종교적 계율을 실천하는 수준의 믿음이 아닌,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이루어 가는 신앙생활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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