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 정글만리

북리뷰 : 정글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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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소설가의 정글만리 (총3권) 를 재미있게 읽었다. 

읽게 된 동기

4~5년 전에 조정래 장편소설 태백산맥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10권짜리 장편소설이었고, 주제도 무거워서 처음에는 좀 힘들었는데, 읽을수록 가속이 붙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워낙 인정받는 소설가니까 이분의 또 다른 작품을 읽어 보고 싶었다. 한강, 아리랑 등등 대작들이 많지만, 일단 방대한 분량에 또 다시 도전할 엄두가 안났다. 그리고, 태백산맥을 읽을 때 (재미있고 느끼는 바도 많았지만) 시대적 상황을 암울하게 그려냈던 기억이 있어, 한강 / 아리랑 등의 대하소설도 뭔가 우울할 것 같아서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 출판된 작품으로 골랐고, 분량도 3권 정도로 그다지 부담이 없어 도전해 보게 되었다.

내용 소개

중국에서 활동하는 종합상사 직원들의 비즈니스 생활을 그려낸 작품이다. 상사원들의 기업활동을 주된 스토리라인으로 삼고 있지만, 곳곳에서 "현대 중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였... 아니, 대놓고 보였다. 어느 순간 초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발전상, 외형적 발전을 채 따라오지 못한 문화적 수준, 요지경 사람 사는 모습, 관리들의 부정부패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 등장인물은 대략 다음과 같다.

전대광: 주인공. 한국 종합상사의 중국지사 부장으로 근무.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전대광을 중심으로 엮여 있다.

서하원: 맨 첫장에 등장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다가 나름의 사연으로 중국에 개업을 하게 된 성형외과 의사. 전대광의 도움을 받아 정착한다.

송재형 ♡ 리옌링 : 송재형은 전대광의 외조카로서 북경대 역사학과 재학생이다. 리옌링과는 캠퍼스커플. 리옌링도 똑부러지는 우등생으로 나온다.

김현곤 : 철강회사 영업맨. 전대광과 돈독한 비즈니스 파트너. 

도요토미 아라키, 이토 히데오 : 조연급. 일본 철강회사 영업맨. 전대광/김현곤과는 경쟁관계로 나온다.

샹신원 : 세관 주임. 전대광의 뒷배를 봐주는 관공서 실력자.

왕링링 : 중국에 진출한 큰손 여자 부동산개발 사업가.

느낌

추리 소설에서 볼 법한 박진감 넘치는 기승전결은 없었다. 그 대신 사실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많았다. 태백산맥에서도 그랬듯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니, 필요를 만들어서) 역사책인지 소설책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얼마나 사실적인지,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고 있는데 레퍼런스까지 달아 놓았다. 등장 인물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은 스토리 라인을 이어가는 역할도 하지만, 좀더 본질적으로는 작가가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어떤 설명을 위해 짜여진 설정일 뿐이다. 책의 진짜 알맹이는 스토리 사이사이 내막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주어지는 중국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자아, 들어봐... (중략) ... 덩샤오핑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성공시키기 위해 일본한테 두 가지를 원했어. 첫째, 한국과 같이 철강 공장을 지어달라고 했고, 둘째는 자동차 공장을 지어달라는 것이었지. 그런데 우리 일본은 두 가지 다 거절했어. (중략) 중국은 싼 인건비를 팔아먹는 그 한심스러운 짓으로부터 경제발전을 시작했어. 그런데 그 경제가 매해 10퍼센트 이상씩 성장하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었어." -- 제1권, 4장 "정글법칙, 약육강식" 일본 상사원들과의 대화 中

그렇게 자세한 설명이 여기저기 나온다. 메인 스토리 라인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도 있다. 그런 설명들을 통해서, 중국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던 더럽고 미개한 후진국의 이미지들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중국의 경제적 발전상, 정치 체제의 특색, 중국이 겪어온 현대사, 이웃 나라와의 관계, 이웃 나라에 대한 오만한 태도, 그리고 호감과 우월감이 믹스된 한국에 대한 감정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볼 수 있었다. 

최근 급격하게 부상한 중국을 보면서, 그리고 그들의 비민주적인 정치체제와 극에 달한 빈부격차 등을 보면서, "그래 봤자 중국이지.", 또는 "저런 비민주적인 체제는 절대로 오래갈 수가 없어." 등으로 그들의 부상을 애써 무시하거나 폄하했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중국 사회에 내재된 부조리는 급격한 경제성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며 그마저도 점차적으로 해결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함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중국인민들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중국공산당의 성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중국공산당 체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외신 기자들과 북경대 대학생들과의 공개 인터뷰 장면에서는, 서구 사람들이 중국을 얼마나 깔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시각에 대해 중국 대학생들이 가지는 반감, 그리고 다소 안하무인적인 중국 사람들의 태도 등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 좀 당황스러웠다. (2권 중 '대학생들의 배짱')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돈 좀 벌어 보겠다고 대도시로 나와 일하다가 불행을 당하는, 그러고도 구제받지 못하는 농민공 가족의 일화는 읽기 불편할 만큼 우울했다. 

설명이 아주 많지만, 그렇다고 따분하고 지루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스토리도 재미있고 적당히 긴장감도 있고, 다음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다. 태백산맥이 그러했던 것처럼, 흡입력은 굉장히 좋았다. 

옥의 티.

연애 장면 묘사는,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나름 훈훈하고 아름답긴 했는데, 신세대인 내가 보기에는.... 현대 소설 20대 대학생들의 연애 장면이라고 하기가 참 민망할 만큼 촌스럽다고 해야 할까. 어떤 장면이 그렇냐고? 직접 읽어 보시길... 손가락이 너무 부끄러워서 옮겨 적지를 못하겠다. 내가 등장인물이 아닌데도, 자다가 이불킥할뻔. 작가께서 이미 연세 지긋하신 할배라는 점을 다시한번 깊이 깨닫게 되었다. ^^ 그래도 훈훈했다. 

태백산맥에서도 읽을 때 조금 불편했는데, 성적인 묘사가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도 받았다. 꼭 그렇게 19금 장면을 넣어야만 했을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은데, 일부러 그런 장면을 넣은 것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중국 부자들의 얼나이 문화, 기업인들의 뒷배를 봐주는 꽌시 문화 등등에 대한 묘사가 정확하지 않다는 어떤 신문의 지적도 있었다. 중국이 그렇게 부패한 사회인지? 이 책에 대한 언론의 다양한 평가 중 몇몇 가지를 링크로 달아 보았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다. 

총평

중국에 가지 않고도 책 세 권으로 중국여행을 한 느낌이었다. 이 책이 중국을 다 설명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중국에 대해 한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소득은 충분한 것 같다.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수 년간 년 중국을 열 번이 넘게 오가며 수십 권의 취재 노트를 남겼다고 하니, 책 하나를 내기 위해 기울인 열과 성이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여러 비평도 있지만 이 책에서 묘사한 중국의 모습이 그냥 상상 속에서 지어진 허구, 또는 작가의 뇌피셜에 불과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레퍼런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8442

 

소설 <정글만리>는 위험한 중국 소개서

[주장] 조정래의 민족주의와 '개발 향수' 진해...전문가들의 호평 못 받아

www.ohmynews.com

http://www.brainmedia.co.kr/brainWorldMedia/ContentView.aspx?contIdx=12515

 

[칼럼] 정글만리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 조정래 씨의 신작 <정글만리>를 주말을 이용하여 독파했다. 권당 대략 400페이지씩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 특유의 흡입력으로 전혀 지루함을 느낄 짬이 없었다.

www.brainmedia.co.kr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11&aid=0002444908

 

[서경이 만난 사람] '정글만리' 작가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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