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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대학원 이야기

대학원 진학을 고민한다면 (2)

by 데이빗_ 2020.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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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 (2020/12/05 - 대학원을 가야 할까요?) 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회사 생활이나 경제적인 성취에 도움이 될지 등에 대해 짧은 소견을 써 보았다. 짧게는 2년, 길게는 6~8년에 해당하는 학위기간 동안 직장인으로서의 소득을 받지 못한다는 기회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리고 박사학위를 선호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야망을 가지고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다면 학위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꿈을 실제로 성취할 것인지 여부는 누가 알겠는가마는, 조금 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충분히 생각해 볼 만 한 선택지인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학위과정을 밟는 것이 "실리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치자. 모든 사람이 학위 과정을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학위 과정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는지, 어떤 삶을 예상하고 학위과정에 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종류의 사람이 학위 과정에 적합한지 등에 대해서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 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글은 공과대학 전일제 일반대학원 (전일제로 랩 생활을 하는 경우) 를 경험한 사람으로서의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연구실은 또 다른 직장

공대 연구실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연구용역이다. 기업이나 국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그것으로 실험 기자재도 사고 학생들 인건비도 지급한다. 그렇게 실험을 해서 논문을 쓰고 특허도 내고 학회에서 발표도 한다. 그렇게 해서 연구 결과를 널리 알리면 그것이 또 다른 연구과제 수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선순환이 잘 돌아야 한다. 과제가 많은 연구실은 인건비도 좀더 풍족하고, 실험기자재도 좋은 걸 쓸 수 있다. 회식도 좋은 곳에서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연구실은 인건비도 적고, 없는 실험기자재로 힘들게 실험을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연구실은,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와 비슷하다. 

대학원생들은 아침에 출근을 하고, 저녁에 퇴근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근도 하고, 밤도 새운다. 적게나마 돈도 나온다. 연구실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개개인이 업무를 하고, 보고서를 쓰고, 미팅을 한다. 선배들의 지시를 받아 큰 프로젝트의 일부를 수행하기도 한다. 그것이 개인의 학위 주제와 연결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연구이기 이전에, 연구실이라는 회사 업무의 일부이다. 대기업과 대학원을 모두 경험해 본 입장에서, 회사의 복지나 페이, 근무 환경, 업무의 체계는 대학원 연구실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다.  

기대와는 약간 괴리가 있을 수도

며칠 전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커피 끓이고 청소하고 신발 정리하는 것들이었다. 영화니까 다소간의 연출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든 대학원이든,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특히 석사과정 신입생 때는 더더욱 그렇다. 연구실에 출근하면, 선배들이 시키는 일, 실험장비 유지보수, 공동실험실 청소, 물품구매 업무 등, "리서치"와는 본질적으로 거리가 있는 일들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엄청나게 많은 구성원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회사 내 복지도 잘 되어 있고, 노동조합이나 익명게시판 등을 통해서 여론도 형성이 된다. 연구실은 그런 환경과는 다소간의 거리가 있다. 지도교수가 소속 대학원생의 학위 수여 여부를 결정할 절대적인 권한이 있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교수님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지도교수가 고참 박사과정 학생들을 통해서 연구실을 운영하는 스타일이라면, 선배들에게 어떻게 평가되느냐가 연구실 생활의 질을 좌우한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불합리한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 썼던 포스팅에서 휴가 신청했다고 개념없는 녀석 취급을 받았던 에피소드 같이. (2020/12/02 - [직딩일기] 후배 사원의 말을 끊는 착한 리더) 술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음료수에 온갖 잡탕을 다 넣어서 주는 장난꾸러기 선배님도 계셨다. 맛은 없었다 ㅜㅜ 희한한 것이, 지도교수님은 더없이 젠틀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들어 주시는 친절한 분이셨는데, 연구실의 분위기는 어쩌면 그렇게 위계질서가 엄격했는지 모르겠다.

협업과 인간관계가 특히 중요

사람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면 다 그렇지만, 인간관계도 연구실 생활의 질을 좌우한다. 기본적으로 협업 마인드가 있어서, 사람들과 같이 일하기를 좋아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집단에 기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연구실 생활이 즐거울 것이다. 다소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스케줄을 자기가 직접 통제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힘들 수도 있다. 어쨌든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럭저럭 굴러가는게 회사이듯이, 연구실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연구실이 다 공동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스케일이 큰 실험들을 많이 하는 곳에서는, 저년차의 일정과 업무는 고년차에 의해 좌우된다. 반면에, 컴퓨터를 사용한 연구를 주로 하는 곳에서는 그렇게 집단주의적인 분위기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들이 다 지도교수께서 랩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좌우되는 요소이다. 

기본적으로 회사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돌아가지만, 자기만의 연구주제를 찾아야 그것으로 논문도 쓰고 졸업도 할 것이다. 연구실에서 맡는 JOB 을 어떻게 자기만의 독창적인 주제로 연결시킬 것인지는 개인의 능력이자 선배와의 호흡, 그리고 지도교수의 지도방향에 달려 있다. 연구실의 큰 프로젝트, 그 속에서 작은 업무들을 수행해 나가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자기만의 연구 주제를 도출해 내는 방식이다. 석사학위 2년동안 연구 주제를 찾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능력과 운이 좋으면 한 학기도 되지 않아 자기 연구주제를 도출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1년 반이 지나서야 연구 주제를 찾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지도선배와의 호흡은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업무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연구에 있어서도 좋은 조언자 역할을 한다. 지도선배와 얼마나 합을 잘 맞추느냐 하는 것은, 인간관계 뿐 아니라 연구의 품질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연구라는 단어에 막연한 로망이 있거나, 혹은 "혼자" 실험실에 들어앉아서 깊이 생각하고 몰두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지만, 연구는 함께 하는 것이다.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면서, 그리고 동료의 신랄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소리를 수도 없이 들으면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내 생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지.

 

이어지는 글에서 계속 : 2020/12/09 - 대학원 진학을 고민한다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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