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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반도체 이야기

메모리 반도체 회사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까?

by 데이빗_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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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까?

 

 

들어가며

 

몇 일 전에,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SOXX 라는 ETF 에 대해서 잠깐 살펴본 적이 있었다. 10년 사이 다섯 배 가까이 올랐고, 최근 들어서는 약간 조정을 받고는 있지만 그래도 상승률이 꽤 높은 편이다. 유동성이 많기도 했었고, 나스닥 시장 자체가 전체적으로 큰 상승을 보이기는 했지만, 반도체 업종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꽤 큰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도 작년은 재작년 대비 업황이 좋았고, 올해는 슈퍼사이클이라 해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많이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야후 파이낸스에서 SOXX 검색하기 : 반도체 섹터 ETF

야후 파이낸스에서 미국 ETF 검색해 보기 미국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서, 미국시장에 상장된 주식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써치를 해 보았다. 최근 읽은 몇몇 책들을 통해서 미국 시장에는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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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회사의 전망에 대한 (비전문가의) 불안감?

 

반도체는 앞으로 계속 갈까? 특히, 디램과 낸드플래시 점유율 기준 세계 1,2위를 다투는 삼성과 하이닉스는 앞으로도 1,2등일까? 셀 사이즈가 점점 작아지면서 물리적 한계에 접근하고 있는데, 선두 업체들이 한계선에서 돌파구를 못 찾을 때 뒤따라오는 업체들이 쫓아오면 어떻게 될까? 엄청나게 많은 자본투하가 필요한 산업인데, 실제로 이득을 보기는 하는 것일까? 등등 여러 의문들이 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반도체 회사에 다니면서도 선뜻 반도체주에 투자하지를 못했다. 전통적인 의미의 가치투자자들은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을 마치 교리처럼 믿었기도 했고, 팹건설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장비투자도 엄청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다가, 기술개발도 점점 어려워져서 안정적으로 화수분처럼 돈을 계속 뽑아낼 수 있는 산업인가에 대해 약간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국가 주도로 메모리를 자급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그러고 있지 않나.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메모리개발 업무를 몇 년 하다 보니, 이 바닥은 근본적으로 신생 업체들이 기성 업체를 위협할 수 있는 구조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적어도 향후 5~10년 동안에는,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위협할 만한 신생 업체가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희망이 섞인 예측이니 너무 신뢰하지 마시길)

 

 

짧지 않은 개발 기간

 

한 세대의 메모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 년 동안의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그것도, "수십 년의 업력에서 비롯된 노하우가 축적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메이저 자동차 업체의 경우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자동차 한 대가 생산되는데 20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기사가 있다. 최첨단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는 몇 시간이 걸릴까? 반도체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수백 개의 단위공정을 거쳐야 하는 제품이다 보니 원자재를 투입해서 한 번의 테스트 시제품이 단 몇 일 만에 절대 나올 수가 없다. 즉, 시제품을 분석해서 다시 생산에 피드백 하는 Lesson - Learn 싸이클이 기본적으로 긴 제품이라는 것이다. 신생 업체가 용 쓰는 기술이 있어서 메이저 업체가 수년 걸릴 것을 갑자기 절반에 만들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절대 되지를 않는다. 

 

그 기간 동안 감당해야 할 엄청난 비용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쳐서 제품을 만들고, 그 이후에도 수백 단계를 걸쳐서 양품과 불량품을 평가해야 한다. 불량의 원인이 초기공정에 있으면, 이미 그 공정을 거친 제품들은 사용할 수가 없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매몰된다. 엄청난 비용이라는 것은, 장비 가격에서 오는 감가상각, 팹을 돌리는 데 드는 운영비, 인건비, 원자재 비용 등을 의미한다. 테스트 제품이 실패할 때마다 엄청난 비용매몰이 오게 되는데, 이런것들이 모두 연구개발 비용에 포함되는 것이다. 결국 수 년 동안 수조 원을 쏟아 부을 만큼 엄청난 총알을 비축하지 않으면 절대 이겨낼 수 없는 싸움이다. 

 

막대한 자본투하가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엄격한 품질기준

 

메모리 반도체는 제품의 평가 기준이 아주 엄격하다. 수십억 개의 셀들 중에서 단 몇 개만 불량이 있어도 제품으로 팔 수가 없다. 아주 엄격한 공정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품 규격에서 1나노미터 (즉, 100만분의 1밀리미터) 의 오차만 있어도 불량으로 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수백 개에 이르는 개별 단위 공정이 모두 다 그런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100개 공정 중에 99개가 스펙을 만족해도 1개 공정에서 만족을 못 하면, 그것 때문에 제품이 불량이 난다. 엄청난 재력으로 수 년간 수십 조의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더라도, 쌓여 있는 노하우와 기술이 없으면 극복하지 못하는 기술적 장벽이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품질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더이상 줄이지 못한다면??

 

디램이나 낸드의 패턴 축소 가능성이 물리적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혹시 그렇게 되면 1,2등 업체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사이에 후발 주자가 1,2,등이 멈춰있는 곳까지 달려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한 15년 후에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달려올 때까지 낮은 가격경쟁력으로 인한 엄청난 출혈을 감당할 만큼 엄청난 총알을 가지고 있다면. 삼성 하이닉스가 한 발짝 나가기 위해서 1년을 썼다면, 후발주자들은 그 한 발짝을 나가기 위해서 3년, 5년을 써야 한다. 그 3년, 5년 동안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갈아 넣어야 한다. 그것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더구나 삼성과 하이닉스는 노는 게 아니다. 나를 비롯해서 억대연봉을 받는 지니어스들이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낼 것이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것임은 분명하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지만, 이미 새로운 패스파인딩을 전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것도, 해오던 업체가 절대우위에 있다.

 

Pathfinding

 

돈만 쏟아 붓는다고 다 되는게 아니다.

 

최첨단 산업이라고 하지만, 반도체는 다분히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그리고 집단지성에 의해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는 산업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시간 데이터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 더 많은 업력을 가진 탁월한 엔지니어들과, 숙련된 라인 작업자들이 투입되어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구조이다. "헌신된" 엔지니어들이 투입되어야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헌신"에만 의존할 수는 없으니 "탁월한 보상"을 통해서 인재를 모집하고 유지해 주어야 하는 산업이다. 중국에서 디램을 대량 생산한다고 하면, 엄청난 돈 뿐 아니라, 엄청"엄청나게 숙련된 인재들"을 대거 확충해야만 그나마 15년 안에 메모리 비슷한 것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무슨, 국내 대기업의 다섯 배 연봉을 주고 데려간다는 말이 있는데, 탑 엔지니어들이 다섯 배 연봉에 만족하고 갈지도 의문이고, 탑 엔지니어 몇 명을 데려간다고 해서 스타 플레이어들이 슈퍼맨처럼 개발을 척척 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업계가 아닌 것이다. 

 

반도체는 집단지성이 필요한 산업이다.

 

앞으로도 메모리가 계속 쓰일까?

 

시대가 바뀌면서, 제품의 수요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마차를 만들던 회사는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이듯. 앞으로도 메모리 반도체는 필수재일까? 물론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이제 대체할 수 없는 원자재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더 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전송된다. 그것들을 담을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고, 앞으로는 더욱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쓴다. 휴대폰을 쓴다.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다. 머지않아 아마존강 유역의 오지에서도 갤럭시를 사용할 것이고, 삼성 하이닉스의 메모리가 탑재된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것이다. 

 

데이터의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공급자우위의 메모리 시장

 

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를 인수하면서, 이제 삼성 / 하이닉스는 디램과 낸드 모두 세계 1,2위의 시장점유율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되면 이 두 회사는 (마이크론도 끼워줄께)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구조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이 26퍼센트 수준으로 인텔보다 밀린다는 보도도 있지만 인텔은 메모리는 GG 쳤으니 패스하자. 지난해 한국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6퍼센트에 불과했다. 그것도 역대 최대치였다. 제조회사의 영업이익률이 저 정도라는 것은, 공급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자본투자를 얼마나 하느냐, 공급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메모리 제조사의 지위는 앞으로 적어도 수 년간은 확고히 유지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

 

개인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향후 전성기를 맞게 될 것 같다.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경쟁자도 없고, 수요도 늘고. 고려해야 될 사항은 주가의 밸류에이션만 남은 것 같다. 메모리 회사의 향후 이익은 회사가 공급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그리고 단기적인 경기 호/불황에 따른 수요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꾸준히 상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고평가로 매입하면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지는 모른다. 그래도 회사의 이익이 상승하게 됨에 따라 언젠가는 적정주가가 매입가에 근접하는 날이 올 것이고, 그 때가되면 실적이 다시 주가를 받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은 시점의 문제이지, 두 회사가 처해 있는 상황은 밝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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