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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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만 갇혀 있던 인문학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이 인문학을 불러 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번 포스팅, <부의 인문학> 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고리타분하기만 느껴지던 인문고전을 재해석해서, 실생활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을 이끌어낸 책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도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제목엔 철학이라고 되어 있지만, 철학을 벗어나 경제학이나 심리학 등의 사회과학 분야도 포함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읽혀 온 유명한 학자들의 이론을 나름대로 쉽게 풀어내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깨달음을 도출해 내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목차를 시간순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매우 강조합니다. 일반적인 철학 입문서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부터 시간순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은데, 고대철학은 철학사적으로는 중요한 의미가 있을겠지만 너무 따분하고 실생활에 접목할 포인트도 별로 없다는 것이죠. 대신 현실의 필요에 맞추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50가지의  주제를 선정해서 철학에 완전히 무지한 사람들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 주제의 말미에는 저자가 느낀 깨달음이나 적용 포인트도  제시하고 있어요.

 

50가지의 주제는 다시, 사람/조직/사회/사고 라는 네 가지 주제로 크게 묶어져 있어서, 필요하거나 관심 있는 토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순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각 챕터들의 내용이 이전 챕터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되어 있어서, 꼭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읽는 곳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처음 접하는 철학적인 개념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첫 챕터에서 소개하고 있는 니체의 "르상티망"이라는 개념이 인상깊었는데, 아마도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철학적 개념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약자가 강자에 대해서 가지는 시기심, 질투,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와 르상티망을 접목한 지점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가진 자에 대한 선망과 동경은 원초적인 본능이기 때문에 명품브랜드가 잘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르상티망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이 취하는 또 다른 해법은,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 기준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급차 탈 필요 없어, 차가 굴러가기만 하면 되지" 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고급차가 부럽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기독교의 성서의 콘텐츠도, 종래의 가치기준을 부정하는 것으로 르상티망을 해소하고자 하는 시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 점이 독특했습니다. 이것이 니체의 견해였다고 하는데, 다소 불경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디어는 신선했다고 평가합니다.

 

 

성과창출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않다는 내용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한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인간의 동기라는 것이, 노력→대가 의 단순한 인과관계로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최근 여러 회사에서도 행복론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물질적 보상이 행복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더군요. 이것이 최근 벌어진 성과급 사태와 맞물려서 다르게 오해되고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사회에서 벌어지는 악행은, 싸이코 악마에 의해 자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개개인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것도 기억에 남네요. 아돌프 아이히만은 유태인 학살을 주도한 범인으로 처벌되었지만, 그는 행정적으로 자기 일을 충실히 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는군요. 권위 앞에서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스스로 합리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연구한 밀그램 실험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과 자제심을 자각시켜 주는 자극제가 있다면, 불의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비율이 많아졌다는 것이죠. 그러한 점에서, 옳지 않은 일 앞에서 "이건 아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이 놀라웠습니다. 

 

 

주제가 "철학"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인문 교양이라고 할수 있겠네요. 장과 장이 논리적 순서에 의해 연결된 것이 아니어서, 목차를 보고 원하는 주제를 골라서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일본 작가들이 쓴 책이 흔히 그렇듯이, 매우 쉬운 문체로 아주 실용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 출퇴근길에, 화장실에서 틈틈이 읽다 보면 금방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공대 나온 연구자로서, 인문학적 지식이 얕다는 것에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체계적이고 깊이있는 철학적 개념이 잡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꽤 넓은 범위에서 유용한 인문학/철학적 개념이 무엇인지 접하고, 그걸 실생활에 응용하는 방법론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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