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판 권선징악 : 착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 : 협업에 관한 고민

직장판 권선징악 : 착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 : 협업에 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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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 :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권선징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뜻이지요.  아이들 동화책을 보면 항상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 배우는 게 맞는 것이겠죠. ^^

 

어른이 되어가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동화책 처럼 권선징악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때로는 악이 득세하는 것 같기도 하고, 착한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죠. 어쨌든 보편적인 도덕성과 법에 의해서 그래도 상식 선에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딱히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착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착한 사람은 착하기 때문에 벌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회사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지요. 까칠한 사람도 있고, 좀 부드러운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 성격도 다르고 말하는 스타일도 다른데...

 

문제는, 공동으로 일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 일을 다 떠맡는 겨우가 많다는 겁니다. 협업 부서와 미팅을 할 때도, 까칠한 상대에게는 액션 아이템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죠. 왠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요. 반면에, 착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 사람을 향해서는, 서슴없이 숙제와 업무요청이 가는 현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매사에 (또는 보통) "꼭 이 일을 해야 하나요? 이게 맞는 방향인가요? 이런저런 데이터는 보시고 시키는 건가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좀 밥맛 없기는 해도) 숙제를 많이 떠안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반면 "네, 저희 팀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또는, "네, 알아보겠습니다" 를 연발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시킬 일도 그 사람에게 가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습니다. 일을 요청하는 쪽에서도, 논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말이죠.

 

협업 팀과의 공동작업이 아니라 팀내에서 수직적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보스 입장에서도 말 잘 듣는 사람에게 일을 더 주지, 까칠하게 대들고(?) 시시비비를가려서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일 시키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착한 사람들이 일을 떠맡게 되죠. 원래 그 사람의 업무이든 아니든..

 

올바른 협업 마인드란 무엇일까

 

예전에는 저도 "착한"축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반박하거나 논쟁하려 하지 않고 묵묵히 시키는 일을 다 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살펴 보니, 업무의 로드와 책임이 균일하게 분산되어 있지 않고, 어찌된 일인지 우리 조직에만 과도한 업무와 책임이 쏠려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개별 엔지니어로서 일할 때는 저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조직의 업무 로드가 과중해지면 팀의 효율도 떨어지고 주니어들에게도 과도한 업무 부담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런 불합리는 점차적으로 줄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업무 배분에 있어서 깐깐하게 따지는 것은 협업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고, 내가 져야 할 짐 뿐 아니라 상대의 부담도 일부 같이 져 주는 것이 올바른 협업의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프로젝트를 조율하고 리딩하는 조직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한다고 일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무슨 공로가 돌아오거나 칭찬을 듣는 것도 아니다 보니, 회의라고 해야 하나요... 현타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많은 생각이 들게 되더라구요.

 

 

양보와 논쟁 사이

 

아직도 팀내 동료들과는 약간의 이견이 있습니다. 다들 착한 사람들이다 보니, 맡을 일이 아니어도 "프로젝트를 위해서" 맡아 주는 거죠. 논리적으로 부당한 요구사항이나 질문사항도 "다 잘 하자고 그러는 거겠죠" 라고 하면서 받아 주고.... 사람이 착해서일 수도 있고, 또는 책임감이 강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논쟁하기 싫어서" 라는 속마음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았습니다.

 

협업에서 양보는 미덕이지만, 합리적 논쟁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팀워크를 위해서 분위기 해치기 싫으니까 논쟁을 피하는 스탠스가 정말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밀감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없지는 않으나, 일은 친밀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역할"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죠. 어떤 경우에도 싸우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는 사람은,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논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당하는 게 세상 이치인 것 같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더 성숙해야 할것 같아요

 

많은 넋두리가 있었네요. 아직도 해답을 명확하게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연차가 좀더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논쟁할 때"와 "받아줄 때"를 구분하는 지혜가 생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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