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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독서노트

독서후기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by 데이빗_ 2016.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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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 그럴 것이다. 자기계발의 압박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내 경우는, 집필, 독서, 성경 읽기, 일기 쓰기, 업무, 공부 등등,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시간은 없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치밀하게 계획된 시간 하에, 10분 단위로 할 일을 처리하려고 애쓴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는 말한다. “제발 잠 좀 충분히 자라”고. 잠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서, 조금이라도 일을 더 처리해야 할 판국에, 잠을 자라니.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인가?

그런데, 사람의 의지력이라는 게 무한한 자원은 아닌 모양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았는데, 겨울이 되니까 갑자기 의욕이 뚝 떨어졌다.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힘들었다. 일조량이 적어서 그런지,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게으름을 피운 지 벌써 한 달째 되어 간다. 불가사의한 노릇이다. 독서에 대한 열정, 글쓰기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기계발에 대한 열정이 불같이 타오를 때가 있었는데. 평생 책만 읽어도 행복하겠다 싶을 정도로 독서를 좋아했는데, 슬럼프라면 슬럼프고, 어쩌면 “초신자의 뜨거움이”한 번 사그라들고, 건조한 일상을 의지력으로, 그야말로 의지력으로 버텨 내야 하는 단계인지도 모른다. 마치,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으며 코스를 출발하지만, 결국은 혼자서, 고독하게, 체력의 고갈과 싸우면서 달려야 하는 마라톤처럼. 이제 출발선을 지났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처음의 열정이 사그라들고 잠시 게으름의 유혹과 싸우려는 찰나에 읽게 되었다. 어쩌면 내 게으름을 정당화해 줄 근거를 찾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이라니. 보다 많은 일을 더 빠르게 해 내야 하는 세상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저자의 메시지는 참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고삐를 죄고 달려가기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 물론 이미, 고삐를 죄고 달려가는 것은 의지력이라는 유한한 자원을 갉아먹으며 가는 것이므로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막 깨닫고 있던 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단순히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고 좀더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성취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의지력은 유한한 자원이다. 무한히 샘솟는 것이 아니다. 지치기 전에 쉬는 기술을 터득해야겠다. 소위 “엥꼬”나기 전에, 미리미리 채워 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 늦잠 자는 것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었다. 요즘같은 속도 중독 사회에서 “악덕”으로 취급되는 게으름은, 오히려 미덕인 것이다.

마태복음에는 신랑을 기다리는 열 처녀의 비유가 나온다. 슬기로운 다섯 처녀는 기름을 함께 가졌고 어리석은 나머지 다섯 처녀는 등은 가졌으나 기름을 가지지 않았다. 누구나 등을 켤 수는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열정과 착한 행실일 것이다. 그러나 기름, 즉 그것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등불은 일시적으로 밝을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꺼지게 되어 있다. 행위가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성실한 신앙과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씀이다.

신앙생활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누구나 등불을 켤 수 있듯, 누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열심히 책 읽고 글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 에너지가 충분히 비축되어 있지 않으면, 기름이 예비되지 않은 등불처럼, 결국 지속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충분히 쉬고, 충분히 자고, 충분히 먹고, 충분히 즐거움을 누리고, 충분히 멍 때리면서,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아야겠다.

<기억에 남는 구절들>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시달리느니, 그 돈으로 넉 주 동안 솜씨 좋은 요리사와 집사를 고용해 집에서도 얼마든지 휴식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하필이면 우리는 휴가 때 어떤 특별한 체험을 기대한다. 쉽게 맛보기 어려운 짜릿함이랄지, 흠 잡을 데 하나 없는 완벽한 여행,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음악 감상, 가족과의 평화로운 주말 등을 꿈꾸는 통에 세 번째 오해가 빚어진다. 이런 요구들은 본래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휴식 시간을 곧장 기대감의 압박 아래로 밀어 넣는 것이다

- 어떤 특별한 체험을 해야 제대로 휴식을 즐기고 힐링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런 생각은 함정이다. 그런 생각이 결국 휴식을 휴식답게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중노동이 되게 만드는 것 아닐까? 그저 집에서 햇살을 쬐며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휴식이다. 하.. 사실은, 주말에 아무 것도 안 하고 집에 있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고, 아까운 주말을 날려 버리는 것 같은 느낌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그저 가만히,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도 주말을 알차고 가치 있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다수 사회학자들은 보다 많은 선택지가 실제로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날이 갈수록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회 심리학자들이 확인했듯, 그 반대가 진실이었던 것이다. “덜 누리는 것이 더욱 많은 기쁨을 준다.” (중략) 수입의 증가와 더불어 갖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사람들은 시간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다.

-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데도, 더 많이 쪼들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다. 결국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보다는 욕구를 줄이는 것이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플로리다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우리의 의지력이라는 게 일종의 ‘힘 저장고’와 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의지에 따른 행동을 하는 동안 우리는 그 저장고에 담긴 힘을 끌어다 쓰는 것이다. 물론 이 저장고가 바닥이 나면 우리의 의지도 무너진다. 그러니까 의지를 필요로 하면 할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힘은 쉽게 고갈되는 탓에 당장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 고갈되기 전에 충전하자. 의지력은 힘 저장고 같은 것이다. 등불만큼 중요한 것은 기름이다. 아, 오늘도 밥 먹자마자 설거지를 하려니 엄두가 안 났지만, 한숨 자고 나니 또 다시 설거지와 청소를 할 힘이 생겼다. 역시, 자주자주 충분한 휴식을 취해 주는 게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몽테뉴의 경우 하인에게 한밤중에 깨우도록 지시할 정도였다. 잠에 취한 느낌과 다시 잠에 빠지는 즐거움을 한 번 더 즐기고 싶었다나! 잠자는 것에서 안타까운 유일한 점은 잠자는 동안 느끼는 기쁨을 유감스럽게도 의식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몽테뉴는 힘주어 말했다. (중략)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시편 127편의 말씀이다. 이런 명확한 가르침이야말로 당시 못지않게 오늘날에도 가슴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 한밤중에 깼는데 새벽 한 시밖에 안 됐을 때, 그 기분 좋은 느낌은 아마 알만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더 잘 수 있다는 기쁨이란.! 나도 그래서 새벽 한 시쯤 알람을 맞추고 자면 어떨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살짝 해 봤음.
어쨌든, 할 일 목록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자기 어렵다. 잠을 충분히 자려면, 더 많은 성취를 더 빨리 이루고 싶어하는 욕심을 제어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확인된 사실은 편안히 쉴 때 우리 몸은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활발히 활동한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시간이지만, 우리 몸은 회복과 재생 과정에 몰두하며, 동시에 기억력과 자신감, 창의력을 키우는 작용을 한다. (중략) 공회전에서는 정확히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징거의 표현대로 두뇌는 자신 안에서 산책을 즐기는 것이다. 이때 두뇌는 그 안을 깔끔하게 정리할 뿐만 아니라, 신경세포 사이의 신선한 결합을 이루기도 하고, 저장해둔 정보들 사이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생각이 저절로 샘솟는 듯하며, 운이 좋다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영감이 번뜩이는 것이다.

편안히 쉬는 중에도 뇌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김치를 담가 놓고 가만히 두면 스스로 발효하듯이, 아무 것도 안 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정보 사이에 새로운 연결이 생기기도 하고 두뇌가 정리되기도 한다. 충분히 쉬고, 충분히 자야겠다.

​​“일정표에 마음에 드는 날들을 고르고 거기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이렇게 써라. 아무것도 하지 않겠음!”

- 하루 정도 휴가를 내고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날을 지정해 봐야겠다. 자신은 없다. 그 귀중한 휴가를 “아무 것도 하지 않는”날로 정할 수 있을까? 일단 주말부터 활용해 보자. 꼭 어딜 가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 보아야겠다. 이번 성탄주말은 진짜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냈다. 진짜 휴식을 가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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