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데이빗의 독서노트

독서후기 :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by 데이빗_ 2016. 11. 17.
반응형




장래 희망을 이야기하던 "미성년"일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장래 희망을 이야기하면 부질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나이가 되었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것이리라. 성인이라면, 어른이라면 자기 주관을 확실히 가져야 하는데. 이리저리 흔들림 없이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갈 만한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기만의 자리를 잡고 살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갖추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나는 준비 없이 어른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어른이 맞을까, 나는 가정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능력이 된 것일까, 그런 정신적 성숙을 이룬 것일까. 준비 없이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돌아다닐 즈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꽤 유명한 책이다. 그런데도 진작 읽어 보지 못했다. 일종의 에세이집으로, 힘들 때마다, 혹은 혼자서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마다 읽어볼만한 글귀들이 많이 있었다. 위로도 받았고, 자극도 받았다. 어른들도 흔들리는구나. 학생 때 그랬듯, 아니 학생 때는 정해진 생활을 반복하면 되니까 오히려 쉬운데, 어른이 되어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의 연속이니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겠지.

학생 때는 내가 버는 돈으로 내 생활만 책임지면 되었다. 내 돈으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처음 느낀 거는, 결혼 준비 할 때쯤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내 수입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가족의 생계와 미래를 위한 것이었다. 오히려 회사 생활은, 대학원 랩실 생활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가족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서부터 이제 "권리와 자유"보다는 "의무"가 어깨에 지워진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내 결정은 나만의 결정이 아니었다. 가족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결정이었다. 이런 의무와 책임을 질 준비가 아직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환경은 깊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방황도 허락하지 않는다.

싫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투정일 뿐. 책을 읽고 나니, 충분히 준비하고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새삼 (알고 있었지만) 깨닫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투정거리가 있다는 거, 어른이 되어서도 누군가의 조언을 필요로 한다는 거, 그게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한 꼭지 한 꼭지가 다 내 상황을 투영하고 있었고, 나에게 주는 조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닿은 글귀>

​​인생이란 성공이냐 실패냐의 승부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늘 자신을 돌보면서 지속해 나가는 노력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 노력은 성공을 얻기 위한 씨앗이 아니다. 노력 자체가 인생이다. 처음 입사하자마자 팀에 좋은 실험결과가 나왔을 때, 나는 그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가 뿌린 것이 없었기에. 결국 성취와 만족은 "결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노력해야 성취한다가 아니라, 노력이 곧 성취감이라는 뜻.

​​배우고 자라는 일은 경쟁에서 이기는 일보다 재미있다. (중략) 인간의 기쁨 중에 가장 큰 즐거움은 성장하는 것이다. (중략) 그래서 매일매일 "나는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그 일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 내가 회사생활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에 새긴 좌우명 같은 것이 이 글귀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업무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 충실하게 보냄으로써 그 자체로 만족을 느끼기 위해 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하나 더 배우고, 하나 더 알게 되었다면 성장한 것이고, 결국 본질적인 기쁨은 성장으로부터 오는 것이리라.

​​한순간이었다, 마음을 바꾼 것은. "책이 한두 달 늦게 나온들, 혹은 영원히 나오지 않은들, 뭐 그리 큰 문제랴."

-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게으른 것도 위험하지만, 조급한 마음은 더더욱 위험하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데 너무 죽고사는 것처럼 받아들이지는 말자. 어쨌든 한 걸음씩 앞으로 가고 있는 거 아닌가.

​​무욕이 위엄을 만든다고 했다. 필요한 게 없는 사람이 무서운 이유는 무엇에든 당당하게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심을 가지지 않고 본질적인 즐거움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독서를 하면서 무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직 완전한 무욕에 다다르지 못했다. 그것은 어쩌면 평생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세속적 성공의 추구"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무욕이 위엄을 만든다. 그 경지에 도달한다면 정말 무서울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