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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생각모음

새벽엔진

by 데이빗_ 2016.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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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엔진 (Morning Engine)

“그냥 회사에서 살아.” 회사 업무를 따라잡느라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밥먹듯 하던 신입사원 시절 어느 날, 아내가 일갈을 했다. 어느 토요일 오전이었다. 30분만 더 일하면 휴일 오전근무 수당을 쏠쏠히 받을 수 있었는데, 이 말 한 마디에 짐을 싸서 퇴근을 했다. 지금도 아깝다. 그 돈이 얼만데.

신입사원 시절, 나는 신입 남편이었고, 신입 아빠였다. 일과 가정 사이에 밸런스를 맞출 줄 몰랐다. 가정에 충실하느라 한동안 열심히 칼퇴근을 했다. 그러다 회사 업무를 따라잡느라 한동안은 열심히 야근을 했다. 회사 업무는 업무대로 뒤쳐져 있었고, 아내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말도 안 통하는 꼬꼬마 베이비와 혼자 씨름해야 했다. 여자들은 산후에 우울감 컨트롤이 안 되면 심히 괴롭다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아내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러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터였겠지. 위태위태한 줄타기가 반복되고 있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죽으란 법(?)은 없는지, 궁리를 하다가 작은 묘안이 떠올랐다. 새벽에 출근하는 걸로. 새벽에는 아내와 아기가 이미 자고 있으니, 내가 없다 해도 크게 가정에 해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집에 아기가 있으니 대체로 일찍 자야 한다. 게다가 회사와 집이 아주 가깝다는 나만의 강점을 이용해서, 다섯 시에 일어나서 다섯 시 반까지 출근을 했다. 업무 공부도 해야 했고, 다른 사람 발표 자료도 좀 읽어 보아야 했다. (여담이지만, 그 때 처음 알았다. 임원들은 평사원보다 적어도 두 시간 일찍 출근한다는 것을. TV나 만화에서 희화화된 이미지, 아무것도 모르고 일도 안 하시는 배불뚝이 상무님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새벽에 일찍 일어나니 좋은 점이 있었다. 가정에 피해를 크게 주지 않고도, 모자란 업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없으니 조용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가정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일할 시간을 확조하자는 전략으로 시작한 새벽 조출이 하나의 생활 패턴으로 고정되어 가고 있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교통비 명목으로 돈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덤이었...(다고 쓰고, 절실했다고 읽는다. 시급으로 따지면 맥도날드 알바만큼도 안 되는 돈이다)

일곱 시 반부터 정규 출근시간인 여덟 시 반까지는, 조출자들을 위한 아침식사 시간이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일찍 일어난 거, 뭐 하나라도 자기계발을 하자고. 처음에는 일기를 썼다. 날마다 반복되는 회사 생활로 시간은 흘러가는데, 이렇게 열심히 살면서도 훗날 남겨 놓은 나만의 컨텐츠가 하나도 없다면 얼마나 아쉬울 것인가. 조그만 노트를 하나 사서 매일 일기를 적었다. 반 페이지, 어떤 날은 한 페이지. 뭔가 그럴싸한 생각이 나거나, ‘글발’이 좀 서거나 할 때는 서너 페이지도 금방 쓸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를 했다” 로 시작하는 일기는, (지금 보니) 글씨체는 아재인데 내용은 초딩이었다.

그렇게 두어 달 정도를 쓰니, 노트 한 권이 다 채워져 있었다. 일기를 쓰다 보니 좋은 점이 있었다. 나만의 뭔가가 쌓이는 느낌이라는 것. 어찌어찌 하다가 한 권을 다 채우니, 뿌듯했다. 돈을 많이 모은 느낌이었다. 뭔가 쌓이는 재미를 맛보니, 포기할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못할 만큼 부끄러운 기록일지언정 나만의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든든함이 있었다. 손글씨 일기로 시작하다가, 보관과 검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A5용지에 워드로 작성하는 걸로 바꿨는데, 그렇게 매일 아침 써 온 일기가 지금까지 750페이지가 넘었다. 인쇄해서 바인더에 묶어 놓았는데,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일기 바인더를 보니 나름 자랑스러웠다.

일기를 쓰다 보니 좀더 욕심이 생겼다. 뭔가 교양있는 지식인(?)이 되고 싶었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알고, 경제 지식도 있어야 할 것 같고, 머릿속에 뭔가 채워서 어제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새벽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10분 정도 책을 읽기로 했다. 주식투자 책도 읽었고, 경제도서랑 자기계발서도 읽었다. 그러다가 김병완 작가님의 “초의식 독서법”과 “나를 키우는 힘, 평생독서”를 접하고, 독서를 평생의 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매일 독서하기로 결심한 게 내심 자랑스럽기도 했고, 지지와 격려를 받는 느낌도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읽기만 했다. 읽기만 하다 보니 체에 물을 붓는 것처럼 다 빠져나가고 하나도 안 남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 하나도 안 남기야 했으랴마는, 일기처럼 뭔가 눈에 보이는 흔적이 쌓이면 좀더 의욕적으로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노트 한 권을 꺼내서 책을 요약하며 읽었다. 하루에 30페이지씩. 300페이지짜리 단행본 한 권을 읽는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렸다. 책의 내용을 모두 다 담기 위해 그렇게 했지만, 시간적으로 효율이 너무도 떨어졌다. 손으로 적는 것보다는 워드로 적으면 좀더 빠를까 싶어서 독서 노트도 아이패드로 적어 보았지만, 별반 차이는 없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밑줄과 간략한 메모를 활용해 최대한 빠르게 한 번 읽고, 나중에 책에 그어진 밑줄을 중심으로 독서 후기를 적는 방법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이맘때쯤 읽은 책이 조연심 작가의 “과정의 발견”과 이승준, 유지은 공저의 “돈과 시간에서 자유로운 인생, 1인 기업”이었다. 이 책들에서 힌트를 얻어서, 나만의 콘텐츠를 온라인 공간에 축적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독서 후기를 블로그에 하나씩 올리게 되었다. 나름 서평 블로그를 지향하면서. 서평이라기보다는 그냥 독후감 정도라고 해 두자. 꾸준히 오랫동안 축적하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을 때마다 감상과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몇몇 구절을 인용해서 느낀 점을 적는 방식으로 독서후기를 업로드 했다. 그냥 한 권 두 권 올린 게 벌써 40편이 되었다.

지속적으로 자기계발 활동을 해 나가려면, “엔진”이 필요하다. 자동차 기어를 중립에 넣고 뒤에서 밀면 차가 움직인다. 1,2미터 정도는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엔진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자동차 엔진은 그 혼자만으로 유용성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지속적으로 구동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바퀴축을 연결해서 차를 움직이기도 하고, 발전기를 연결해서 에어컨도 켜고, 전조등도 켠다. 마찬가지로 “꺼지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어떤 행위” 로서의 엔진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 경우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엔진이 아니었나 싶다. 새벽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이 체화되고 나서부터, 아침 업무를 얹어 보고, 살며시 일기 쓰기를 얹어 보고, 살며시 독서를 얹어 보았다.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 수영 강습도 얹어 보았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없었다면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서 수영장엘 가나”라고 생각했겠지만, “원래 일찍 일어나니 그 시간에 수영을 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물이 축적되는 것을 즐기는 것도 자기계발 활동을 지속시키는 방법이다. 일기는 기록하는 즉시 결과물이 되기 때문에 바로바로 성과를 낼 수 있다. 독서는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쓰기 때문에 성과창출의 텀이 조금은 길다. 최근에는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매일 책을 읽고 몇 페이지 읽었다고 메모를 남긴다. 8월중순부터 시작한, 연말까지 1만 페이지 읽기 프로젝트 중. 현재 20% 달성중이다. 이것도 나름대로 축적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영 강습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바로바로 나타나지 않아서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한두 번 빠지기도 했다.

요즘은 엔진을 조금 업그레이드 했다. 1600cc에서 2000cc 급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보면 될까. 새벽 다섯 시 기상을 한 시간 앞당겼다. 그리고 그 시간에 글쓰기 연습을 한다. 매일 A4용지 두 장씩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정렬된 글을 쓰는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도 되는 일기쓰기보다는 조금 더 어렵다. 그래도 한 곳으로 생각을 모으는 집중력 연습이 된다. 요즘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좀 읽고 있는데,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들을 적용해 보면서 글의 가독성을 높이는 것도 재미있다. 벌써 닷새 째 지속하고 있다. 열 페이지가 쌓였다. 축적되는 결과물이 눈에 보이니 쌓여가는 재미에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지속하다 보니 엔진이 된다. 선순환이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 나는 아직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공부 많이 했어도, 결국은 직장인이다. 조직에 한 부분으로 살아가고 있고, 샐러리맨의 꽃이라는 임원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어제보다 나아졌고, 뭔가 더 발전하고 있다. 매일 새벽에 나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간다. 부귀와 영화를 누려야만 성공인 것이 아니다. 돈을 많이 벌어야만 성공인 것이 아니다.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면,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성공이란, 특정 시점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여정이고, 과정 자체이다. 존경하는 김병완 작가님의 “책 쓰기 혁명”에서 하나 인용해 볼까 싶다.

​​여기서 성공은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지위가 높아지고 유명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이 책에서 성공은 이런 것들을 포함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더 큰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로 자신의 성장과 변화다. ... (중략)... 사회적 지위나 부와 명성은 그대로이더라도, 의식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사람은 하루하루 성공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 page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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