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터뷰]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셀프 인터뷰]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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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반도체 업계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면서, 반도체 회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학생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두 명의 고등학생으로부터,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현직 엔지니어와 서면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아 이에 응한 적이 있었습니다. 반도체 회사에 가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되며,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어요. 그 인터뷰에 답변한 내용을 바탕으로,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반도체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

 

반도체 엔지니어는 반도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할까요

 

한 마디로, 반도체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일을 합니다. 연구 개발이라는 것은, 목표로 하는 제품의 성능을 맞추기 위해 설계부터 제조 공정까지 수많은 단계마다 최적화된 조건들을 찾아내는 업무입니다.

 

보통 "연구"라고 표현하면, 기간의 제약 없는 순수한 학문적인 탐구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개발"이라는 단어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개발은 정확한 목표치와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문적 탐구보다는 제한된 시간적, 물질적 자원을 내에서 정해져 있는 스펙을 맞추는 것이 본질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공정관리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를 제조하는 각 공정순서와 조건을 잘 구성해서 구조적, 전기적으로 우수한 특성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겠습니다만, 일상 속에서 라면을 하나 끓일 때에도 물의 양, 조리 시간, 스프의 양, 계란과 파의 투입 여부 등에 따라서 최종 결과물이 천양지차로 달라지게 되죠. 넣지 말아야 될 것을 넣거나 시간 조절을 잘못해서 물을 다 졸여 버리면,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반도체 엔지니어도 마치 요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느 단계에서 어떤 조건으로 공정 진행을 할 것인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불량이 생기면 원인을 찾아서 개선해야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강도 높은 업무량을 소화해 내야 될 때도 있습니다.

 

 

반도체에서 입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저는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연구원 기준으로 설명드려 보려고 합니다. 반도체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4년제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해야 합니다. 전기전자, 반도체공학, 신소쟈공학 등을 전공하면 좋습니다. 물리학과도 괜찮고요. 드물지만 화학과 출신도 있습니다.

 

저는 박사학위를 받고 입사를 했는데, 개인적인 느낌상 치열한 대졸공채 경쟁을 뚫는 것보다는 석박사 학위자 채용을 통해서 입사하는 것이 조금 더 관문은 넓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고학력자들은 기업체에 지원하는 비율이 대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고, 학교나 연구소, 또는 유학 등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도 있는 데 비해, 대기업 연구개발직에서는 박사학위자 수요가 그래도 좀 있는 편이니까요.

 

만약 반도체 엔지니어가 되기를 원하는 고등학생이라면 좋은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되고, 수학과 과학에는 특별하게 공을 들여야 합니다.

 

대학생이라면, 전공과목의 지식을 깊이 있게 습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물리전자공학, 양자역학, 전자회로, 전자기학 등의 과목은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좀더 뜻이 있다면 대학원 진학을 고려해 보는 것도 저는 개인적으로 권장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요구되는 자질이 있을까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느낌보다는 팩트를 신뢰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감정에 쉽사리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불량을 분석할 때나 유관 부서와 업무 협업을 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느낌보다는 정확한 근거와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설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태도나, 한 쪽으로 쉽게 치우치는 성격보다는, 감정을 배제하고 눈에 보이는 입증된 사실을 기반으로 드라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유리한 것 같습니다.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한 사람이 잘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협업을 해서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돌아가야 좋은 제품이 나오는 업종입니다.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고요, 멘탈이 좀 강해야 합니다. 협업을 하다 보면 감정이 격앙되는 경우도 있고,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들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 통제 밖에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멘탈이 상당히 강해야 합니다. 연구개발의 본질이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와의 싸움입니다. 불량이 발생할 때마다 당황하거나 멘탈이 붕괴되는 성격이라면,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업의 만족도는 얼마나 되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근무 환경이나 보수, 대우 등에 있어서는 (제가 욕심이 없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다른 직업군이 부러운 정도는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거나 타인을 설득하는 것보다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직업의 매력이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제가 제안한 실험에서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는 경우, 또는 제가 제안한 업무 방향이 선배나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서 채택될 때입니다. 그럴 때는 전문가로서 자부심이 많이 생기게 되지요.

 

연구 개발이라는 것은 매일매일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늘 긴장감이 있고 지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내 분야를 다 안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분야까지 끊임없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공부할 내용이 무궁무진하다는 점, 그리고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느냐에 따라 기술적인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점, 직급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엔지니어로서 가지는 전문성이 실제 영향력을 좌우한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이자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서면으로 진행된 두 고등학생의 직업 인터뷰를 계기로 해서, 반도체 회사에서 10년간 일해 온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정리하면서 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챙기는 계기가 되기도 하네요. 셀프 안식년 기간 동안 기량과 기술을 연마해서, 회사에 돌아갈 때는 좀더 능력있고 인정받는 엔지니어로 복귀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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