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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독서노트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 한 천문학자의 발자취 - 연구자로서, 그리고 딸바보로서..

by 데이빗_ 202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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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TO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들어가며

 

"오늘은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라는 책을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겨울서점 주인장 유튜버 김겨울 님이 완전 재미있다고 강추를 하셔서, (마침 제가 하늘이랑 별에 관심이 좀 있기도 하고) 구매해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를 읽고

 

저자소개

 

저자는 마이크 브라운 이라는 천문학자인데, 이 분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칼텍) 교수로 재직하면서, 태양계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천체를 탐색하며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라는 책은, 마이크 브라운이 태양계 외곽 천체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각종 에피소드, 연구자로서의 삶, 그리고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 같은 책입니다.

 

열 번째 행성의 발견자가 되겠다는 연구가, 결국은 아홉번째 행성인 명왕성을  태양계에서 쫓아낸 결과를 불러 왔는데요, 어쩌다가 그의 발견이 명왕성을 퇴출시키게 된 것인지 그 내막을 살펴 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전체적인 감상

 

천문학 책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학술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게 포인트가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삶을 살아오면서, 그리고 남편이자 아빠로서 겪었던 각종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자기 발자취를 굉장히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천문학에 조예가 없으신 분들도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학술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쉽게 설명하면서, 연애 이야기, 딸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놀러 갔던 이야기 등등을 다채롭게 설명하는 점이 참 재미있었는데요,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학자의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서 공감이 갈만한 포인트가 참 많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다양한 감상들이 있는데, 몇 가지로 정리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연구자로서 저자가 느꼈던 고충과 애로사항, 그리고 성취감 등에 관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가족을 향한 애정과 특히 딸바보 아빠로서의 딸에 대한 사랑,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행성의 발견을 놓고 학계에서 벌어졌던 비윤리적인 사건들과 그에 관한 뒷이야기 등이 기억에 많이 남더라구요.

 

연구자로서, 특히 천문학 연구자로서의 고충과 애환

 

저자는 학자로서, 특히 천문학 분야에서 더 이상 핫한 연구분야가 아닌 걸로 평가되고 있는 새로운 행성 찾기 분야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지루하고 고된 연구 생활을 했던 발자취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천문학 연구 분야가 정말로 오랜 시간과 노력을 수반한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지요.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해서 망원경을 사용하려면 몇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예약된 날짜에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또 다른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고요. 관측과 촬영에 실수가 잇어서는 안 되고, 그렇게 실험을 통해 얻어 낸 수천 개의 결괏값 중에서 대부분은 노이즈가 끼어 있거나 의미 없는 데이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그렇게 손에 하나도 쥔 것 없이 시간과 비용만 소비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연구에 매진하게 만드는 원천은, 결국은 호기심과 집념이 아닐까 합니다. 저렇게 오랜 시간동안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면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저도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연구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연구란 본질적으로 반복되는 실패와 비효율적인 작업들을 수반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자의 고민과 갈등, 초조함과 걱정거리 등이 참 많이 이해가 되었고, 감정이입도 많이 되더라구요. 오랜 시간 연구하고 고민해도, 결국 하나도 남는 게 없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연구자가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결과를 정리해서 논문으로 투고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 후에 리뷰어에 의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논문 게재가 거절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겪었던 많은 실패와 헛수고의 과정을, 수많은 연구자들도 다 같이 겪고 있다는 것에 어느정도 위안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실패 끝에 얻어낼 하나의 과학적 발견에 기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연구자 개인에게나, 나아가서 인류에 많은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지루한 과정을 통해서 학자로서의 경력과 크레딧을 쌓아 나가는 것이 연구자의 숙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핵공감 할 수 있었던 연구자로서의 초조함

 

새로운 결과를 발견하였을 때의 기쁨과 희열,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와 똑같은 것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하는 초조함 같은 것도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결과를 얻어내면 그걸 빨리 소개할수록 “최초”라는 타이틀을 받을 가능성이 많지만, 충분한 연구와 분석 시간이 수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구를 하기가 어렵지요. 그러면 자기 발견을 수많은 다른 연구자들에게 조기에 공개함으로써, 그 연구에 대한 독점적인 연구 기회를 향유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대학원생들은 새로운 실험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 하나에 집중해서 빠르게 논문으로 투고하기를 원하지만, 지도교수님들은 좀더 차분하게 후속 연구를 진행해서 풍성하고 짜임새 있는 결과를 선보이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러면 해당 학생은, 자기가 후속 연구를 진행하는 사이에 누군가 먼저 논문을 투고해서 게재할까 봐 초조함과 조바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신간 저널에 자기 연구 결과와 관련된 키워드가 나타나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고 두근두근하게 마련이지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천문학계에서 놀라운 업적을 쌓았던 저명한 교수님도 그런 고민을 했다는 점에서 뭔가 유대감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이걸 빨리 발표해야 world first 인 건데, 누가 먼저 발표하면 어떡하나” 그런 갈등은, 사실 대부분의 연구자라면 똑같이 겪는 것 같네요.

 

놀라운 연구부정 에피소드 : 이런일이 있을 수 있다고?

 

그 와중에 부정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탈취해서 업적을 가로챈 스페인의 천문학자와의 갈등도 흥미롭게 읽은 에피소드였습니다. 경쟁 천문학자들은 저자의 연구 그룹이 사용했던 망원경의 로그 기록을 알아내어 저자의 연구 결과를 먼저 알아챌 수 있게 되었고, 사실상 연구 결과물을 가로채어 자기가 먼저 발견한 것처럼 학계에 발표해 버리는 어이없는 부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사실상 이런 부정행위는 공개되면 다시는 학계에 발을 붙이지 못할 만큼 심각하게 다루어지는 행위이지요. 어쨌든 저자는 자기가 수많은 시간 공들여 발견한 새로운 천체의 “최초 보고자” 자리를 빼앗기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고 고백합니다. 저 같으면 견디지 못했을 것 같네요. 한 가지 연구 결과를 발견하고 발표하는 과정이 얼마나 길고 긴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인데, 그걸 부정한 방법으로 가로채 빼앗긴다면, 연구 의욕을 상실했을 것 같네요. 그래도 의연하게 잘 대처해서 연구의 길을 접지 않고 위대한 발견을 해낼 수 있었다는 저자의 의지에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인간적인 사랑꾼, 아주 인간적인 딸바보

 

저자는 연구활동에만 매달려서 개인생활을 완전히 잊고 사는 워커홀릭과는 다른, 아주 인간적인 면모도 보이고 있습니다. 저자의 달콤한 연애담, 그리고 결혼에 골인한 이야기, 아빠가 된 뒤 별바보에서 딸바보로 변신한 이야기 등도 참 낭만적이었고, 제 연애 시절을 추억하게 할 만큼 달달했어요. 저자의 매력적인 인간미를 볼 수 있었고요. 연구활동 중에 만난 에피소드에 딸이 커가는 이야기를 정말 멋지게 조화시켜서, 드라이한 학자로서의 경력에 딸아이의 재롱피우는 모습을 출연시키는 저자의 필력이 멋져 보였습니다.

 

 

마치며

 

아무튼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깊은 여운을 주는 책이었어요. 저자와 함께 일했던 대학원생, 그리고 보조 연구자들도 이제 학계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교수가 되어 있습니다. 연구자로서의 꿈을 가진 분, 별에 관심이 있는 분들, 학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 하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 특히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으신 분들은 꼭 읽어 보시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줄 것 같습니다.

 

완전 재미 있습니다. 저도 겨울서점 주인장 김겨울 님의 유튜브 영상에서 추천을 받아서 읽어 보았는데, 그분의 썸네일 표현대로 “개재밌음”입니다. 일독 강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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