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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독서노트

독서후기 : 과정의 발견

by 데이빗_ 2016.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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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all: 개인 브랜드 구축을 위한 지침서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은,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졌고, 따라서 조직이 자기를 영구히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직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만의 “개인 브랜드”로 승부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며, 자기를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지에 관해 다양한 실제 사례와 저자만의 노하우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적잖은 사례 연구가 있고, 탄탄한 이론적 백그라운드가 있고, 또한 다분히 “실습 가능한” 워크북의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해 준 유익한 책이라 생각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으로서, 이 기업에 충성하기만 하면 인생 자체가 보장될 것인지, 그러한 생각에는 아무런 위험성이 없을 것인지 자문해 보았을 때, 확실한 대답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니, 확실히 “No”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얻은 직장에서의 전문성을 충실히 살리는 데 주력하되, 언제라도 홀로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

연초에 세웠던 목표는 이랬다. 언젠가는 조직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삼아, 지식을 쌓고, 콘텐츠를 축적해서 온라인상에서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른 이에게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혹은 강의를 하거나, 책이나 칼럼을 쓰거나 해서 돈도 벌고 명성도 얻는, 이른바 1인 지식근로자로 독립하는 것. 그래서 나름대로 세운 계획이, 일 주일에 책을 한 권씩 읽고 북리뷰로 정리하고, 그것을 블로그에 축적해서 고정된 팔로워를 확보하고 온라인상에서 이름을 쌓자, 그리고 나중에는 정리된 지식을 엮어서 책을 내자는 것이었다. 

그런 계획을 세우고 좀더 구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요령을 찾자고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사실 그렇게 눈에 띄는 표지도 아니었고, 그렇게 와 닿는 제목도 아니었는데 서가에서 어떻게 꺼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개인 브랜드 구축을 위한 과정 설계 방법을 보면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루트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안심이 되었다. 내가 가진 생각을 지지받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어떤 책으로부터 깨달음이나 배움을 얻으려면, 최소한 그 책의 저자와 관점이 비슷한 부분이 어느 한 포인트는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독자가 궁금했거나 알고 싶었던 것을 찾고자 책을 읽을 테니.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을 꺼내 읽을 테니 말이다. 독서량이 많아질수록 관심 분야와 수준이 확장되고, 그에 따라 읽는 책의 폭과 수준도 더 높아지게 되리라 생각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새로운 관점의 자기계발 지침서이자, 통찰과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조언서라는 느낌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제는 이것이다. 이제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자기만이 가진 재능과 기술을 마케팅하여 스스로 먹고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를 발견하고, 팔리는 기술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되, 그 과정을 온라인에 축적하여 자기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는 것. 재능+축적+온라인=브랜드.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것을 정리해 보자면,

첫째, 쌓여야 한다. 무엇이든 자기만의 과정이 쌓여야 한다. 훈련한 시간이 쌓여야 하고, 훈련한 결과물이 쌓여야 한다.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 아래에는 그것의 몇 배가 되는 부피가 잠겨 있듯이, 빛을 보는 사람들은 수면 아래에 엄청난 훈련의 시간과 훈련의 결과물들이 잠겨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작가는 글이 쌓여야 하고, 화가는 그림이 쌓여야 한다. 작곡가는 노래가 쌓여야 하고, 프로그래머는 자기만의 프로그램이 쌓여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색깔이 담긴 결과물을 축적하고 축적하다 보면 반드시 실력이 쌓이고, 자기만이 축적해 온 훈련의 결과물들이 곧 자기를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이자 자기만의 색깔이 되고, 무언가를 쌓아 왔다는 그 자체가 자기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양질 전환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최근 읽었던 김병완의 독서법 시리즈에서도, 일단 무조건 많이 하다 보면 그것이 질로 전환되는 시점이 온다고 했는데, 그 내용과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된다.

전통적인 영역에서 자기 브랜드가 확고히 구축된 유명한 예술인들의 축적된 포트폴리오야 말할 것도 없고, 온라인에서 자기만의 색깔이 확고히 구축된 이른바 파워블로거들도, 그곳을 방문해 보면 정말 오랜 시간동안 일관되게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글과 사진, 결과물들을 쌓아 왔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일관되게 한 가지를 지속적으로 쌓아 나가는 것, 그것이 곧 자기만의 브랜드가 아닐까.

나만의 색깔을 찾으려 너무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국 한 가지를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히 자기만의 색깔이 배어나오게 마련이니까. 그것은 일부러 칠하려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두세 번 의도를 가지고 색을 입힐 수는 있어도, 쌓이는 과정에서 형성된 고유의 “결”과, 층간의 색깔과, 그 고유의 질감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형성되는 것이니까.

책의 초반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무엇을 쌓을 것인가?” 하는 화두이다. 책의 전제 자체가 “먹고살 수 있는 재능”을 계발하는 것이니까, 결국은 자기 재능의 시장성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형식의 실습 워크시트들을 제공하면서 시장성 진단을 하는 부분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고 잘 와닿지는 않았다.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읽어 보아야 할 것 같지만, 꼭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것이 독후감이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요리 레시피가 되었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그 결과를 기록하고 축적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자기 브랜드를 확고히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둘째, 보여 주어야 한다. 자기만의 색깔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온라인에 구축하는 것이 또 다른 한 축이다. 사람들이 알아 주어야 브랜드가 가치있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는 그 존재 목적 자체가 자기를 남에게 알리는 것에 있기 때문에, 아무도 몰라주는 브랜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옛날처럼 돈을 써서 광고를 하거나, 나를 뽑아 달라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는 방법이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에서 자기를 전파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초연결 시대라 하지 않던가. 내가 쌓아온 것을 누군가가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찾아 볼 수 있어야 브랜드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쌓아라. 그리고 알려라. 이 두 가지 화두를 엮어서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블로그 운영이라는 것에 생각이 모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 “독서” 와 “가치투자”를 화두로 해서, 지속적으로 기업분석글과 투자 컬럼을 써 보고 독서 리뷰를 축적하면서, 체계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쌓고 또 쌓아서 10년쯤 후에 나를 표현해 줄 수 있는 견고한 포트폴리오로 구축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나는 누구고,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등등을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작가는 책을 한 권 건네면 자기가 소개되고, 화가는 자기 그림을 보여주면 자기가 누구인지 설명되듯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쌓아 왔는지는 내 블로그 주소 하나가 모든 것을 보여주는, 나의 아바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초기 단계여서 모든 것이 어설프지만, “좀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반영되면, 나도 어느 한 분야에서 “나만의 일가”를 이룬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언젠가는 책을 내는 것도 목표이자 버킷 리스트지만, 블로그 자체도 하나의 출판물이자 나만의 저작물일 테니. 취미이자 자기계발이 하나로 연결된 좋은 플랫폼 아닐까.

옛날처럼 학위나 자격증이 있다고 저절로 알아주는 시대는 지났다. 환자가 의사만큼 병과 약에 대해 잘 아는 시대. 학생이 교사보다 똑똑해지고, 평신도가 목회자보다 성경을 많이 알고, 구매자가 판매자보다 제품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시대가 되었다. 약을 처방받아도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먹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시대, 인강을 들어 보고 선생을 평가한 뒤 배울지 말지 결정하는 시대, 온라인 설교를 들어 보고 나에게 맞는 설교자인지 아닌지 알아본 뒤 교회를 다니는 시대, 하이마트 직원이 설명하면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맞는지 아닌지 바로 검증하는 시대. 전통적인 권위가 더 이상 그 자체로 권위있음을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이다. 껍데기가 아니라 실체로서 “진실”을 검증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기가 어떤 교육과정을 거쳤다고, 어떤 자격증이나 학위를 가졌다고 그 자체로 인정받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그야말로 “꼰대”가 되는 세상이 되었. 이제, “내가 누구다”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자기 것을 그대로 까 놓고,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네티즌도 제품 리뷰 블로그를 딱 보면 광고인지 진짜 사용기인지 단번에 안다. 그래도 꾸준히 사랑받고, 꾸준한 추종자를 가진 블로거, 작가, 화가, 음악가, 리뷰어, 가수들은, 모두 다 자기 손을 거쳐 창조된, 진실된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제 “진짜 내가 가진 나만의 콘텐츠”가 아니면 짝퉁이 되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결론은 언제나 교과서적이다. 꾸준히,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발자국을 새기자. 바뀐 시대에 맞게 한 마디 첨언한다면, 온라인에. 진실된 콘텐츠의 집합이 곧 브랜드인 것 아닐까. 



한 가지 더 : 조직에 얽매여서 이곳을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평생의 커리어 설계에서 직장 생활을 완전히 배제해 버릴 이유도 없다. 작가, 강사, 경영자, 기획자, 코치 등등 여러 직업을 가지겠지만, 그 중에 첫 번째 직업으로서의 “대기업 연구원”도 미래에 내가 되고자 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인 브랜드 구축 전략은, 직장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직장에서도 나만의 개인 브랜드가 구축될수록 내 시장가치 (즉, 직장에서의 인지도와 인정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나처럼 조직 내에서 분투하는 직장인도 읽고 도움을 받을 만한 내용이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나의 동료, 나의 상사를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내 일을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나 자신을 고객에게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하는 1인 기업가라고 생각한다면, 조직에 소속된 회사원이라고 해서 개인브랜드 구축 전략을 활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책의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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