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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독서노트

블로토 대령 게임 : 강자와 약자가 게임을 다루는 방식

by 데이빗_ 202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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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

 

최근에 리디북스에서 흥미로운 책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마이클 모부신이라는 분이 쓰신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이라는 책인데요, "승률을 극대화하는 투자 전략서"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투자 분야에서는 운을 실력으로, 실력을 운으로 착각하는 일이 많이 발생하지요. 이 책은, 실력이란 무엇이고 운이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실력으로 승부해야 할 때와 운에 맡겨야 할 때가 언제인지, 통계적인 사고방식과 도구를 사용해서 운을 최대한 잘 다루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만, 스마트한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나름 생각해 볼 기회를 많이 준다는 점에서 깊게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다 소개하기 위해서 포스팅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가 된다면 책 내용을 전체적으로 요약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합니다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개인적으로 업무에 적용해 보면서 굉장히 공감이 갔던 몇 가지 포인트를 발견하게 되어서 정리해서 소개 보려고 합니다.

 

운을 다루는 방법

 

이 책의 9장에는, "운을 다루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챕터가 있습니다. 특히 내가 불리한 입장일 때 어떻게 하면은 내 약점을 최대한 감추고 유리하게 싸울 수 있겠는가라는 측면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예로 들면서, 다음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내가 강자라면 싸움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로, "약자라면 싸움을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 라는 것이죠.

 

블로토 대령 게임

 

이 책에서 "블로토 대령 게임"이라는 게임이론 문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전장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병사들을 적절히 배치해서 상대보다 더 많은 병사를 배치한 전장을 가져오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상대가 각각 어느 전장에 얼마의 병사를 배치는지를 알 수 없을 때, 전략적으로 전장마다 적절한 숫자의 병사를 배치해서, 상대보다 내가 더 많은 병사를 배치했다면 그 전장을 가져오는 것이죠. 더 많은 전장을 확보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병사의 전체 숫자가 많은 쪽은 적은 병사를 가진 쪽보다 이길 확률이 높겠지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전장의 개수가 많을수록 강자의 승률이 떨어지고 약자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과였습니다. 인용을 하자면, "전장이 열 다섯 곳인 게임에서 약자가 승리할 확률은 전장이 아홉 곳인 게임보다 세 배나 높다" 라고 하네요.

 

승률이 높을 때와 낮을 때

 

제가 하고 있는 연구개발 업무에 한번 적용해 보았습니다. 승산이 높지 않은 경우에는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적용해 볼 수 있겠네요. 자원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다양한 가짓수의 실험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반대로 어떻게 하면 양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자원도 충분하다면, 확실히 알고 있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재현성을 높여야 양질의 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겠군요.

 

일반적으로 회사에서는, 확실한 경쟁우위가 있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제품에 더 많은 자원을 쓰게 됩니다. 강점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죠. 제품개발에 전통과 쌓여 있는 노하우가 많고,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주력 제품을 개발할 때는 기존의 방식을 최대한 존중하고, 체크리스트를 최대한 준수하고, 규정과 규칙을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 승산을 높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반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많은 자원을 쓰기가 어렵지요. (그건 강자 입장에서 전장을 많이 확대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시장을 목표로 하는 제품들은, 개발자들도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확실한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당연히 많습니다. 이런 경우 개발 책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주력 제품 개발 방식과는 다를 수밖에 없겠죠. 최대한 많은 시도를 하고, 가능성 없는 방법은 빨리 배제하고 조금이나마 가능성 있는 길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승률을 높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논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강자와 약자라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명분과 논리에서 우위에 있는 쪽과 열세에 있는 쪽이 논쟁하는 경우는 회사에서 흔히 있습니다. 결국은 명분을 가진 쪽이 자기 의견을 관철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쪽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게 마련이지요.

 

약자인 쪽에서 명분이나 논리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때 나름대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본질에서 벗어난 논점을 제기하거나 논의의 핵심을 흐트러뜨려서 논쟁의 방향을 분산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대표적으로 "게임을 복잡하게 만들고 전장을 추가하는" 방식이지요. 반대로 명분과 논리가 확실한 쪽은 논쟁에서 본질을 벗어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명분을 제시하고 한 가지 논리로 파고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제가 이 챕터의 내용을 정확히 다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약자라면 게임을 복잡하게 만들고 강자라면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처음에는 와 닿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하나 대입해 보니, 꽤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품 개발 방법론과 협업 부서와의 토론에서도 인사이드를 주는 내용인 것 같았습니다.

 

마치며

 

회사가 전쟁터는 아니지만, 개발의 본질은 다양한 시도이고, 협업의 본질은 토론이지요. 나와 우리 조직이 지금 우위에 있는지 아니면 열위에 있는지를 잘 파악해서 적절한 전략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게임의 법칙을 통찰력 있게 설명한 이 챕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기억에도 많이 남네요. 가끔씩 읽어보면서 곱씹을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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