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척 보고 상대를 파악하는 방법

한번 척 보고 상대를 파악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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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 <타인의 해석> 을 읽으며

 

최근 한 지인 분께서 말콤 글래드웰의 <타인의 해석>을 추천해 주셔서 읽고 있다. 아웃라이어, 블링크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라서 일단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종이책으로 샀다. 아직 전부 읽은 건 아니어서 내용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앞부분에 소개된 사례 중에 인상깊은 내용이 있어서 한번 기록해 보고 싶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이 세 차례에 걸쳐 히틀러를 면담했다. 그리고 그는 히틀러가 전쟁을 좋아하지 않으며, 전쟁을 일으킬 의사가 없는 사람이라고 오판했다. 그의 각료들도 히틀러를 면담하고 그를 우호적으로 보았다. "핼리팩스가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히틀러는 전쟁을 벌이기를 원하지 않으며, 평화 교섭에 개방적이라는 것이었다."  체임벌린은 "히틀러 씨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었다 ... (중략) ... "친애하는 친구 여러분, 우리 역사상 두 번째로 독일에서 다우닝 가로 명예로운 평화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라고 믿습니다."

 

네빌 체임벌린

 

 

휴전선 북쪽의 빌런은 인간적인 인간일까?

 

대한민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동포를 폭정으로 억압하는 어떤 악당에 대해 이런 식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영국의 수많은 각료들이 히틀러의 "페인트공 같은"모습에서 전쟁광은커녕 호의적이고 인간미 있는 사람을 보았듯, 수많은 유튜버와 지식인들이 폭정을 저지르는 북녘의 빌런을 계몽군주로, 애민사상에 투철한 지도자로, 가슴 따뜻한 리더로, 인간미가 넘치는, 그야말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 평가하고 있다.

 

잠에서 막 깨어난 아이돌의 부스스한 민낯을 비추며 그의 인간미를 즐기듯, 난닝구(?)를 입고 흙탕물에 들어가는 빌런을 비추며 그의 인간미를 즐긴다. 그러는 사이에, 그도 사실은 가슴 따뜻한 사람이고, 전쟁을 좋아하지 않고, 평화를 바라는 정치 지도자의 이미지가 그 위에 덧씌워진다. 

 

계몽군주

 

문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엄청난 환영인파와 함께 파격적인 격식으로 그를 환영하던 모습을 보고, 하마터면 나도 그가 대한민국에 위해를 가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믿을 뻔했다. 영상으로만 보아도 그의 따뜻함이 느껴지는데, 직접 가서 그의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을 본 사람들이야 얼마나 더 그의 인품에 감탄했겠는가? 

이렇게 깍뜻한 예우를 갖추어 환영해 주다니!

 

인공지능한테 물어봅시다.

 

판사들이 피고인의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거나 형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된다. 그가 얼마나 불우한 환경을 보냈는지, 부양해야 할 자식이 있는지 없는지, 정상참작의 요소가 있는지, 반성하고 있는지 등등... 그렇게 내린 판단에 셀 수 없이 많은 오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언론을 통해 많이 본다. 저자가 말하듯, 인공지능이 가려낸 고위험군 범죄자의 절반이 석방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만, 판사들은 고위험군의 절반을 석방했다.

 

이쯤 되면 각종 민형사 재판은 판사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하는 것이 더 공평할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트렌드 예측 서적에 따르면, 전문 지식을 가지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전문직군 중 상당수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경고(?) 또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가천대 길병원에서는 인공지능 암센터가 개설되어 임상에 활용되고 있다고 하던데. 수천만 쪽의 의학 논문과 서적을 집대성한 뒤 환자의 상태를 넣으면 치료법을 제시해 준다는 식이라나.

 

북한 정권에 관한 수많은 조사결과, 기사, 각종 정보기관의 분석결과, 첩보결과, 도감청 결과, 북한군의 동향 등을 수집되는대로 모두 데이터화 한 후 인공지능 시스템에 넣으면, 인공지능은 그를 어떻게 판단할까? 그 결과가 더 정확할까, 아니면 "북한도 우리와 한 동포이고 함께 평화를 추구해 나가기를 원한다"는 판단이 더 정확할까? 잘 모르겠다. 이것이 우리의 "동족"의 이야기가 아닌, 저 멀리 어딘가 우리와 상관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라면, 남쪽 당국자(?) 들은 동일한 판단을 내리게 될까?

 

희망사항 vs 현실인식

 

희망사항과 현실인식은 구분되어야 한다. 정책은 가장 보수적이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설계되어야 한다. 의사결정에 감정이 개입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결정하는 것이 더 낫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척 보고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상대의 말을 믿지말고 행동을 믿으라. 특히 공산주의자와 상대할 때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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