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의 생각모음

정치적 올바름 (PC주의) 이라는 형용모순

데이빗_ 2024. 4. 3. 10:14
반응형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단어 들어보셨을 겁니다. 영어로는 political correctness 라고 번역하죠. 약어로 PC주의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원래 미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만들어질 당시에는 좋은 의미였다고 하네요.  출신, 장애, 신념, 종교,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사람을 차별하지 말자는 거죠.

그런데 왜 하필 correctness 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단어를 우리말로 "올바름"이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어떤 주장을 비난할 때 상대방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본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확산하자는 운동이었는데, 이게 개개인이 지닌 신념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잣대로 변질된 것이죠.

 

썸네일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형용모순

 

잘못된 "정치적 올바름" 주장 사례


PC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치적 올바름" 이라는 단어를 자기 신념에 반대하는 사람을 두드려 패는 공격의 수단으로 삼습니다.

지하철 시위 반대한다고? 올바르지 못해!


예컨대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명제는 보편적인 명제입니다. 그런데 지하철을 멈추고 시위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올바르지 못하다"라고 공격하는 거죠.

지하철을 멈추고 시위하는 방식에는 찬성이나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용어가 확산되면서 반대자들을 "올바르지" 못한 사람으로 공격하게 됩니다.

 

정치적 올바름
장애인 이동권 보장

 

길고양이에게 밥주지 말라니, 올바르지 못해!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보편성이 있죠. 그런데 잘못된 PC 주의자들은, 길고양이에게 밥 주지 말라느 사람을 사람들을 비난합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올바르지 못한"사람이라고요.

개인적으로 길고양이에게 밥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찬반의 의견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런데 그걸 반대하는 사람에게 도덕적 잣대를 갖다대면서 보편적 가치 (생명보호) 를 무시한다고 비난하는 겁니다.

고양이밥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위의 예시??

 

 

군 가산점 폐지에 반대한다고? 올바르지 못해!


성별에 의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명제는 보편성이 있죠. 하지만 그걸 실현하는 방안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군 가산점제를 폐지할 것인지, 특정 성별의 할당제를 유지할 것인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허용되어야 하는데, 특정 주장을 펼쳤다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라는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 사람들이 있죠.

정치적 올바름
다음 중,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을 고르시오.

 

본래의 의미를 잃은 정치적 올바름


일부 래디컬한 운동가들, 또는 도덕적 우월감을 즐기는 사람들 때문에, PC 라는 용어가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PC주의자라는 용어의 의미가, 보편적이지 않은 사상으로 무장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며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지요.

광기어린 PC주의


어떤 사상이나 견해를 "올바름"의 잣대로 판단하는 태도는, 종종 사회적 광기를 부릅니다. 

중세 시대에는 교회권력에 의문을 품기만 해도 붙들려가 취조를 당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조선시대에는 정책에 대해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소인"이나 "사문난적"으로 몰려서 몰락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현대에도 이런 일은 계속되고 있지요.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로 몰려 잡혀가거나, 또는 선박침몰 사건 처리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살인마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몰리는 등.. 이런 것들이 다 극단적인 형태로 오염된 PC주의의 예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도 정치 커뮤니티 들어가면, 광기어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지요. "한쪽 정치세력은 완전히 악한 무리들이고, 그러므로 다른 한쪽이 다소 오류가 있어도 대의를 위해서 밀어주어야 한다" 라고 주장하는 거죠.

 

용어의 경제성


원래 논리적인 반박보다는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 더 쉬운 법이죠. 싸잡아 비난할 때는 대개 그걸 축약해서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이 있을 때 편리한 법이구요.

차별주의자나 보편적인 가치를 허물려고 하는 사람을 하나하나 논박하는 것보다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라고 정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편협한 사상을 강요하면서도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사람들을 비꼬아 "PC주의자"라고 표현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그 반대급부로, 온당한 의미의 PC운동이 조롱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건 래디컬 PC 운동가들이 자초한 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근데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단어는, 진짜 번역이 이상한 것 같아요. 정치적 견해에 "올바름"이 존재할 수 있는가, 형용모순 같네요. "충동적 계획", 또는 "낭비가 심한 구두쇠"처럼요.

더 읽어보기


정치적 견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사회현상이나 시사이슈에 대해서 종종 글을 쓰곤 합니다. 재미있으셨다면 다음 글도 읽어 보시고 생각을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유로운 비판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성공할까? 빅텐트는 어떻게?

들어가며 저는 이준석이라는 인물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할 때부터요. 처음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새누리다아 비대위원 시절에는요. 그냥 쇄신 이미지를 보여 주기 위한

bookpost.kr

 

읽어볼 만한 정치서적, <사림, 조선의 586>

오늘은 이라는 책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보수정파의 입장에서 한국의 입법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진보진영, 특히 이들의 구심점을 이루고 있는 586 세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bookpost.kr

 

뒤늦은 대선 관전평 (feat.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들어가며 최근 있었던 대선에서 보수정당 윤석열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5년만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팽팽한 접전 끝에 당선되었지요. 개표를 보는 저도 심장이 쫄깃쫄깃했는데, 당사

bookpost.kr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로버트 필의 곡물법 폐지)

들어가며 지난번 포스팅에서 잠시 소개했던,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라는 책을 계속 읽고 있습니다. 딱딱한 정치사 서적이지만, 정치 뉴스나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보수 정당

bookpost.kr

 

보수 혹은 자유주의 정당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인터뷰 보수 진보라는 말은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도 있고, 어떤 가치의 지향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특히 통합당을 향한 여론

bookpost.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