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용규 몽골 선교사의 자전적 수기랄까, 간증록 같은 책이다. 발행된 지 꽤 오래 되었는데도 상당히 많이 읽히고 있다. 좋은 책이다. 여러 번 읽었는데도, 여전히 좋은 책이다.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혹은 낙심이 찾아올 때마다 다시 펼쳐 읽으면서 힘을 얻는다.
이 책의 제목은, 어쩌면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분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몽골 선교사로 헌신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오해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의미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오히려 그 한 번의 선택보다는 순간순간 내 의지와 욕망을 ‘내려놓는’연습을 통해 오는 참된 자유와 평안을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학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도, 하버드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몽골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는 과정에서도,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과정에서도, 순간순간 자기의 의지와 욕망을 내려놓을 때 하나님께서 어떻게 은혜를 배푸시는지 그 생생한 이끄심의 기록이 담겨 있다.
책의 띠지에 “하버드 박사 이용규의 천국 노마드”라고 쓰여 있다. 이 땅에서의 삶이 그야말로 ‘노마드’, 유목민의 삶임을, 나는 잊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땅에서의 안위, 부귀, 영화, 재물, 권세, 어쩌면 그런 것들을 지나치게 추구하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추구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룬다 한들 그 자체가 항구적인 행복과 평안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닌데도, 세상이 주는 유혹과 그 달콤함에 맞설 용기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 오직 하나님만이 환경과 상황을 초월하시는 공급자요, 반석이시요, 방패이심을 간증한다. 순간순간 상황을 통해서 우리의 심령을 만지시고 가르치시고, 이끌어 가심을 간증한다. 되돌아보면, 저자에게만 그러한 경험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입시 준비 하는 동안, 학위 공부 하는 동안, 회사에 들어와서도 순간순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고, 그분의 도우심과 인도하심, 그리고 베푸심이 없었다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누리고 있는데도, 나는 그 손길에 너무도 둔감했던 것 같다.
많은 재물을 소유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공급자이심을 확신할 때 평안이 찾아온다.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함을 의지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도자 되심을 확신하고 나아갈 때 순조롭게 일이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바탕에는, 반드시 그러한 고백이 담겨야 한다. “하나님 이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것입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것을 내려놓습니다.” 나는, 회사 업무를, 내 야망을, 내 가정을, 가족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를,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분히, 완전히, 내려놓았는가? 오직 하나님꼐서 내 인도자가 되신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평안을 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졌는가 자문해 볼 일이다.
어쩌면 하나님의 시간표와 하나님의 계획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분히 내려놓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중동에 선교사로 보내시면 어떡하지.”, “그러다가 내 모든 재물을 다 가난한 자를 위해 버리라 하시면 어떡하지.” 이에 대해 또 다른 책에서 앤드류 워맥 목사는 단호히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해하려고 일을 꾸미지 않으십니다.”
저자는 책의 어느 곳에서 말한다. 내려놓는 것은 하나님을 위해서 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고. 시편 저자가 말했듯, 세상에 있는 모든 만물이 다 하나님의 것인데, 우리가 하나님께 무엇을 드린다 한들 그것이 하나님께 무엇이 유익하겠는가. 결국은 좋은 것으로 채우시기 위한 하나님의 제안인 것인데, 그것을 믿지 못하는 우리의 얕은 신앙이 진정한 평안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앤드류 워맥 목사가 그의 책 “재정의 청지기 직분”에서 말했듯, 내가 나 자신의 공급자라고 생각할 때 재정의 공포와 두려움이 커진다고 했다. 이 책의 주된 메시지와도 맥이 닿아 있는 듯하다. 내가 더 노력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 해, 내가 더 열심히 해서 성공해야 해, 내가 해야 해, 내가, 내가…. 결국 그것이 나를 옥죄게 하고, 워커홀릭으로 만들고, 쉬면서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내려놓을 때 평안해진다. 하나님께서 인도해 가신다는 것을 믿자. 눈에 보이는 회사, 내 업무, 내 상사가 나를 먹여살리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이면에 하나님의 공급하심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나님의 공급하심은 눈에 보이는 환경과 제도를 넘어섬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그분의 지혜와 인도하심에 모든 것을 맡길 때만이 가장 최선의 길로 나아갈 기회가 됨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된다.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전적 신뢰만이 진정한 평안을 얻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우리가 하나님께 묻지 않는 이유는, 그분으로부터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듣지 못하는 이유는 순종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 계획표를 백지인 채로 하나님께 넘겨드리는 것을 주저한다. 대신 하나님께서 우리가 작성한 계획표를 보시고 결재해주시기를 바란다. (중략) 우리가 이렇게 인생의 계획을 하나님께 맡기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16
내 능력에 대해서는 기대할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나보다는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p.45
- 이 구절을 읽으면서, 과기원에서 학위연구 할 때의 기간이 생각났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쉬웠다. 어차피 내 손으로 하는 결과에 대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라리 속 편하게(?)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직장 생활이든 대학원 생활이든, 비슷할 것이다. 저자의 생각에 많은 공감이 되었음.
광야에서의 고난이 크면 클수록, 하나님께 자신의 미래를 맡기는 것이 더 쉬워진다. 어차피 내가 삶을 이끌어가는 것보다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p.56
“혹시 응답에 없을 때 그저 움직이지 않고 데드라인을 넘기기까지 기다려 본 적이 있습니까?” (중략) 응답을 받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결코 늦게 응답하지 않으시며, 가장 좋은 타이밍을 알고 계신다는 것을 신뢰해야 한다. 미래의 계획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의 오랜 교제 가운데 하나님의 성품을 이해하고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고 신뢰하면서 조금씩 하나님께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p.62
우리가 위기 상황에 있을 때에도 여전히 하나님의 도우심을 신뢰함으로 평안 속에 거할 수 있다면,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는 친밀한 것이다. (중략) 하나님은 우리의 실수까지도 그분의 계획 가운데서 완벽하게 이용하는 분이시다. 우리의 무지마저도 하나님은 그분의 뜻을 이루어가는 도구로 사용하시는 것이다. p.76
- 심령이 동요된다는 것은, 그 상황에서 잃거나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평안을 잃지 않는다면, 그것은 충분히 내려놓았다는 뜻일 것이다.
모든 일 가운데 하나님의 선이 이루어질 것을 신뢰할 때, 우리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게 된다. 그리고 이 진리에 대한 믿음이 우리 삶을 평강으로 인도할 것이다. p.79
- 이 구절에서, 내 안에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예수님이 정죄를 경계하시면서 판단하지 말라고 하신 이유는 판단받는 사람을 보호하시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판단하는 사람을 그 판단의 흉악한 결과로부터 보호하시기 위해서다. p.148
우리는 때로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판단하고 괴로워할 때가 많다. 결국 내가 나를 판단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평온을 되찾을 것이다. p.152
- 충분히 하나님 앞에 충성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지나치게 자책하고 판단하지 말자. 어차피 나는 완전하지 않은 ‘사람’아닌가.
하나님께서 우리가 사역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도록 하시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영광을 독차지하시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욕구에 묶여 하나님보다 사역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면, 오히려 사역에 구속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묶이는 그곳에서 항상 사탄이 우리에게 올무를 걸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p.179
- 사역이란, 선교사에게는 선교지가 될 것이고 직장인에겐 일터가 될 것이다. 어쩌면 나 역시도 회사 업무평가나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순간순간 하나님께 기대어,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할 뿐, 그 이상의 평가나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기대하거나 연연하는 마음을 다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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