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만 보고서, 마음 비우기 혹은 마음 다스리기 등에 관련된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스님이 썼던 그 책, 이름이 뭐더라, 반응하지 않는 연습이던가. “연습”이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어서 그런 인상이 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은 단순한 마음 다스리기나 인격적 수양에 관한 고찰을 담은 철학 책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성과를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논하는 일종의 성과향상 자기계발서에 더 가깝다. 저자 조너선 페이더는 스포츠 심리 컨설턴트로서 많은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컨설팅 경험을 스포츠 외적인 분야에까지 확장 적용시켜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 훈련이 무엇이며,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러한 훈련을 수행하는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독자들도 직접 따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습 프로그램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여러 사례를 통해 그러한 연습이 유효할 뿐 아니라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
●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기
가장 와 닿았던 내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과를 직접 통제할 수 없다. 직장인이라면 인사고과 잘 받기, 학생이라면 어느 대학 합격하기, 스포츠 선수라면 이번 시즌에서 승률 얼마 달성하기, 투자자라면 수익률 얼마 확보하기 등의 목표를 세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 결과를 불러오기 위해 과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행동한다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행동과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중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나는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에게 스스로 통제 가능한 것들에 집중하라고 당부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중략) 모든 사람에게 단순하면서도 확고한 출발점은 우리 자신에게 그러한 결과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행복이나 만족감, 건강, 재산 혹은 삼진 등 우리 삶에서 드러나는 모든 성과나 결과는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행동과 반응에 대한 심리적 준비에 불과하며, 이는 목표 달성의 수준과 정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중략)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때, 신체적·정신적으로 올바른 태도를 유지할 때, 모든 것을 바치고 결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승리한다.
● 배움과 발전의 과정을 즐기기
무엇이든, 배움의 과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임한다는 아이디어는 참 멋진 것 같다. 실패와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어제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는 것. 회사 업무도 그렇게 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하루 더 배우고 발전한다는 마인드와 자세로 일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면, 결과나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여정의 마지막에 놓인 ‘성취’에 집착하지 말고, 배움과 발전의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과정의 즐거움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배움과 발전의 과정을 진정으로 즐길 때 우리는 선수들이 종종 말하는 ‘정신적 강인함’을 유지하기 위한 연료를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진정한 성공을 거둔 선수들은 경기의 승패를 떠나 시합과 경쟁을 즐긴다. 그들은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해 전체 과정을 과감하게 뜯어 고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결과의 압박에서 벗어나 스포츠의 즐거움을 누린다. 지금은 고인이 된 프로 포커 선수 아미르 바헤디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살려면 기꺼이 죽어야 한다” (중략)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를 인정하고 내버려둘 때, 우리는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
● 과정 중심의 목표설정
목표 설정에 관한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이 올바른 목표인가? 우리가 원하는 대부분의 최종 결과는 우리가 직접 통제하거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제로, 우리의 목표도 “~되기” 등과 같이 최종적인 성과 중심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생산 수율 몇 퍼센트 달성하기, 인사고과 A 받기 등과 같은 목표는, 내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목표라기보다는 일종의 표어 같은 것이다.
대신, 그 성과를 얻기 위해, 혹은 그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목록으로 목표를 삼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야구 선수가 안타를 칠지 말지는 그가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상대의 투구를 분석해 보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통제 가능한 행동을 위주로 목표를 설정하는 전략은 효과적인 것이다.
회사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보다 더 좋은 성과 내기” 등과 같은 것은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막연한 것이다. 오히려, “매일 현재 팀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두 시간씩 생각해 보기”, “매일 논문 한 편씩 읽기”등과 같이 직접 할 수 있는 요소들, 그러면서도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여 주는 행동들을 위주로 목표를 설정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과정 중심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를 더 잘 하고 싶다”라는 소망은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 ... 결과에 기반을 둔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 기반을 둔 목표를 수립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 지름길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정신적 지도를 그려보는 것이다.
목표에 대한 평가를 위해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과정 기반의 목표(행동과 반응에 초점을 맞춘)인가, 아니면 결과 기반의 목표(성과에 초점을 맞춘)인가?
•그 목표는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외부 요소들로부터 얼마나 영향을 받는가?
•목표 달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성공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인가?
● 행동 중심의 시각화
‘끌어당김의 법칙’이 한때 아주 유명세를 탔었다.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 잠재의식에 긍정적인 암시를 보냄으로써, 행동과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히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과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는 요법 중에서 “시각화”가 있다. 꿈을 생생하게 상상하고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을 이룰 가능성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모치즈키 도시타카의 <보물지도>시리즈에서도 강조되었듯, 원하는 목표를 매일같이 상상하고 이루어진 것과 같이 누리고 꿈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 책에서는, 최종적인 목표만을 상상하고 끌어당기는 것이 직접적으로 결과를 불러오지는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과 중심적인 목표 자체가 별로 효과적인 것이 아닌데, 막연히 그것을 상상하는 요법을 저자가 별로 지지할 리가 없는 게 당연하기도 하다. 목표가 과정 중심적이어야 하듯, 우리의 시각화와 상상력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 선수가 실제 배트를 휘둘러 볼 기회는 물리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시간과 기회의 제한이 있기도 하고, 신체적인 제한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필드에 나가 있지 않을 때에도 배트를 휘두르는 상상을 통해서 실제의 연습 효과와 근접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이 상상의 과정을 통해 여러 복잡한 활동에 대한 계획을 무의식적으로 수립하고, 그렇게 수립된 계획은 실제로 실행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로드맵으로서 기능하게 된다고 말한다.
결승전에서 승리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과같은 결과적인 상황에만 주목한다면, 자신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개선해 줄 실질적인 장면들을 떠올리기가 어려워진다. 결과에 대한 시각화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러한 방식으로는 시각화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없다.
이 외에도, 객관적 낙관주의에 기반을 둔 긍정적인 자기 대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호흡 기술, 올바르고 효과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 등, 성과와 성취를 위한 다양한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 자체보다도, 그 결과를 얻기 위한 로드맵 위에 있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들이다. 그렇게 할 때 원하는 성취를 얻을 가능성이 많아진다. 또한 성취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 권한 밖의 일이니까), 배움과 발전의 과정을 즐겼다는 그 자체가 진정한 성취 아닐까. 철학책인 줄 알고 펼쳤지만 철저한 실용서적이자 자기관리 서적이었던 책이, 결국은 철학적인 사유와 통찰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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