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전쟁> 을 읽으며 (1)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경우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막대한 군사력을 가진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 그 규모는 얼마나 클 것이며, 그 참상은 또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두 나라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의 운명은 어찌될 것이며, 북한은 어찌될 것인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의 "예정된 전쟁"이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책에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그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사이의 긴장이, 물리적인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에서 있었던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전쟁을 비롯하여 다양한 역사 속 전쟁의 사례로부터, 기존의 패권국과 이에 도전하는 신흥국 사이의 긴장은 의외로 쉽게 전쟁으로 비화되었음을 소개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도, 얼마든지 물리적인 충돌, 그리고 전면적인 전쟁이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어떤 경우에 그럴 수 있겠는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피하기 위한 조언, 또는 충고도 제시한다.
내용소개 (1)
1장.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1장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국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상세히 기술한다. 저자는 이 장을 통해,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행위자가 되었다고 단언한다. 2014 년에 이미 중국의 GDP 는 미국과 대등해졌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회 인프라를 건설했다. 30년도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1인당 평균 소득은 40배가 늘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성장 속도도 조만가 미국을 따라잡을 만큼 빠르다. 군사력도 미국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일대일로 사업을 비롯하여 국제사회 무대에서도 독자적인 클럽을 형성하고 있다.
2장. 전쟁이 일어나는 진짜 이유
2장에서는, 아테네 역사가 투키디데스 가 해석한 필로폰네소스 전쟁을 소개한다. 전쟁은, 이유가 될 만한 큰 사건에 의해서만 발발디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패권을 거머쥔 나라와 새롭게 부상하는 나라 사이에는 극심한 긴장이 조성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불씨조차도 대규모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Trigger 가 무엇이냐의 문제일 뿐 패권세력 간의 팽팽한 긴장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는 한, 전쟁은 거의 필연적이라는 의미이다.
3장. 지난 500년간의 전쟁사례
3장에서는, 지난 500년간 일어났던 신흥국과 지배국 사이의 갈등을 소개한다. 열 여섯 개의 사례 중 전쟁을 피한 경우는 오직 네 개의 사례 뿐이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가, 전쟁이 일어나기보다 어렵다는 뜻이다.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은 다양하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신흥국이 지배세력에 의해 부당하게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어느 순간 그것을 감수하는 것보다 전쟁을 감내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게 되는 임계점이 찾아올 수 있다. 한편으로 최강국은 신흥국의 부상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가진다. 신흥국의 야망과 최강국의 경계심이 맞부딪쳐 긴장이 조성되고, 이 때 전쟁이 발발한다는 메커니즘은 공식처럼 반복되었다.
4장. 영국과 독일의 사례
4장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전후의 유럽 정세를 자세히 리뷰한다. 지배국이었던 영국과 이에 도전한 독일 사이의 전쟁이 어떻게 발발했는지 차근차근 분석한다. 독일의 군사력은 영국을 위협했고, 영국도 압도적 1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함을 증강했다. 1위를 포기하는 것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었고, 1위를 유지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은 그 자체로 전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는 딜레마가 있었다. 만약 독일이 추구하는 목표가 영국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상대의 의도를 알수 없는 이상, 『의도 같은 것은 아무 상관이 없으며,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역량 (인용)』 이다. 쌍방은 모두 상대의 속뜻을 알지 못하고, 오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단호함을 보여주지 않으면 밀린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 와중에 상대국에 대한 자국민의 적개심, 그것을 활용하는 강경파 정치인들에 의해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이쯤 되면, 군비경쟁을 늦추자는 상대의 제안도, 자국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로 오해된다. 전쟁은 그렇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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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보다 전쟁이 일어나기가 쉽다고 지적한다.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받아들일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로서, 전쟁이란 "매우 드문 정치적 사건"으로만 생각했는데,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국지전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양국간에 쌓인 앙금과 적개심으로 인한 팽팽한 긴장감이 환경을 조성하고,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 전쟁을 불러 일으킨다는 메커니즘은 유사하게 반복되는 것 같다. 국가는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개인보다 훨씬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었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는 전쟁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이 매우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국내의 여론과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강요당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도.... 전쟁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인상적이었다.
저자 소개 : 그레이엄 앨리슨
앨리슨 교수는 1940년생으로, 올해 80세이다. 정치학 교수로서,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초대 학장을 지냈다. 미 국방부의 장관 특별보좌관, 그리고 차관보를 지냈다. 1985 년부터 미 국방부에서 정책적 자문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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