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정보가 곧 지식인 것은 아니다. 정보와 정보가 연결되어 맥락을 이룰 때 하나의 지식이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공유되는 자료는 엄청나게 많다. 하나하나의 자료를 보면 다 이해가 간다. 어떤 데이터의 수치가 얼마가 나왔다는 정보, 어떤 제품의 수율은 몇 퍼센트가 나왔다는 정보 등등. 그 정보의 내용 자체는 이해가 가지만, 신입사원 시절에는 단편적인 정보를 메모만 할 뿐, 그리고 몇몇 가지를 억지로 머리에 쑤셔넣고 기억하려고 애쓸 뿐, 그 자체에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혼돈의 신입사원 시기를 지내고 나서는, 각각의 정보와 정보 사이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 이건 이랬고, 저건 저랬는데, 그러면 이러이러하다는 이야기가 되네?" 라고 맥락이 정의가 되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여러 단위의 정보를 묶어 나만의 가설을 세우게 되었고, 거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붙이다 보면 또 나름대로의 썰이 만들어졌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노는 만큼 성공한다" 의 제3장에서는, 익숙한 것들을 낯선 맥락으로 연결하는 것이 곧 의미있는 지식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알려져 있는 정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엮어서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곧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창의성은 생소한 연결에서 나온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새롭게 엮는 과정이 곧 창의이다. 낯선 것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창의적인 활동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예술"인데, 책에서 인용한 바에 따르면, 예술은 사물을 낯설게 만들어 "지각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다.
"예술에 있어서 지각의 과정 자체가 미적 목적이며 이 과정을 오래 끌 필요가 있다" 라는 문장이, 굉장히 와 닿았다. 최근에 이날치밴드의 "범 내려온다" 라는 곡이 대 히트를 쳤다. 나도 한 백여번 들은 것 같다. 판소리랑 현대 비트를 엮어서 (즉 연결해서) 어쩌면 이렇게 멋진 곡으로 만들어 냈을까? 처음에는 정말 생소했다. "응? 이게 뭐지?" 낯설고,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 들으면서 익숙해지니 유쾌 발랄하고 특이한 느낌이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담. 아내는 오르간 연주자이다. 오르간 연주곡은 엄청나게 웅장한 데다가, 굉장히 많은 배음이 함께 울려서 화음을 이루기 때문에 처음에는 듣기가 굉장히 힘이 든다. 불협화음처럼 들리기 때문. 이게 대체 뭘까?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불협화음의 낯설음 자체가 오르간음악이 예술이 되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자꾸 들으니 그 안에서 패턴이 느껴지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오르간 음악 자체만의 장엄한 멋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고는 있다. 아직도 막귀이긴 하지만....
어쨌든 저자는, 놀이를 통해서 낯선 것들을 새롭게 연결하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레고를 이리 저리 조립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듯,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작품이 생겨나듯, 업무도 그렇게 재미있게 놀이처럼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연결이 탄생하게 되는 것 아닐까?
내 관점에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놀이라는 요소를 통해서 어떻게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의 방법론보다는, 놀이가 가지는 속성 (연결성, 창의성 등) 을 업무에 대입해 보면, 업무에서도 놀이적인 요소를 발견해야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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