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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독서노트

셜록 홈즈에게 여동생이 있었다?! : <에놀라 홈즈> 를 보고나서

by 데이빗_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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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만나게 된 미스터리 걸크러쉬 영화 <에놀라 홈즈>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

 

크레딧 영상이 재미있어 보여서 시도해 보았습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미스터리 또는 수사극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는데, 미스터리답지 않게 유쾌하고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생각할 만한 내용도 많고, 기억에 남는 대사들도 있어서 나누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에놀라 홈즈> 를 보고나서

 

영화 제목 <에놀라 홈즈>는, 여주인공의 이름입니다. 밀리 보비 브라운이 배역을 맡았고, 사회적 관습이나 강요된 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소위 '신여성'이지요. 오빠인 셜록 홈즈 (헨리 카빌 분) 를 닮아서 뛰어난 추리력을 보입니다. 탐정으로서의 활약이 기대되네요.

 

주요 인물들 소개

 

셜록 홈즈 (헨리 카빌) : 에놀라 홈즈의 오빠. 침착하고 차분. 처음엔 약간 캐릭터 뭔가 싶었는데, 동생인 에놀라를 아껴주는 츤데레 같은 느낌으로 기억합니다. 정치적 /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그리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캐릭터.

 

마이크로프트 홈즈 (샘 클라플린) : 에놀라의 큰오빠, 셜록의 형이죠. 보수적이고 완고하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자기주장 강한 여동생을 억압하는 완고한 인물.

 

유도리아 홈즈 (헬레나 본햄 카터) : 홈즈 삼남매의 엄마. 에놀라를 신여성으로 교육시킨 장본인. 어느날 갑자기 에놀라를 두고 사라지는 것으로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됨.

 

튜크스베리 자작 (루이 파트리지) : 처음에는 약간 샌님, 또는 그냥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 이미지로 나오는데, 극의 전개와 결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네요.

 

스토리라인

 

에놀라의 두 오빠는 일찌기 장성해서 사회생활 하고 있지요. 막내인 에놀라는 집에서 엄마랑 둘이 살면서 엄마에게 모든 교육을 받습니다. 고분고분하게 앉아서 "현모양처"가 되기 위한 교육보다는, "문무를 겸비한" 신여성으로 자라게 되죠. 엄마는 에놀라의게 서재에 있는 책들을 모조리 다 읽게 하고, 운동이면 운동, 예술이면 예술, 심지어 과학 실험까지, 모든 분야를 두루두루 다 가르쳐 줍니다.

 

그렇게 에놀라를 돌봐주고 가르쳐주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죠.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홈즈 삼남매가 집에 모입니다. 큰오빠 마이크로프트는 엄마를 대신해 에놀라를 보호할 의무가 짐이 되었던지, 현모양처를 키워내는 기숙학교에 여동생을 넣으려 하죠. 그곳에 가기 싫었던 에놀라가 집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겪는 온갖 우여곡절과 모험담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 라인입니다.

 

여성 참정권 투쟁

 

흥미진진한 모험담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이 영화는 20세기 초에 있었던 여성 참정권 투쟁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서프러제트 운동이라고 하지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중간중간 나오는 소품까지도 여성 투표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자들의 정치적 요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실제로 영화에서처럼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폭력까지 불사한 여성결사단체까지 있었다고 하더군요. 영화에서 이따금 나오는 걸크러쉬 액션들이 그러한 역사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참정권이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영화는 여성의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사회참여를 제한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여성다움"이라는 덕목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다소곳하게 걷는 방법부터 우아하게 웃는 방법까지 배워서 여성다운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가르치는 기숙학교 교장이나 큰오빠 앞에서 보여주는 에놀라의 행동은, 구 질서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페미니즘 운동가들의 저항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것이겠지요.

 

성대결보다는, 진보와 보수의 경쟁

 

여권신장의 역사를 그린 영화들은 흔히 성대결적인 구도로 전개될 거라 짐작하기 쉽지만,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난 전개도 신선했던 것 같습니다. 에놀라를 지지하는 남자 조연들이 있는가 하면, 여성다울 것을 강요하는 여자 캐릭터가 있다는 게 그런 거죠. 남녀 간의 갈등이라기보다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간의 정치적 경쟁구도가 더 드러나는 것 같네요.

극중에서 한 귀족 가문의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보수주의자, 그리고 기득권층이 사회개혁을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진보주의자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손에 쥐지 않았지만 더 나은 것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신경과학적으로도 도파민의 작용이 더 활발해서, 더 나은 게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꾼다는 것이지요. 그걸 바라보는 (그리고 현재 가진 것을 유지하고 지키기를 원하는) 보수주의자들은 뜬구름 잡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시간이 걸릴 뿐이지 진보주의자들의 아젠다는 결국 보수층에도 흡수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역사가 어땠는지는 좀더 조사해 보아야겠지만, 영화에서 결국 상원은 선거법 개정을 의결하죠. 진보진영의 아젠다가 결국은 기득권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군요.

 

영국 보수당의 생존사를 다룬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라는 책을 보면, 영국 보수는 기본적으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기존질서의 유지를 선호하지만, 기득권의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점을 넘기 전에 변화를 받아들이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고 합니다. 한발 물러서지 않으면 가진 것을 다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국 정치 지형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함께읽기 : 국민의힘, 그리고 영국 보수당(feat.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큰오빠 마이크로프트와 달리, 작은오빠인 셜록 홈즈는 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지해 주는군요.

 

아무튼 에놀라 홈즈는 유쾌한 탐정수사극의 형태를 빌려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해 주는 유익한 영화였다고 생각됩니다. 셜록 홈즈에게 깨발랄한 여동생이 있었다는 설정은 참신해 보이네요. ^^ 영상미도 뛰어나고, 곳곳에 명대사도 있었어요. 리디북스에서 에놀라 홈즈 시리즈가 있는데, 총 여덟 개의 시리즈로 되어 있네요. 재미 삼아서 한번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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