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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생각모음

이제부터 모든 회의는 전면 금지

by 데이빗_ 2020.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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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대유행이다. 하루에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새로이 확진되고 있다. 누적으로 따지면 엄청난 숫자. 그 동안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청정구역으로 관리되어 왔던 회사마저도 확진자가 몇 명씩 생기고, 그와 비슷한 동선을 거쳤던 사람들은 자가격리되는 등, 정말 피부로 느껴질 만큼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회사는 나름대로 대응해 온 것 같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비상 본부를 초창기부터 설치하고, 회사 들어올 때 열체크는 기본일 것이다. 식당 좌석에 앉을 때도 카드키를 설치해서, 누가 몇 시에 어느 섹션에서 밥을 먹었는지 다 기록으로 남게 되어 있다. 각 팀마다 인원을 반으로 쪼개서, 근무지를 달리 한다. 그렇게 해야 누군가 확진자가 나와서 자가격리 되어도 업무가 마비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10명 이상 모이는 대규모 회의는 금지하고, 스태프들이 돌아다니면서 체크를 한다. 소규모 회의도 가급적 지양하라고 권장한다. 그렇다고 회의가 없어지기는 쉽지 않았지만.... 임산부들은 특별휴가를 를 부여하고, 회사 들어올 때 열이 나는 사람들은 출근하지 말고 특별휴가 부여해서 다 집에서 쉬도록 한다. 마스크 안 쓰고 있으면 벌금도 문다. 

 

최근 대유행을 맞아서 회사 방역지침도 한층 강화되었다. 제일 피부로 와 닿은 것은, 모든 대면 회의의 전면 금지 방침이었다. 회의 자제령이 내려져도, 탑팀의 의사가 조직 하부까지 전달되기는 힘든 모양이다. 그건 조직문화가 보수적이어서라기보다도, 그 동안 해 오던 업무 문화나 관행이 가지는 고유의 관성 때문일 것이다. 경영진에서 그걸 알았는지, 내가 느끼기에는 상당히 공격적이고도 거친 (?) 처방을 했다. 모든 회의실의 문을 테이프로 봉인해 버린 것.

 

회의실 문을 봉인해 버렸다.

 

진짜, 회의실 문을 완전히 다 테이프로 발라 놓아서, 문을 열려면 (강제로 열면 열 수야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번거로움과 주위의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회의를 하면, 진짜 혼나는 거다. 일선에서는 이슈에 대해서 논의할 장소가 없으니 상당히 불편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극약 처방을 하지 않으면 대면 미팅이 일소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면 코로나도 위험해지겠지... 익명 게시판에 어떤 분의 말에 따르면... 미팅하는 사람들은 공안사범에 준해서 처벌해야 한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도 있다.

 

그래도 회사에는, 컨퍼런스 콜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고, 원격으로 누구에게나 화면을 공유할 수 있게끔 내부망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회의를 할 수 있다. 나같은 얼리어답터(?)들은 신기능 사용하는걸 즐기는 타입이라서, 초창기부터 유용하게 잘 사용해 왔다. 협업부서 사람들과 여러 명이서 메신저로 대화를 하다가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상황일 때, 사람들 시간 확인하고 빈 회의실 확인해서 예약하고 이동해서 만나고.... 그러느니 이렇게 이야기하면 된다. 

 

"지금 잠깐 이야기 하실까요? 컨퍼런스콜 XXXX 번으로 들어오시고, 화면 뿌려 드릴께요."

 

그러면 30분 걸릴 회의도 10분이면 된다. 

 

아무튼 여러 모로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런 기회로 회의문화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당장 정기 아침미팅이 없어지니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고, 좀더 생산적인 업무 방식을 도출할 수 있는 찬스도 되었다. 여러 모로 회사의 이번 조치는 환영할 만 한 것 같다. 

 

그런데 다음 주에 본부장 주관 미팅은 예정대로 대면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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