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최근 부동산 시장 동향을 공부해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이나 경기 메이저급 지역이라고 볼수 있는 분당, 판교, 수원 등에 살았더라면 꽤 동 많이 벌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아무 의미없는 가정을 해 보면서, 그쪽으로 이사를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 현재로서는 규제지역 대출규제가 워낙 심해서 당장 옮기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지요.
저는 회사 때문에 이천이라는 소도시에 살고 있는데, 아이들의 학령기가 되면 좀더 큰 도시로 이사를 가시는 분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아이들 교육 문제도 있고 생활인프라 측면에서도 살기 편한 큰 도시로 나가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저한테도 언제 이사 갈 거냐고 물으시는 분도 가끔 계시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나름대로 기준을 조금 줄이면, 소도시에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그나마 그리 빡빡하지 않게 사는 것도 소도시에서 사는 게 적지 않게 한 몫 하는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어려서부터 대도시에 살았기 때문에,이천이라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신혼 살림 차리는 게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이천에는 큰 서점도 없고, 학생 때 종종 가던 패밀리 레스토랑도 별로 없고,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재미있고 자극적인 거 좋아하던 30대 초반에는 여러 가지로 심심한 도시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이가 생기고 키우면서, 그리고 조금 나이가 들면서 적응이 되고 나니 작은 소도시에 사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주하는 게 될까 싶어서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대도시로 나가야 할 필요성도 아직은 크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은 제가 작은 도시에 살면서 느낀 장점들 위주로 써 보고 싶었습니다.
작은 도시 (경기도 이천) 에 살면서 좋았던 점은?
첫째, 주거비가 저렴하다
인구가 많지 않은 도시에 살면서 첫번째로 좋은 점은,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이겠지요. 서울이랑 대부분 경기 지역이 아파트 가격이 무섭게 올랐고, 이천도 (풍선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많이 오르긴 했지만, 제가 집을 살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회사 가까운 곳에 저렴하게 집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낡은 24평 복도식 아파트였지만 1억2천에 살 수 있었고, 조금 돈을 모아서 신축으로 이사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사회 초년생이 보금자리를 꾸미기에는 (물론 직장이 가까이 있어야겠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금액적으로 조금 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권은 집값이 비싸지만 그만큼 많이 오를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것도 맞겠지요. 하지만 부동산에 묶여 있는 돈이어서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제약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집값이 올라도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는 점은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지만, 이천은 상대적으로 땅이 많고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여력이 많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값 부담은 덜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이자부담이 덜하니까, 상대적으로 가처분소득이 좀더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둘째, 조용하고 한적하다
조용하고 한적한 도시 분위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도 적고 인프라도 없어서 낙후되고 재미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렇게 조용하고 한산한 곳에서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이 없어서 불편하지만, 자동차가 있으니까 이동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시설 (영화관이나 좋은 식당, 서점, 쇼핑몰 등등?) 이 부족하긴 하지만, 아이들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영화관에 갈 찬스가 별로 없고, 요즘은 코로나 시대라서 더더욱 대중문화시설 이용이 어렵다 보니 큰 아쉬움이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큰 서점이 없다는 건 단점이긴 한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사서 보는 게 더 편하고, 전자책도 많이 보급되고 있어서 나름대로 적응하는 방법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셋째, 상대적으로 대도시권과 가깝다
마음을 먹으면 주변 대도시권으로 나가기도 쉬운 것 같습니다.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분당이나 판교, 수원까지는 접근할 수 있지요. 대도시 생활권에 수요가 있을 때는 나들이 삼아서 쇼핑, 데이트도 하고, 서점에 가서 책도 사 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천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한 시간 내에 서울까지 갈 수 있어서 강남까지 접근도 가능하구요. 빨간 광역버스가 있어서 잠실도 바로 갈 수 있고, 대도시 접근성은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크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수원/판교 정도에 대도시 생활권을 누리려면 이천/여주 정도가 마지노선일 것 같네요. 소도시라고 다 좋은 건 아니고, 어느 정도 대도시에 가까워야 한다는 점은 있긴 하군요.
넷째, 지방 갈 때 교통이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중부 / 영동 고속도로와 접해 있어서 충청도 / 강원도 쪽으로 나가기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동해바다 놀러갈 때,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경기외곽까지 일단 한시간 먹고 시작해야 하는데, 이천은 바로 강원도 접근이 되니까 시간상 절약이 많이 되더라구요. 충청도 쪽으로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고요. 상대적으로 자연환경을 누리기 위해서 근교로 나갈 때 용이하다고 생각됩니다. 양평 / 여주 / 충주 쪽으로 접근하기가 쉬워서, 괜찮은 카페나 식물원, 아이들과 함께 자연 공기 마시러 갈 때도 많은 시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이들이 어릴 때는 꽤 괜찮은 장점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지방에 계신 부모님 댁 방문하고 돌아올 때 보면, 여주분기점에서부터 많이 막히더라구요. 거기서부터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뜻이겠지요. 저 같은 경우는 거기에서 고속도로 빠지면 바로 집이니까 교통체증에서 조금은 자유롭지요. 서울 / 분당 / 판교 / 수원 / 인천 살았더라면 한 시간 더 운전했어야 하니까... ^^
마치며
어쩌면 정신 승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족하고 살 수 있다면 꼭 대도시로 나가야 한다는 명제에 매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도시에 대기업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약 회사가 서울에 있었다면 이야기는 또 달랐겟지요.
아이들 교육이나 앞으로의 자산형성기회 등을 봤을 때, 이천이 최선의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 당분간은 여기에 만족하고 조금 더 살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나름대로 제가 사는 지역에 조금 더 정이 든 것 같습니다. 어디 옮긴다는 가정을 해 보면, 좀 삭막하고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대기업이 소도시에서 많은 고용을 일으킨다면, 꽤 괜찮은 복지가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아무리 집값이 싸더라도 직장이 없으면 살 동기가 떨어지는 것이니까요. 이런 쪽으로 정책을 개발하면 어떨까 생각이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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