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 방문기

출처: 우울할 땐 뇌과학

 

최근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우울증이라는 증상에 대해 뇌과학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 과학적으로, 그러면서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우울증을 완화하기 위해 실천해 볼 수 있는 실제적인 제안들도 함께 담고 있는 매우 좋은 책이다. 독서 후기는 적당할 때 다시 한번 올려볼 예정이다.

우울증 진단기

 

몇 년 전,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진단을 받기 전에는 우울증인지 몰랐지만. 주요 증상은 심한 감정 기복과, 자기비하적 사고방식.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누군가 발표나 제안을 하면, "나는 왜 저런 제안을 란지 못했지?" 하면서 나와 비교하는것이다. 상사가 다른 사람에게 업무 지시를 하면, "왜 나에게 시키지 않지? 저 사람보다 내가 덜 신뢰할 만한가?" 라는 식의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 의견에 반대 생각을 말하면 나를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쓰고 나니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처럼 보이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상황을 자주 부정적으로 해석했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감정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행복한 삶은커녕, 회사에서의 정상적인 커리어 축적에도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 방문기


정신과에 익숙해진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 난 정신과라 하면 엄청 심각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생활이 전혀 안 되는 심각한 수준이 되어야 가는 곳. 그 때만 해도, 내가 '정신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모든 게 마음먹기 나름이지 무슨 병원 싹이나...'정도로 생각했을 뿐. 그래도 워낙 감정 기복이 심했고, 이런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정상범주는 아닌 것 같아서, 상담 정도는 받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아무튼 꽤 큰 맘을 먹고 이천 시내에 있는 하은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찾아갔다.

정신건강의학과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건 없었다. 새로 개원해서 쾌적하고 깨끗했다. 기다리는 환자들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저 사람들도 다 나름대로는 사연이 있어서 왔겠지. 차례를 기다려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선생님은 정신의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여자분이었다. 진료 시간은 꽤 길었다. 증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주셨다. 못해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는 상담을 받았던 것 같다.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고, 내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낯선 사람과 "감정"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생각 외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감정기복에 관한 내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시고는, 상당한 수준의 우울증인 것 같다고 했다. 우울증이라고요? 제가 하루종일 우울해 있는 것도 아닌데요? 하루종일 기분이 다운되어 있어야 우울증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사고회로가 부정적인 루프에 자꾸 빠지는 것은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했다. 세로토닌이 충분치 않은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약을 처방해 줄 테니 복용해 보면 증상은 많이 가라앉을 거라고 했다.

약이라고? 난 그저 상담을 받으러 왔을 뿐인데. "정신적"인 문제에 "물리적"인 조치가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약을 처방해 주신다고 하니 갑자기 걱정이 됐다. 혹시 무슨 향정신성 의약품에 해당해서 그 약에 의존하지 않고는 못 사는 거 아닌지, 약에 취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등등… 그래서 또 한번 이것저것 폭풍질문을 해야 했다. 내가 먹었던 약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등등 복약후기(?)는 다음 포스트에…

후기


결론적으로 그 때 정신과 방문을 계기로 극심한 감정 기복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그 때 일이 계기가 되어 뇌과학과 세로토닌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책도 읽어보게 되었다. 신체 기능상 밸런스가 깨어져 발생하는 여러 질병들과 같이, 우울증도 신경전달물질간 밸런스가 깨어져 발생하는 질병의 일종이라는 것도.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라는 곳이 그렇게 방문하기 무섭고 부담스러운 곳도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선진국은 정신과 의사들에게 상담받는 것을 그렇게 터부시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진짜인지 모르겠다. 우리 나라도 이제 많이 인식이 바뀌어,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그렇게 거부감을 많이 가지지는 않는 것 같다. 처음엔 정신과 방문 기록이 직장에 공유가 되어서 뭔가 불이익도 남고 그런 줄 알았는데, 개인 의료기록은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은 국법으로 엄히 다스린다(?)고 한다.

아무튼, 정신과는 그렇게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와 같이 흔히 발생할 수 있고, 필요시 적절히 약을 복용하면 완화시킬 수 있다. 혹시 감정기복이 심하거나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불안하거나 감정이 다운되는 현상이 있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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