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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리뷰모음

우울증 치료제, 트라린정 복용후기

by 데이빗_ 2020.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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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린정

 

우울증 관련해서 병원 방문했던 경험담을 한번 남겼는데, 의사쌤이 약을 처방해 주어서 먹어 보았다. 내가 복용한 약은 "트라린정"이었는데, 주성분은 "설트랄린 염산염"이라고 한다. 말이 어려운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뇌 안에서 분비된 세로토닌이 다시 흡수되는 걸 막아주어서 세로토닌농도를 일정하게 지속시켜 준다고한다. 어려운 이야기는 그만 하고, (인터넷 찾아보면 다 나온다) 먹어본 경험담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감정 기복이 상당히 나아졌다.

 

먹기 전에는 작은 외적 자극에도 기분이 매우 나쁘거나, 급히 분노게이지가 올라가는 증상이 있었는데, 그런 경험의 빈도가 상당히 낮아졌다. 기분이 매우 좋아지거나 행복한 기분을 느끼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툭하면 기분이 나빠지고 갑자기 다운되고 자기 비하에 빠지는 현상은 많이 줄어들었다. 가족에게 화내는 횟수도 훨씬 줄어들었고 회사에서도 훨씬 덜 까칠하게 업무에 임할 수 있었다. 가끔 기분이 매우 나빠 있거나 다운되어 있으면 아내가 물어본다. "오늘 약 안 먹었어요?"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이 차이가 있는 걸 보면, 분명히 약이 작용하고 있다는 뜻. 

 

2.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의 완화.

 

이전에는 작은 일 하나도 나에게 불리하게 해석했다. 내가 뭔가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약을 복용하고 나서 며칠 지나 보니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게 큰일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불안감도 상당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모든 순간순간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약을 먹고 나니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쉽게 말하면 외적 자극에 좀 무덤덤해졌다고 할까.

 

3. 약간의 부작용

 

기분이 급격히 다운되는 일이 줄어든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 일도 줄어들었다. 감정의 진폭이 많이 줄어든 느낌. 음식이 막 땡긴다든지, TV를 보고 싶다든지, 어딜 놀러 가고 싶다든지 하는 욕구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나쁘게 말하면 의욕이 약간 하락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심각히 느껴지지는 않았다. 두통이나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내 경우에는 그렇지는 않았다. 이 약을 먹은 사람들 중에서 성욕이 줄어드는 현상들이 보고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먹어본 경험을 전반적으로 평가를 내려 보자면, 감정에 의한 충동적 행동이 줄어든 것 같다. 

 

4. 복용기

 

처음엔 반 알 (50mg)로 시작해서 한 2주간 경과를 보다가 조금씩 증량해 갔다. 최고 많이 복용할 때는 150mg정도를 먹었다. 요즘은 100mg수준으로 낮추었다. 의사선생님 권고사항은, 약 6개월 이상은 복용할 것. 어쩌다 보니 2년 정도 된것 같다. 장기복용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까 불안해서 복수의(?)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 보았다. "안전한 약이다. 몸에 쌓이지 않고 소변으로 다 배출되기 때문에 매일 먹는 것이다." 라는 답을 받았고, 2년간 복용했을 때도 몸으로 느껴지는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다. 이러다가 계속 먹는거 아닌가? 의사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그런 사람도 있기는 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른데, 지나치게 예민해서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다만 병원에 일정 기간마다 와서 처방을 받아야 하고, (적으나마) 돈도 들고, 귀찮고, 그러니까 어느 시점에는 치료를 종료하는 것이다."

 

5. 기타

 

약이 떨어질 때쯤 되면 병원에 가서 다시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시기를 놓쳐서 하루이틀 못 먹을 때가 있다. 복용 초기에는 하루 약을 거르면 기분으로 바로 느껴졌다. 장기적으로 복용하니까 약 복용 없이 4일에서 1주일 정도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 정도가 넘어가면 약간 어지럽다고 해야 하나, 또는 가끔씩 아찔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몸에 신호가 왔다. 사람에 따라서는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경우도 있는것 같다. 약에 의존성이 생기는건가 싶어서 의사선생님한테 물어봤는데, "고용량의 약을 복용하다가 갑자기 멈추면 당연히 그렇다. 치료를 종료할 때는,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한다."라고 조언해 주셨다. 약을 먹으면서 상당히 편해지다보니, 굳이 그만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상담시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같은 약을 처방받기 위해 2주 또는 한달 간격으로 방문하는데, 첫 방문을 포함해서 두세 번 정도는 의사하고 경과상담을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그랬다. 어느정도 익숙해지니까 진료를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도 매번 비슷하고 ("좀 어떠신가요?" - "많이 괜찮아졌어요. 특별한 이상은 없어요" 등) 그러면 진료 예약 또는 접수를 할 때 약만 처방받겠다고 하면 많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6. 결론

 

여러 말을 길게 썼다. 만약 성격이 예민하고 기분이 급격히 다운되는 현상이 지속되거나 빈번하면, 의사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가끔 회사에서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거나, 갑자기 한숨을 쉬면서 신경질을 자주 내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과거의 나를 보는 느낌인데, 정신과 상담을 권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나쁜 표현 말고 진짜로) 그래도 차마 그렇게는 못 하겠다. 나는 진짜로 효과를 본 입장에서 권해주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너 정신병인거 같은데 병원에 가봐라" 이렇게 받아들일까봐. 나도 정신과 상담을 받기 전에는 그런 거부감이 있었다. "내가 어때서??? 내 정신이 어떻다고??" 

 

우울증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피지컬한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 "마음먹기 달린건데 무슨.." 이런 마인드로 극복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게 있다. 물리적인 처방이 필요한 수준인데 그걸 몰라서, 또는 알면서도 거부감에 치료를 안 받는다면, 필요 없는 고통을 더 겪는 것 아닐까? 부모님 이야기 들어보면, 옛날 못살던 시절에는 병원이라 하면 죽을 병에 걸려야 가는 곳이었다고 한다. 요즘은 그냥 좀 이상하면 병원에 간다. 정신건강의학과도 그냥 큰 맘 먹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곳이니, 불편함을 느끼면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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