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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일기] 후배 사원의 말을 끊는 착한 리더

자기계발팩토리 2020. 12. 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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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휴가는 눈치보지 말고!

 

 

구성원: "팀장님, 저 이번 주말에 연차를 좀 쓰....."
리더: "넵 잘 다녀와요~"

직장에서 어느정도 연차가 되고, 정식 직책은 아니지만 한 파트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주니어 구성원들이 휴가를 갈 때는 사전에 꼭 나에게 이야기를 한다. "저... 이번 주 금요일에 휴가를 써야 할 거 같습니다." 휴가 가는게 잘못하는 것도 아닐텐데, 정말 어렵사리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다같이 바쁜데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는 대신 부담을 더 져야 하니 그에 대한 약간의 미안함, 그리고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특성상 쉬는걸 은근히 금기시하는 분위기, 그런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사수에게 휴가 쓰겠다고 말씀드리면, "응 그래, 무슨 일 있어?" 이렇게 물어봤다. 그 때는 전산으로 연차신청 올릴 때 휴가사유를 적는 난이 있었다. 보통 "병원방문", "은행업무" 그렇게 대답을 했다. 아픈데가 없어도, 스마트뱅킹으로 다 되어도. 어쩌면 그건, 타당하든 타당하지 않든, 그냥 직장인들이 휴가신청서에 쓰는 통상적인 문구인 거 같다. 어쩌면 결재해 주는 사람들도 알면서 그냥 결재하는 것일 테다. 

어쨌든 "은행방문"이라고 답이 정해져 있는 뻔한 질문, 그리고 물어보는 사람도 큰 관심 가지지 않고 물어보는 질문이지만, "왜, 무슨 일 있어?" 이 질문이 부담스럽다는 구성원들의 VOC (Voice of Customer = 익명 소원수리) 가 있었나보다. "왜"라는 의문사가 보통은 공격적으로 들리는 데다가, 개인휴가 쓰는데 이유를 설명해야 하느냐, 그런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는 것. 우리 그룹이 또 요즘 "행복"을 엄청 강조하지 않는가. 언제부터인가 근태신청서에 연차사용 항목으로 근태를 올리면, 근태사유 적는 란이 회색으로 바뀌면서 비활성화가 되었다. 개인연차에 대해서는 사유를 적지도 묻지도 말라는 것. 

전산상 서류에는 아무 사유 없이 올리지만, 그렇다고 "저 이번주에 휴가 쓸래요" 라고 밑도끝도 없이 이야기한다는게 좀 너무 앞뒤 잘라먹는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후배 사원들이 나나 옆자리 팀장님에게 "저 이번주에 연차를 써야 할 거 같습니다, 집안에 사정이 있...." 쿨한 팀장님은, 다 듣지도 않고 "넵 알겠습니다." 하고 달력에 적는다. 몇월 몇일 누구누구 휴가. 아마도, 개인휴가는 사유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배려가 아닌가 싶다. "왜, 무슨일 있어?" 랑 "네 알겠습니다"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나도 배우기로 했다. 후배 사원들이 "책임님, 다음주 월화수 휴가를 써야 할 거 같습니다." "넵 알겠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하는 눈치. 무슨일이냐고 물어볼 것을 대비해 그 다음 사연까지 준비했는데 대본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좀 당황한 느낌이랄까. 휴가 계획이 미리 잡혔으면 이야기 해주는 걸로 족하고, 당일 사연이 있으면 카톡 하나 날리면 족하다. 그래도 협업하는 직장이니까 "노쇼"만 자제해 주면 큰 문제는 없다. 구구절절한 사유는 안물 안궁. 사생활은 알려주지 않으면 먼저 묻지 않는걸로. 

예전에 함께 일하던 리더분과 사석에서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구성원이 휴가쓰면 이유를 물어보는 이유가 뭐에요? 궁금한가요?" 대답은, "안 궁금한데, 혹시 안좋은 일 (예를 들면 장례나 사고, 병원 등등) 인데 직책자가 모르면 그것도 관리업무 태만에 들어가는 거라서 물어봄." 그것도 일리는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후배 구성원들이 휴가 쓰겠다고 미리 알려 오면 "넵 알겠습니다" 다음에 한마디 정도는 물어본다. "안좋은 일은 아니죠?" "네, 안좋은 일은 아니예요." 그래, 안좋은 일 아니면 그걸로 족함. 반나절이나 하루 휴가는 그마저도 안 물어본다. 몇월 몇일날 그친구가 부재인 것이 중요한거지 무슨 사유로 부재인지 알면 업무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석사1년차 때 일이다.

대학원생은, 반은 학생이고 반은 직장인이다. 그 중에서 석사1년차는,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초식동물.... 도 아니고, 풀이다. 풀. 병원에 볼일이 있어서 오후에 일찍 퇴근 해야 할 거 같다고 이야기하면, 지도선배 왈 "왜? 저녁에 가면 되잖아? 일찍 닫는다고? 아아 그러면 시내쪽에 가봐. 저녁에 문 여는 병원 많아. 많이 아파? 주말에 가도 되지 않어?" 그날은 야근을 했다.

무슨 사유였는지 기억은 안난다. 아마 별 일이 아니었던거 같다. 아무튼 어렵사리 금요일에 휴가 쓰겠다고 사수에게 이야기 했더니, "왜 쓰는데?" / "별 일은 아니고...." / "야, 너 이 ㅅㅋ 석사1년차가..., 누구는 금요일에 휴가쓰면 좋은줄 몰라서 안쓰는줄 알어?" 

그 때는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휴가쓰면 안되는 줄 알았다. 쭉. 요즘 가끔씩 신입사원에게 농담삼아 그때 겪었던 이야기 해주면, 동료들이 묻는다. "Y책임, 옛날 사람이네~ 꼰대야 개꼰대."

조직문화가 이렇게 중요한 거 같다. 대기업은 사원들이 나름대로 익명게시판이나 소통채널 등을 통해서 의견개진을 할 수 있으니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회사라는 곳이 불합리한 요소도 있지만, 나름대로 시간이 갈수록 건전한 문화 쪽으로 이행해 가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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