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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생각모음

단 30분이 200시간에 맞먹는 이유

by 데이빗_ 2020.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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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사에서나, 불필요한 미팅을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 

단순 공유성 미팅은 메일이나 공동 작업 대화방에 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대체하도록 하고,

특별한 의사결정이 필요하지 않은 일일 점검 미팅은 가급적 지양하라는 지침이 내려온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10인 이상 대면 미팅이 금지되고 대부분의 일일 미팅은 Conference Call 로 대체되어서

회의실 예약하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그리고 의미 없이 한 시간 채울 때까지 이야기하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회의만 줄여도, 주간에 업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늘어날 텐데, 왜 회의는 계속 늘어나는 경향이 생길까?

 

높으신 분들에게 보고하기 위한 미팅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본부장에게 "업무 현안"을 보고하기 위해서, 일 주일 전에 담당 임원이 팀장들을 소집한다. 

"다음 주 본부장님 보고 때 무슨 내용으로 할까요?" 를 가지고 다섯 명 (팀장 넷+담당임원) 이 한 시간을 쓴다.

발표 3일 전에 다시 팀장 회의가 열린다. 하루 간격으로. 자료 점검, 수정, 피드백. 한 시간씩.

숙제를 받은 팀장들은 팀원들을 데리고 또 미팅을 한다.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해 새로이 실험을 하고, 자료를 잘 정리하기 위해서 야근을 한다. 

결국, 고위 임원께 30분 동안 발표를 하기 위해서, 100시간에서 200시간에 달하는 직원들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십 명에 달하는 구성원들이 만든 슬라이드가, 합치면 백여 장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위로 올라가면, 그 보고서가 정제되고, 또 정제되고, 또 정제되어서 3~5장 정도로 압축된다. 

전무님, 부사장님 등의 고위 임원들은, 그 슬라이드를 볼 시간마저 아끼기 위해서 맨 앞에 "Summary" 페이지만 보신다.

그러다가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만 뒷 슬라이드를 보는 방식으로.

 

고위 임원이 되면, 한 시간짜리 회의를 소집하는 것도 엄청나게 부담이 될 것 같다.

그 회의 하나를 위해서 수백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걸 알 테니까. 

그 분들도 다 조직의 하층부부터 경험을 하셨을 테니까.

특히 예고된 회의일수록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어떤 분은, 본인이 필요할 때 담당 임원을 불시에 호출하신다고 한다. 

미리 준비하는 데 구성원의 시간을 소요하지 않도록. 

그리고 구두로. 또는 메신저로.

시간을 아끼는 효과도 있고, 담당 임원이 휘하 조직의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도록 독려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윗분들이 각 부서의 현황을 잘 파악하기 위한 간단한 정기 보고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주도 빠르게 갔다.

아니, 참 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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