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을 상대할 때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90년생을 상대할 때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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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생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 을 읽으며

 

들어가며

 

제목과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와서 읽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실무진의 주축을 이루는 90년대생 신입사원~대리급과 함께 업무를 할 때, 꼰대 시니어가 되지 않기 위해 중견 사원들이 읽어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직장 내 세대갈등의 원인인 사고방식의 차이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제시하면서, 선배 사원들이 새롭게 입사하는 후배사원들을 대할 때 주의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그들과 함께 일할 때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더 본질적으로는 그들을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지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전체적인 구조

 

책은 총 네 개의 큰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장은 개관이다. 90년대생의 특징은 무엇인지, 이전 세대와 사고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그들을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과 함께 일할 때 선배사원들이 주의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둘째 장은 시니어와 주니어 사이에 벌어질 수 있을 만한 열한 개의 에피소드를 제시하면서, 시니어와 주니어 사이에는 어떤 사고방식의 간극이 있는지, 이런 입장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90년대생들에게 다가갈 것인지를 제안한다. 책에서는 기성세대 직원들이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신세대 직원들의 행동을 사례로 제시한다. 신세대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젊은 신입사원들의 행동에 불만을 가졌던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의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파헤쳐 본다. 

 

셋째 장은, 시니어와 주니어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10개의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다. 본질적으로 고참과 주니어급 사원은 "상하 관계"가 아닌 "동료 관계"임을 강조한다. 고참 사원들이 90년대생을 대할 때 무의식적으로 범할 수 있는 실수들이 무엇인지, 어떤 생각 때문에 본의 아니게 "꼰대"가 되는 것인지,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후배사원들을 대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챕터는 "말"에 관한 내용이다. 관계의 중심인 "대화"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열 가지 종류의 갈등을 제시하면서, 후배 사원들을 대할 때 말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고 있다. 같은 뜻으로 한 말도 표현 방식에 따라 격려가 될 수도 있고 진상 폭언이 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말을 통해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고 가까워질 수도 있으니, 고참 사원의 좋은 의도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그들은 "아랫사람"이 아니라 "동료"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후배사원들을 "아랫사람"이 아닌 "동료와 친구"로서 대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흔히 신입사원들이 선배를 피하고 함께하기를 꺼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무의식적으로 선배들도 "요즘 애들은 이래" 라면서 그들을 타자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말을 한다는 자체가, 주니어들과 자기를 다른 그룹으로 구분지으면서 심적인 거리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한참 말이 붙은 다섯살짜리 둘째가 계속 "왜요?"하고 물어본다. 대답해주면 "왜요?". 또 대답해주면 "왜요?".... 두세 번만 물어보면 대답이 바닥난다. 계속 왜요에 대답해주다 보면, 진리의 근원을 궁리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만약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 왔던 관행에 "왜요?"라고 두세 번 물어보면, 마찬가지로 본질적인 질문에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건 신입사원이 해야지." , "신입사원이 벌써부터 유연근무를 하네?" 등등... 왜 이건 신입사원이 해야 하나요? 왜 신입사원이 유연근무를 하면 안되나요? ... 프로불편러 같겠지만, 이런 질문을 많이 던질수록 조직이 좀더 건강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후배사원은 "아랫사람"이 아니라 "동료"이다.

 

 

핵심만 이야기해 주세요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그들은 인강을 들으며 자란 세대이다. 아는 부분은 스킵하고, 모르는 부분을 두 번 들으면서 공부한 세대. 고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세대. 거기에 대고서 뻔한 이야기를 A부터 Z까지 해봤자, 하나도 씨알이 안 먹힌다는 것. 나도 가끔씩 ... 너무 길게 말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말을 좀 줄여야겠다. 자세하게 설명해 준답시고 너무 길게 말하기보다는, 모르는 부분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설명해 주기로.

 

대학원 석사 시절, 발표자료를 만들어 가면 "야, 발표자료를 이렇게 만들면 어떻게 해, 이렇게 하면 이해가 안되고 너무 혼란스럽잖아... " 등등 내가 만든 결과물에 지적을 늘어놓는 선배가 있었다. 그게 너무 듣기가 불편해서 결심한게 있었다. "상대의 결과물을 클레임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걸 이야기해야겠다." 더군다나 인강 세대니까... "이렇게 만들면 글자가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들잖아" 대신에, "요약해서 한 줄로 적읍시다." 라고 요구하는게 더 나은것 같다. 

 

예전에 어떤 팀장님이 미팅 시간에 "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어?" 라고 했더니, 그 자료를 만든 동료가 말했다. "원하시는게 있으시면 해 드릴께요. 그걸 말씀하지 않고 왜 이렇게 했느냐고 물으시면..." 하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 동료도 보통내기는 아니었고, "응 알았어." 라고 쿨하게 대답하던 팀장님도 보통은 아니었던 거 같다. 효율적으로. 원하는 걸 이야기하기로.

 

핵심만 간결하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소감, 그리고 총평

 

일단, 전체적으로 쉽게 쓰여 있어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루이틀 정도 투자해서 재미있게 읽을만 한 책이다.

 

놀라운 에피소드들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들은 매우 놀랍고 자극적이었다. 적당한 각색과 과장이 들어갔겠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사례들이 많이 있어서, 네이트 판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신입사원들의 당돌한 태도에 "이런 버릇없는 녀석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범죄에 가까운 고참들의 행동 사례를 읽으며 분개할 때도 있었다. (저런 고참이 실제로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지?) 

 

반성!

 

이제 회사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조직의 생리에 익숙해진 입장에서 볼 때, 신입사원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도 모르게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이 가끔 튀어나올 때도 있었고, "얘네들은 아직 몰라" 라면서 그들을 깎아내릴 때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 행동은 어땠는지 계속 되돌아보게 되었다. 평상시 "나는 그래도 꼰대는 아니야" 라고 스스로를 위안해 왔는데, 이 책은, "그렇게 생각하니까 니가 꼰대인거야" 라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인복이 있구나

 

한편으론, 그래도 나는 사람복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신입과장 시절 때는 꼰대라고 느껴질 만한 고참들은 딱히 없었던 것 같으니.... 어쩌면 나는 80년대 초반 생이기 때문에 꼰대문화에 그리 이질감을 느끼지 못해서 그랬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끔 후배사원들 "애티튜드"를 지적하고, 파워포인트 색깔을 지적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주니어 동료 여러분 고마워요 ^^

 

나와 함께 일하는 주니어 구성원들에게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음. ^^ 꼰대 파트리더인데도 계속 먼저 다가와서 물어봐주고, 업무상 조언을 고맙게 받아들여 주고, 가끔씩 장난도 쳐 주고, "커피 사러 갈건데 주문해주세요" 하면 스스럼 없이 "저는 카페라떼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주문도 해주고, 나를 그렇게 거리감 있고 어려운 선배로 대하지는 않아 주어서 고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자랐던 개념들을 탑재했으니 지금부터는 좀더 나은 선배... 아니, 동료가 될께요. 

 

"후배"가 아니라 "동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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