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난번에 썼던 가스라이팅에 관한 두 개의 포스팅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는데, 가스라이팅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단순한 심리 용어인 줄 알았는데,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데이트 폭력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가스 라이팅 상황에서 피해자가 듣기 쉬운 대표적인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서 자기가 가스 라이팅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식별할 수 있을 것이고, 무의식적으로 가스 라이팅을 행하는 가해자들도 자기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면서 체크해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것일까? 가스라이팅 자가진단 방법
가스 라이팅 상황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1. 잡아떼고 부인하기
'그런 일은 없었어'라고 부인하는 방식입니다. 너무나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거나, 또는 정서적으로 학대를 가하고 나서 통째로 부인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자기 기억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학대자에게 정신적으로 판단을 위임하고 의존하는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된다고 합니다.
처음 한두 번 정도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믿지 않다가, 비슷한 일이 반복될수록 '내가 뭔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 번 반복되면 자기 생각을 의심하고 상대방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죠.
2. 왜 그렇게 예민하니?
이 역시도,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을 무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치부해버리는 학대 행위입니다. 누구나 기분이 나쁠 수 있고 특정한 상황에서는 불쾌할 수 있습니다. 가스라이터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자를 학대하고,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피해자의 감정을 축소합니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최소한의 자기방어조차도 부끄럽고 여기고, 스스로를 바보스럽게 여길 수 있습니다. 누구든 예민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으니까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자기만 상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당한 불만 조차도 제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죠.
3.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그렇게 하면 내가 화가 날 줄 몰랐니? 내가 이렇게 화가 난 건 다 너 때문이야. 라고 말하는 것도 일종의 가스라이팅이죠. 폭력을 휘두르거나 폭언을 하는 등, 부당한 행동을 해 놓고서도,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다 너 때문이라고 하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죠.
가장 끔찍한 학대 방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것입니다. 연인 간에 자주 발생하는 일인데요, 침묵은경우에 따라서는 가장 확실한 통제 방법이고 가장 잔악한 학대의 방법이지요. 피해자는 연인 또는 친구에게 버림받을까 봐 안절부절하게 되고, 결국은 자기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가해자에게 종속되게 됩니다.
4. 상처 받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사과처럼 보이지만 사과가 아니죠. 이것은 겉으로는 사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느낀 것은 상대방의 책임이라고 전가하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사과를 받고 나서도, 전혀 그렇게 생각 할 일이 아닌데 본인이 예민해서 상처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많은 경우에, 조건문 형식을 취한 사과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처 받았다면 미안해.', '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해.' 등등.. 이것은 사과가 아니죠. 이런 식으로 교묘하게 넘어가는 것은,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네가 잘못 받아들여서 그렇게 느낀 것일 뿐이다.' 라고 자기의 실책을 축소하고, 상대의 감정도 축소하고, 상대의 실책을 부각시키는 교활한 방법입니다.
덧. 가스 라이팅에 대응하는 방법은 없을까?
안타까운 것은 가스 라이팅은 대부분 감정적으로 깊이 결속되어 있는 관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알아채기도 쉽지 않고, 알아채더라도 인정하기 쉽지 않고, 인정하더라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가스 라이팅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종속되어 있을 뿐더러 감정적으로 매여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심리적인 조작을 인지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설령 거부한다 하더라도 가해자들은 상대를 조종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저항 또는 거부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가스라이팅에 빠지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가스레인지에 빠졌다 하더라도 빨리 식별할 수 있도록 (제 블로그를 포함해서) 가스라이팅에 대해서 미리 숙지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자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또는 혼자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거든, 가스라이팅을 의심해 보십시오.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가스라이팅 예시들을 살펴보고, 그러한 패턴이 본인의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더라도,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빨리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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