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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대학원 이야기

대학원 진학을 고민한다면 (1)

by 데이빗_ 2020.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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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 7년을 보낸 한국과학기술원 정문

 

대학원을 진학해야 할까요?

박사학위를 받고 회사에 가면 보통 과장1년차로 입사한다. 회사에 따라서는 책임연구원 등의 직급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부르는 명칭이 다를 뿐이고 보통은 8년차에서 9년차 정도의 경력을 쳐 준다. 나이도 있고 연차도 있으니 굳이 부르자면 과장님, 책임님 등으로 불리겠지만, 실제 하는 일과 행동은 신입사원과 다를 바가 없다. 새로운 환경에 처음 노출되었으니, 학교에서 아무리 오래 있었다 한들 회사 업무에 있어 빠릿빠릿함이 대졸 신입사원 2년차 정도만큼도 할 리가 없다. 

가끔 사석에서 대졸, 또는 석사학위 받고 입사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보통 박사학위 받고 입사해도 박사라는 걸 잘 티내려 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어느 정도 허물없는 사이가 되면 "대학원을 가는게 나은지 바로 입사하는 게 나은지"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사과정에 있는 조카뻘 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가끔 있다. "대학원을 가야 할지 회사를 가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회사와 학교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들어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그런데 다른 박사학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아도 (내가 만나본 사람들 내에서는)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참고사항: 공과대학, 국내박사, 대기업

박사학위 받으면 월급이 많은가?

만약 본인이 빨리 돈을 벌고 자립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학위과정을 밟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박사님 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회사에서 특별한 승진 코스를 밟게 하거나, 월급이 남들보다 훨씬 많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회사에 따라 학위수당 조로 약간의 돈을 더 주는 경우는 있다. 그래도 그 돈을 10년을 모아 보았자, 학위에 소요되는 기간 동안 차라리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월급을 모으는 것에는 비교할 바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에 다닌다면 더더욱 그렇다. 경기가 아주 좋아서 가끔 인센티브 보너스를 많이 받았다면, 동일하게 과장 직급에 섰을 때 주머니 가볍게 7년 동안 가방끈을 늘려 온 학위자들이 돈을 모으기 시작할 때,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에서 억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테다. (아는 선배 중에는 대학원 랩실에서 코 묻은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수천만원을 만들어 졸업한 분도 계시긴 하다. 아주 드물게는.)

혹시 모르겠다. 지극히 뛰어난 학교에서 아주 뛰어난 연구 업적을 가지고 있으면 Signing Bonus 를 주고 모셔가는 경우도 있다. 신문에 날 만한 케이스이다. 만약에 당신이 이런 케이스의 꿈을 품고 있다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해 볼 만도 하다. (이에 대해서도 뒤에 다시 말할 계획). 하지만 당신이 학사학위 과정에 있거나, 또는 저년차 회사원으로서 퇴사하고 공부를 더 해 보고자 할 때 저런 특별한 케이스를 일반화해서 금전적으로 더 이득이라고 조언해 주는 것은 그리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승진에 우대가 있을까?

박사학위자라고 해서 회사에서 팀장이나 임원 승진에 우대를 받을까? 회사에서는 일 잘 하는 사람, 성과가 뛰어난 사람, 협업을 잘하는 사람, 그리고 적절히 정무적인 감각이 있어서 (절대 부정적인 뉘앙스가 아니다) 어느 시점에 가장 적절한 행동과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게 아닐까? 그런데 내 짧은 경험으로 보았을 때는... 내가 본 팀장들 중에 60~70퍼센트 정도는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이었고, 임원들은 약 80 퍼센트 정도는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었다. 연구개발 부서라서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의 대표 회사인 삼성전자의 직전분기보고서를 조사해 보았더니, 상근임원 1,053명 중에 박사학위자는 298명, 석사학위자까지 포함하면 684명이었다. 박사는 28퍼센트, 석박사는 64퍼센트 정도 되는 것. 35퍼센트는 학사학위자라는 이야기다.

LG 화학의 경우 임원이 대략 171명 정도, 그 중에 박사학위자는 49명이었고, 석사학위자까지 포함하면 (MBA 포함) 104 명이었다. 비율로는 삼성전자와 비슷하게 각 28퍼센트, 61퍼센트 정도 되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좀 달랐다. 임원이 대략 470명 가량 되었는데, 그 중 박사학위자는 51명, 석사학위까지 포함하면 139명 정도 되었다. 비율로 따지면 박사 약 11퍼센트, 석박사는 30퍼센트 정도 되는 것. 회사마다 고학력자를 선호하는지, 아니면 딱히 고학력자를 요구하지는 않는건지 등을 대략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가끔, "그 사람은 박사니까 팀장, 임원 될 가능성이 더 많을 거야"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박사학위 있는 과장, 차장, 부장들이 체감상 승진의 안정성을 더 많이 느끼는 것도 아니다. 일반 직원들 중에 자기는 꼭 임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할까?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기가 임원될 가능성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글쎄, 일단 기본적으로 나는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특별히 그렇게 느끼지는 못했다. 박사라고 뭐 별거 있나, 월급날 기다리는 샐러리맨인건 똑같은 거지. 높은 자리는 실력과 타이틀도 있어야겠지만 적절히 관운과, 전생에 나라도 좀 구하고 그래야 올라갈 수 있는 것 아닐까? 박사학위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만큼 힘이 세지는 않은 것 같다. 

입사할 때 더 유리한가요?

이미 입사한 사람들은 해당이 없을 거고, 나는 개인적으로 대졸공채에 응시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학사학위 과정 중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대졸공채의 문을 뜷기란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취업의 문이 좁아서이기도 하고, 복수지원이 가능함에 따라 실제 입사하고자 하는 지원자 수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지원서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입사해서 보니, 대졸 공채를 뚫고 들어온 친구들은 소위 말하는 스펙이 굉장히 좋았다. 인서울 또는 지방대라도 굉장히 유명한 국립대 출신이었고, 성적도 꽤 좋았고, 영어 성적도 굉장히 좋았다. 

만약 본인이 학벌이 탑에 해당하는 명문이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면, 상위 클래스의 대학원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어느 정도 클래스가 있는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면, 대졸공채에 비해 회사에 들어가는 다양한 루트가 열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산학장학생이라든지, 또는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는다든지 등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수 있다. 특히 산학장학생은 학사학위 과정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경쟁률이 낮은 것으로 보이는데, 회사에서 뽑고자 하는 학위자의 수요에 비해 대학원생들이 생각하는 진로 중에 회사 입사는 그렇게 우선순위가 높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거나, 국내 국책 연구기관에 가기를 원하거나, 또는 교수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학부보다 높기 때문에, 대졸공채보다는 회사에 들어가는 문턱이 조금 더 낮을 수도 있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본인이 다니는 학교에서 대학원을 나온 경우, 취업할 때 지도교수님의 소개를 받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가지 루트가 있으니 생각해 볼 만 한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순수하게 취업을 위해서 대학원에 가는 것은 그리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대학원에 가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대학원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대학원에 가면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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