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대학원 컨택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입시를 통과하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는, 원하는 연구실에 합격하는 것이겠지요. 관심 있는 연구 분야를 찾아 해당 연구실에 들어가고 싶다는 의사렬 표현하는 과정을 '컨택'이라고 합니다. 연구실 지도교수님이나 박사과정 학생에게 메일을 보내서 접촉하는 과정이지요.
제가 모교에서 수행했던 학부연구원 과정이나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두 달간 수행했던 인턴연구원 경험도, 넓은 의미에서는 컨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연구실에 관심을 표현하고, 미리 들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어필하는 과정이지요.
카이스트 석사과정 지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는 몇몇 연구실에 컨택을 했습니다. 해당 연구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과목을 주로 수강했고, 어느 정도의 성적을 받았다는 정도로 자기 소개를 하고, 괜찮으시면 연구실에 찾아뵈어도 되겠느냐고 정중하게 여쭈어 보았습니다.
저도 그랬고,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연구실에 미리 컨택하는 것이 대학원 입시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입니다. 이에 대한 제 대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입니다.
그게 답이냐고 반문하실 것 같습니다. 학교나 학과의 규모가 작거나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높지 않은 학교에서는 연구실을 사전에 방문해서 어필하는 것이 합격 자체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연구실에서 수락할 경우에 말이지요. 들어가기로 약속된 연구실의 지도교수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지도교수가 '이 학생은 내가 석사생으로 받으려고 한다'라는 의사를 표시하면, 굳이 그 학생을 떨어뜨릴 명분도 없겠지요.
다만 이런 경우는, 본인이 충분한 자질이 있음을 어필해야 합니다. 학과성적, 영어성적, 기타 우수성 등의 자료로 해당 연구실의 교수님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냥 랩투어 한번 한 것 정도로 합격에 영향을 주기는 매우 어렵지요. 타대학 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고요. 우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공식 입시를 통과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연구실에 내정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누가 그런 약속을 하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광주과기원에서의 인턴 경험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인턴연구원에 합격할 수 있었고, 연구실 생활을 비교적 열심히 해서 좋은 인상을 심을 수 있었습니다. 인턴연구원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대개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지요. 추측하건대 광주과기원에 큰 어려움 없이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경험이 한 몫을 했을 것입니다.
규모가 크고 입시경쟁이 높은 학교의 경우에는, 사전 컨택이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입학할 당시 카이스트 전자공학과에는 50분이 넘는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한두 명의 교수가 학생의 입시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요. 어떤 교수도 학생을 미리 내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뵨교 출신 학부연구생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카이스트 합격 전에 몇몇 연구실에 컨택 메일을 보냈을 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연구실에 관심 가져 주어 고맙습니다. 합격하면 연락 주세요." 라는 내용이었어요. 카이스트는 많은 학생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학교이고, 그 중에서도 인기 연구실은 사전 컨택 메일을 수도 없이 받을 것입니다. 사전 연락이 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다고 보아야겠지요.
<컨택은 언제 하는 게 좋을까>
합격 통보를 받았다면 바로 원하는 연구실에 정중히 메일을 보내서, 참여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컨택을 했을 거에요. 연구실 합격이 선착순은 아니지만, 첫 번째 지원자와 n번째 지원자는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정도가 다르지요. 첫 번째로 지원하면, 연구실 입장에서도 '이 연구실에 정말 들어 오고 싶은가보다' 하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N번째 지원자라면? '아, 이 학생은 다른 연구실 다 지원 하고, 우리 연구실은 n번째로 지원했구나" 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연구실에 꼭 들어가고 싶다면, 다른 학생들보다 자기가 훨씬 더 자질있음을 보여야겠지요.
연구실에 따라서 오픈랩 행사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면담하는 게 아니라, 날짜를 정해 두고 한 번에 차례대로 면담하는 방식이죠. 입사 면접하는 것처럼 떨렸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연구실에 들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어떤 식으로든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컨택하는 방법>
메일로 연락하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교수님께 메일을 보낼 때, 해당 랩의 박사과정 학생들을 참조로 넣어도 좋습니다. (신입생을 받을 때, 기존 랩실 구성원의 의견을 교수님께서 참고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당연하게도, 메일을 보낼 때는 최대한 정중하게 보내야 합니다. 이모티콘이나 유행어 같은 것은 절대 넣지 마세요. 줄임말도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하고요. 유머감각이 있는 학생이라도, 최대한 유머를 자제하고 진지하고 정중하게 보내기 바랍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요? 어느 학교를 졸업했고, 이 연구실에 왜 지원했으며, 왜 그 분야에 관심이 갔는지, 연구실의 분야와 연관된 어떤 과목을 수강했는지, 그 외에 자기가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이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를 해 보고 싶은지, 등과 함께 본인의 포부를 솔직하게 쓰면 됩니다. 본인의 이력서와 성적증명서, 영어성적표, 그리고 자기소개서 등을 최대한 깔끔하게 갖추어 첨부하면 됩니다.
연구실 컨택 메일을 여러 통 받아 본 입장에서 이야기 하자면, 대학교 4학년생들은 보통 정중한 메일을 쓰는 훈련이 거의 되어 있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냥 "연구실에 들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하고 메일을 보내는 학생들이 종종 있더군요.
연구실에 따라서는 정해진 양식과 서류를 공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자료를 준비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겠지요. 최대한 정중하고 성의 있게 보내야 한다는 것, 본인이 이 연구 분야에서 훈련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충분한 자료들을 준비할수록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복수지원 해도 되는지도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주제였습니다. 당연히 해도 됩니다. 1,2,3,4,5... N번째 지망에 모두 지원하고, 중복 합격 되면 한 곳을 선택하면 됩니다. 다른 연구실에ㅁㅁㅁ는 정중히 양해 메일을 보내면 되고요. 다들 그렇게 하고, 연구실에서도 개의치 않습니다. 아마 이틀만 지나면 아무도 기억 못 할 겁니다. 다만, 다만 여러 연구실에 동시에 메일을 보내는 치명적인 실수는 절대 하지 맙시다. 그런 학생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테니 말이지요.
<연구분야에 너무 목매지는 말자. 또 하나의 입시...>
어떤 전공 분야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납니다. 즉, 인기있는 분야는 학생들이 몰리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분야는 경쟁이 덜하죠. 제가 카이스트 입학할 당시 랩마다 배정된 석사과정 TO가 두 명씩이었는데, 어떤 회로설계 랩에는 30명이 넘는 지원자가 줄을 서 있더군요.
연구실에 참여하는 것은 또 하나의 입시입니다. 원하는 연구실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죠. 가장 원했던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2순위, 3순위 연구실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리서치를 잘 한 학생이라면 핫한 분야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 연구실은 다른 동기들도 다 가고 싶어하는 곳일 테니 말이지요. 특정 연구실에 너무 목맬 필요는 없습니다. 연구 분야를 선택할 때는 최대한 넓은 관심사를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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