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플랫폼 레볼루션"을 읽으며 : 지금 이 순간, 시장은 이미 플랫폼이 지배하고 있다.
새로운 기업활동 방식인 "플랫폼"이라는 개념에 관심이 생겼다. 요즘은 신문에서, 책에서,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많이 눈에 띄고 있다. 내가 이해하는 플랫폼은 "판"이다. 직접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고, 판을 깔아주는 것. 그 안에서 소비자와 공급자가 자유롭게 만나서 교환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 주는 것. 우버,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유튜브 등등.
플랫폼은 직접 무엇을 만들어 제공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킨다. 많이 모인 사람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가치가 창출된다.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거기서 물건을 팔고자 하는 공급자가 많아질 것이고, 다양한 공급자를 만날수 있다는 것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많이 모이는 이른바 Positive Feedback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
전통적인 기업활동과 달리, 플랫폼 비즈니스는 공급자가 권력을 독점하지 않는 구조이다. 공급자가 무슨 물건을 만들지, 몇 개나 만들지, 가격은 얼마로 할지 일일이 통제하지 않는다. 플랫폼 안에서 구미에 맞는 것을 서로 찾고, 제공한다. 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구조. 11번가 같은 게 대표적인 소셜커머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보기에, 플랫폼 비즈니스가 전통적인 비즈니스에 비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첫째는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된다는 것 - 유튜브에서는 누구나 보고 싶은 채널을 볼 수 있다. 둘째는 권력이 독점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 - 고도의 방송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누구나 유튜브 방송을 할 수 있다. 국가의 정치구조로 보면 자유성과 민주성이 보장된다는 특징이 아닐까. 물론 그 구조 안에서도 플랫폼 제공자는 판을 통제한다. 그래도 지나친 통제와 자율성의 침해는 부정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플랫폼 제공자의 권력도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에 의해 자제된다.
성장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 플랫폼 제공자는 플랫폼 제공자가 되어야지 직접 플레이어가 되려 해서는 안된다. 서비스 공급자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읽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준다. 그렇게 하기 싫은 공급자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선택권에서 배제될 것이다. 플랫폼 운영자는 그 메커니즘이 알아서 잘 구현되도록 판을 잘 짜는 역할 - (영상추천 알고리즘, 광고 알고리즘 등등) - 만 해 주면 족하다.
요즘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국가는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욕구를 인정하도록 만들어 주는 플랫폼 제공자인가? 아니면 직접 집을 제공하는 공급자인가? 국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는 플랫폼 제공자여야 하는가, 아니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설정하고 시민들을 계도하는 게이트키퍼여야 하는가? 아니,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현실을 볼 때, 활기가 넘치고 번영하는 사회를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는 정부는 "빅브라더"역할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플랫폼 제공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가?
요즘 읽고 있는 책, "플랫폼 레볼루션" (마셜 밴 앨스타인) 은, 어렴풋이 알고 있던 플랫폼 비즈니스의 개념을 짚어 주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한 요인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재미도 있거니와,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던 산발적인 정보를, 이론이라는 프레임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주요 내용
플랫폼은 단순해 보이면서도 비즈니스와 경제와 사회를 철저히 바꾸는 매우 혁신적인 개념이다. 실제로 정보를 핵심 재료로 다루는 산업은 모두 플랫폼 혁명의 후보 대상이다. 거의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이 후보군에 들어간다.
전통적인 기업 시스템을 파이프라인이라고 한다. 파이프라인은 가치의 창출과 이동이 단계적으로 일어나며 이때 파이프라인의 한쪽 끝에는 생산자가, 반대편 끝에는 소비자가 있다.
플랫폼 구조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만나고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가치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변경되고 교환되고 소비된다. 이 모든 것들이 플랫폼에 의한 연결을 통해 가능해졌다.
전통적인 기업들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의 가치 흐름을 게이트키퍼에 의존해 통제한다. 게이트키퍼는 비효율적이다. 노동집약적이다. 사람의 직관과 추측에 의존한다. 이와 달리 플랫폼에서는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피드백에 근거해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들도 더 자유롭게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기업이 자본을 투입해 재고를 쌓아놓을 필요가 없어졌다. 자기 것이 아닌 재고를 판다. 에어비앤비, 우버, 유튜브 등등. 고정 비용이 급격히 낮아진다.
품질도, 감독자가 아니라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피드백에 의해 이루어진다.
기업활동의 초점도, 기업 내부가 아니라 외부, 즉 사용자 커뮤니티로 초점이 이동한다.
플랫폼은 이제 사회의 대세가 되었다.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온다. 플랫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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