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인물의 일대기나 그들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보면, 사람의 신념이란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념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고, 숱한 장애물을 극복하는 능력을 끌어내는 원천이 되지요.
굳은 신념은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류의 삶을 바꾼 수많은 위대한 과학적, 정치적, 사상적 진보는, 위대한 신념에 의해 이루어진 것들이지요.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잘못된 신념에 의해 수많은 사람을 불행으로 몰고 가는 사례도 발견합니다. 잘못된 정치적 신념은 수백만을 학살하기도 하고, 잘못된 종교적 신념으로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마녀로 몰려 희생되기도 하고, 과학적 진보를 가로막기도 하지요.
오늘 리뷰해 볼 <클루지> 의 두 번째 챕터에서는, 우리가 강력한 힘의 원천이라 믿고 있는 신념의 실체를 파헤칩니다.
저자는 인간이 굳게 믿고 의지하는 신념이란 상당히 허약한 기반 위에 세워진 것이어서, 매우 쉽게 오염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신념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사유한 철학적 산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 몸이 얼기설기 그때그때 환경에 맞게 진화되어 온 결과물인 것처럼) 신념도 얼기설기 짜여진 부정확한 사고체계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말입니다.
신념은 개인의 직접 / 간접 경험이 누적되어 형성되기 때문에, 맥락 기억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맥락 기억이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지요. 부정확한 맥락 기억을 토대로 신념이 형성되기 때문에, 우리가 "옳은 것"이라고 믿는 신념은 상당 부분 오염된 것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오류를 흔히 범한다고 합니다.
1. 최근의 일을 과거의 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
2.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을 더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
3. 기존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들을 선별적으로 잘 골라내는 경향
4. 그 때문에 신념이 계속적으로 강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죠.
실생활에서도 이러한 인지적 오류는 흔히 발견됩니다. 정파에 상관없이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점점 맹목적으로 믿어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극렬 지지층이 생기기도 하죠.
또는 범죄로 확정된 사건을 보고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서 범죄가 아니라고 여기기도 하고,
(또는 범죄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 어떤 사건들도) 한번 범죄라고 믿어 버리면 그냥 범죄자라고 낙인찍는 것도 비슷한 인지오류의 영향이겠지요.
우리의 신념이 이렇게도 부정확하기 때문에, 어떤 독재자는 이길 수 없는 전쟁을 고집하고, 어떤 과학자들은 자기 신념과 배치되는 수많은 증거들을 무시하고 자기 이론을 고집하는 경향들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신념이 오염되는 이유로서, 우리의 사고 체계가 과거부터 형성된 반사적 반응 체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고와 행동 패턴을 결정짓는 신경 배선들이, 순간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숙고 체계보다는) 더 오래된 반사체계에 연결되기 쉽다는 것이지요.
진화적으로 볼 때, 더 오래된 것은 더 강한 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습관을 들이거나 어떤 사실에 대해 판단할 때는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반사적인 신경 체계에 의해 영향을 받기가 쉽다는 것이지요.
신념이 불완전한 정보에 휩쓸려서 오염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맹목적인 신념의 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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