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값은 얼마가 적당할까.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살 때 지나치게 망설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을 사면 제값을 할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돈이 아깝지는 않을까. 그러면서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면, 역시나 호평과 혹평이 갈린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는 호평과, 돈이 아깝다는 혹평! 그러면 책값은 얼마가 적당한 것일까?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어야 좀더 합리적으로 책을 사 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300페이지 정도 되는 단행본을 만 오천원에 샀다면, 지적인 코스프레(?)할 수 있는 순전히 "인테리어 아이템"으로서 기본적으로는 제값을 했다고 생각한다. 화분, 장식물, 조형물 등의 인테리어 아이템도 예쁘지만, 서가에 나란히 꽂혀 있는 책들도 나름대로 괜찮은 인테리어 아이템 아닌가? 책의 겉모습이 "뽀대나는" 두꺼운 양장본 같은 경우는 3만원까지 지불해도 괜찮은 아이템이다. 나는 산 책은 대부분 읽는 편이지만, 내용보다는 책의 표지가 예뻐서 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렇게 생각없이(?) 산 책에서 의외로 건질 것들도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아, 전자책은 누구한테 보여줄 수 있는 인테리어 아이템이 아니니 함정이다.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쓰려면 종이책을 사시라. 그래도 아깝지 않은 투자이다. 우리집 한쪽 벽면을 전체적으로 서가로 꾸몄는데, 꽤 지적인 취미를 가진 척 할 수 있다 (?).
운이 정말 좋아서 거기서 건질 만한 문장을 두세 개 정도 발견했다면, 최하 10만원 정도는 뽑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을 건졌다는 말은, 자기 의식을 그만큼 깨웠다는 말이다. 어른이 되면, 사람은 대부분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손톱만큼이라도 지적/정신적 성장을 이루었다면 결코 적지 않은 소득이다. 태평양을 건너는 배의 항로가 1도 바뀐다면 목적지 자체가 바뀌는 것과 다르지 않듯, 사고방식, 의식구조, 지적 수준 등이 1도라도 바뀌었다면 삶의 목적지가 바뀌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내 기준으로 보자면, 만약에 책에 투자한 1~2만원이 아까울 정도라면, 그 사람은 책을 인테리어 아이템 정도로도 생각하지 않거나, 책에서 얻은 것이 네버, 네버, 전혀 없었다는 뜻이리라. 만약 한 두 문장이라도 몰랐던 것을 알았다면, 그것을 알기 위해서 2만원을 투자하지 않았다면 어디서 그 돈으로 그 정도의 지식을 얻었을 것인가?
사람에 따라서는 손가락 한 마디만큼의 지식에다가 10만원씩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책값보다는 비싸지 않을까? 만약 누군가가 "손톱만큼의" 지식과 의식성장의 가치를 책값만큼도 부여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므로 책에 투자하는 아까운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권한다.
간혹, 3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동안 건질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혀끝에서 느껴지는 캬라멜 마끼야또 한 잔의 달콤함이 더 가치가 큰 것이리라.
● 결론 : 책값은 비싸지 않다. 어떤 책이라도.
그래서 책은 서슴지 않고 사기로 했다. 제목이 끌려서 사고, 표지가 이뻐서 사고, 하다못해 그냥 돈이 남아서(설마??)라도 사기로. 책값이 아까울 것이 걱정되는 독자라면, 책을 사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런 경우는 책값이 반드시 아까울 것이므로. 언젠가 누가 물은 적이 있다.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으냐고. 답은 간단하다. 책 사보려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책 읽으려고. 어떤 분의 버킷 리스트에 보니까, 전용 면적 35평짜리 자기만의 공간에 (이정도면 50평 아파트 수준이겠다) 자기만의 개인서재를 꾸미고 싶다는 항목이 있었는데, 멋진 버킷 리스트인 것 같다. 회사 앞에 분양하는 오피스텔 한 채 사야겠다. 개인 서재겸 오피스로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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