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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독서노트

클루지 (4) : 인간은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착각

by 데이빗_ 2023.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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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진화심리학 책 <클루지>에 대해서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인간의 선택은 합리적인가?

 

오늘 리뷰할 주제는, '인간의 선택은 과연 합리적인가' 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저자는 인간의 사고 능력과 추론 능력 역시, 진화의 과정에서 얼기설기 만들어진 허술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아주 예외적으로만 합리적이고, 일반적으로는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죠.

저자는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을 지배하는 두뇌의 작용 방식이란 게, 맥락 기억이나 신념처럼 매우 엉성하기 짝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장에서, 인간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다양한 이유를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어요. 기억에 남았던 세 가지 주제를 살펴 보려고 합니다.


1. 숫자 감각의 비선형성

 

이 장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수'라는 개념을 비선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서 10000원짜리 물건을 살 때 1000원 할인받으면 꽤 많이 절약했다고 좋아하지만, 100만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1000원 아끼는 것은 하찮게 생각하게 되죠. 이것은 다른 인지심리학 책에서도 흔히 들고 있는 예입니다만, 저자는 이러한 비선형적인 숫자감각의 원인을 우리 선조가 진화해 온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살아남기 위해 먹을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되어 왔는데, 빵이 한 개냐 두 개냐는 굉장히 큰 문제이지만, 빵이 100개가 있는 것과 99개가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죠. 오랫동안 우리 유전자 내에는 이러한 인지 방식이 프로그램되어 왔다고 합니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것이죠.

 

2. 프레이밍에 취약한 선조 체계

 

완전히 동일한 상황인데 표현 방식에 따라서 심리적으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도 대표적인 비합리성의 예일 것입니다. 99% 정확하다고 말하는 것과 1%의 오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다르게 들리죠.


두뇌가 프레이밍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정서와 심리 상태, 그리고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것 같습니다.

 

예상 밖의 상황이나 뜻대로 안 풀리는 상황을 만났을 때, 이것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무언가 배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프레이밍에서 이긴 셈이겠죠. 때문에 실패를 극복할 내적 자원이 훨씬 더 쉽게 동원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것을 큰 장벽이나 한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약의 프레이밍에 빠져서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심리 상태에 고착되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죠.

 

3. 시간 감각의 왜곡

 

인간은 시간을 인지하는 데에도 비선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뇌는 당장 눈앞에 닥친 상황이나 유혹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편, 미래에 벌어질 상황은 둔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본성 때문에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유혹이 먼 미래에 다가올 성취에 비해,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죠.

 

많은 동기부여 책들은 꿈을 꿀 때는 되도록 생생하게, 현실적으로, 마치 현재 꿈을 이룬 것처럼 상상하라고 가르칩니다. 이것은 잠재 의식의 활동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법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당장 눈앞에 있는 보상기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심리적 특성에 기반한 전략이기도 하겠지요.


아이러니하죠.


"나는 언젠가 큰 사업체를 소유하겠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어"라고 상상하는 것이 훨씬 더 폭발적인 행동력을 끌어 올 수 있다는 명제는, 많은 성공 코치에 의해서 전수되고 있는 비법입니다. 그리고 진실이기도 하죠.

 

막연한 미래의 꿈보다, 목표에서 역산하여 "지금 당장 내가 무슨 액션을 취해야 할지"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행동의 원동력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겠지요.

 

 맥락 기반 기억에 의존한 판단력

 

판단에 오류가 생기는 것은, 우리의 의사 결정 / 선택도 '맥락 기억'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때그때 처한 상황과 맥락에 기반해서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우리가 순간적인 맥락에 선택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유를, 우리의 선조 체계가 그렇게 진화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이 진화해 온 환경 - 생존을 놓고 싸워야 하던 - 에서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죠.  순간적으로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많았다는 겁니다. 이러한 까닭에 순간적인 직감에 의해서 행동하는 선조체계는 장시간에 걸쳐서 발달해온 반면, 합리적인 사고에 의해서 행동하는 숙고 체계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발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두 체계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 거의 언제나 선조 체계가 승리한다고 합니다.

 

저저의 마지막 한마디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두 체계 사이에서 이리저리 갈팡질팡 한다는 자체가, 인간의 마음이 정교한 공학적 산물이기보다는 클루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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