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우유부단할까?
스스로가 결정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신 적이 있나요? 우유부단함은 특정한 사람만 겪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병리적으로 결정장애라는 병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다들 조금씩은 결정 앞에서 우유부단한 성향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야식을 먹을 때 배달의민족 앱을 켜놓고 한참 들여다 봅니다.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고민이 됩니다. 찜닭은 별로일 것 같고.. 곱창을 먹자니 치킨도 먹고 싶고.. 그렇게 고민하다가 결국 시간이 다 되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습니다.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계속 고르고 고르다가 이 책을 읽자니 별로일 것 같고, 저 책을 읽자니 너무 비싸고... 한참 동안 결정을 못 하고 서가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결국은 집에 가자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지요.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고르는 중, 이 디자인이 예뻐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과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정작 중요한 보고서 작성은 미뤄놓은 채, 프레젠테이션 디자인만 계속 골랐던 적도 있습니다. 또는, 보고서 개요를 A-B-C 순서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좋을지 B-C-A 순서대로 하는 것이 나을지 고치고 고치기를 반복하다가 시간이 다 간 적도 있었죠.
결정장애는 본인의 인지적인 에너지 수준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지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고민거리 앞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다가일의 효율성도 떨어뜨리고 선택에 만족도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적절한 시점에서는 망설임을 멈추고 마음에 마음에 결단을 내리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결정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팁
많은 결정의 대가들은, 우유부단함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리서치하고 적용해 보면서 유용하다고 느낀 방법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1)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애쓰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결정도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죠. 어떠한 결정이라도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고, 한 가지를 선택함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게 마련입니다. 야식 메뉴를 고르는 것이든 보고서의 레이아웃을 짜는 것이든,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고민하다 보면 중간도 가지 못하는 결정을 내리거나, 결정을 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흘러가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또, 완벽하려고 애쓰다 보면, 그 결정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애착이 강한 만큼, 그보다 나은 대안의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죠. 오랫동안 고민하고 만든 발표 자료일수록, 동료들의 비판이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게 되는 경험은, 많은 직장인이나 대학원생들이 한번씩 겪어 보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최선의 결정인가?"를 따지기보다는 "이것이 최악인가?" 를 따집니다. 야식같으면, "이게 제일 맛있겠는가?"보다는, "이건 정말 먹기 싫은가?" 를 따지는 것이죠. 최악이 아니라면, 일단 pick 하는 것이 결정을 못하고 우유부단한 것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2) 결정을 안 하는게 나을 수도 있는가?
어떤 것이 좋을지 몰라서 망설이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죠. 최선을 고르려고 애를 쓰다가 때를 놓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최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 차라리 결정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면 결정 장애는 그다지 문제가 아닙니다. 결정을 보류하고 결정할 수 있을 때 결정할 수 있을 때 결정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무엇이든 결정하는 것보다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더 나쁜 선택이라면, 차라리 최악의 결정을 하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책을 사기로 나왔다면 어떻든 책을 사서 들어가는 것이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들어가는 것보단 낫다는 것이죠. 시간에 쫓기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마감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떻게든 결정을 하도록 촉구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3)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입을 타격이 큰가?
대부분의 결정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결정이 사소한 것은 아니더라도, 매일 하는 사소한 결정이 20년 뒤를 좌우할 만큼 심각한 경우는 많지가 않죠.
많은 의사결정의 대가들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나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이 올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10년 뒤에도 그 결정이 두고두고 나를 괴롭힐 가능성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죠.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심한 타격을 입을 만큼 중요한 결정이라면, 면밀하게 장단점을 분석한 다음에 결정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10년 뒤에도 이게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요"라면, 아무거나 고르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4) 아무거나 찍자
정 모르겠을 때는, 눈감고 아무 것이나 찍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것은 무책임한 결정이 아니라, 자기의 직관과 무의식이 개입할 공간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무의식은 이성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잠재의식, 또는 직감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아서, 내가 평상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내가 마음 속으로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 충분히 학습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때로는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왠지 끌리는 것"을 고르는 것은, 내가 정말로 원했던 것, 나와 정말 부합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이 농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만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관을 믿고 모험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요. "안 죽는다" 라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5) 빨리 실패하자.
결정은 실패할 가능성을 안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은 나머지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최악의 경우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그거를 받아들이겠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레슨인 것이죠. 그래서 그것도 나름대로 유익하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것보단, 어떤 것이든 빨리 결정하고 빨리 실패해야 교훈도 얻고 시간도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아끼자
크든 작든 삶은 결정의 연속입니다. 인생은 Birth 와 Death 사이에 있는 Choice 라고 하지요. 매번 결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 정말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중요한 성취를 이루기 위한 작업을 할 때 사용할 에너지가 고갈됩니다.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중대한 결정이 아니라면, 사소한 결정은 너무 많은 고민 없이 빠르게 결정하고, 그에 따르는 댓가는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마음먹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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