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없음>을 읽으며 - (3)
<규칙 없음> 제3장에서는, 출장,휴가, 그리고 각종 경비에 관한 규정을 없앰으로써 얻게 된 이득을 소개한다.
넷플릭스는 직원들의 휴가 일수에 대하여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몇 시간을 일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성과를 내느냐 하는 것이므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휴가 일수에 관한 규정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휴가 규정을 없애면 두 가지 상반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먼저, 구성원들이 휴가를 같은 기간에 떠남으로 인해 업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눈치를 보느라 누구도 자발적으로 휴가를 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서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데 리더보다 더 많은 휴가를 쓰는 사람이 있을까? 구성원들이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못 가는 상황을 막으려면, 리더부터 솔선수범해서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팀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휴가를 사용함으로써 업무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일정 부분 제약을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 '1년에 얼마 이상은 안 된다' 라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사전에 장기 휴가를 갈 것 같으면 미리 협의를 할 것' 과 같은 식이다. 이러한 룰은, 명문화된 제도를 만드는 대신 맥락을 통해 구성원을 리드하는 넷플릭스의 운영 방식과 부합한 것이었다.
저자는 휴가 규정을 없앴다고 해서 사람들이 실제 일하는 방식에 대단한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휴가를 가지 못했고, 일부 몇몇 사람들만 장기 휴가를 가는 정도였다고 한다.
자유로운 문화가 만족도를 높인다.
그래도 휴가 규정이 자유롭다는 자체가 직원들의 사기와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그 제도의 사용 여부를 떠나서, 언제든지 원하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근무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간혹 이러한 규정을 악용하는 사람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앞 두 챕터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이 서로에게 자유롭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문화이니, 규정을 악용해서 사리사욕을 챙기는 행위는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통제된다는 것.
휴가 규정을 철폐함으로써 직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경험을 한 넷플릭스는, 출장 규정과 경비지출 규정도 없앤다. 다만, 아무 때나 마음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이 지출 결정을 나중에 상사 앞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인가", "회삿돈을 내 돈 처럼 사용하는가" 라는 기준에 맞추어 스스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운영 정신인 "맥락으로 리드한다" 라는 정책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다
규정을 없앰으로써 얻을 수 있는 큰 이득은, 자유로운 기업 문화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일부 속이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어도, 이로 인해서 얻는 이득 만큼 크지는 않다고 말한다. 회사가 직원을 신뢰하고 자유를 줄 때, 회사에 대한 직원의 책임감과 주인의식도 함께 높아진다고 말한다.
대규모의 기업에서 개개인의 직원들이 결정할 수 있는 자유의 폭이 상당히 크다는 점은 놀라웠다. 여러 사례들이 있지만 말단 직원들이 자기의 판단에 의해서 상사의 승인 없이 큰 규모의 지출 결정을 할 수가 있다는 점은 쉽게 흉내내기 어려운 제도인 것 같다.
경직된 의사결정구조의 단점
경비 지출과는 거리가 있지만, 많은 대기업은 업무상 실수나 불합리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계속 만드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의 잘못인지, 규정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부터 따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일을 홀드 시켜놓는 경우도 가끔 보게 된다.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조직은 긴급하게 대응해야 되는 상황에도, 협업 팀을 설득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 업무 실수가 발생하면 그로 인해서 초래되는 시간적 물질적 손실이 상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내가 소속된 반도체 회사 같은 경우에도, 한 번의 판단 미스가 엄청난 비용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매사에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고, 엄격한 체크리스트와 사전검증을 통해서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하고, 확실한 근거에 의해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진행에 제한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조금씩은 어느 정도 구성원들에게 재량권을 주어 스스로 판단하게 하고, 그로 인한 손실은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개방적인 정책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규정 대신 일의 맥락에 따라 판단하도록
중요한 것은 맥락으로 리드하는 것이다. 모든 케이스에 대해서 대응 방식을 미리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맥락에 따라 행동하도록 리드해 주면, 사전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구성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그리고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손실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래서 팔로워들에게 일을 시킬 때는 "일의 배경과 목적이 무엇인지", "일을 통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를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고년차들에게 더 많은 재량권이 주어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고년차일수록 "일 자체"보다는 그 일을 둘러싼 맥락을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점점 자유로운 제도가 기대된다
휴가 규정을 없앤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추세인지도 모른다. 점점 더 자유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규정과 문화가 혁신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우리 회사도 과거에는 8:30 출근에 5:30 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켜야 했다. 8시 31분에 출근하면 오전 반차를 사용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에는 근무체제를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 사전에 지정된 필수 근무 시간 (오전 오후 각 1시간 30분) 만 지키면, 알아서 출근하고 알아서 퇴근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다음 해에는 필수 근무 시간마저 없어지고, 주 40시간만 일하면 재량껏 일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었다.
아직은 매일 필수적으로 4시간 이상은 근무해야 하지만, 어쩌면 점점 더 자유를 추구하는 추세에 따라 매일 필수 근무 시간마저 없어질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처럼 근무 시간이란 개념 자체를 아예 없앨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점점 자유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해도 일이 될까 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같이 일하는 부장님 말씀을 들어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오래 전 주5일 근무제 처음 시작할 때도, 그렇게 하면 회사 안 돌아간다고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약간의 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점점 자유도가 높아지는 근무 형태에 사람들이 적응하게 되면, 어쨌든 회사는 잘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미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도 있는데. 우리 회사도 언젠가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된다. ^^
자유로운 문화에 적응하기
그래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같이 일을 해야 되는데 후배 사원들이 자리 없으면 답답할 때가 있다. 나는 옛날 사람이기 때문에 8:30 되면 출근하는데, 후배 사원들은 9시에도 오고 10시에도 오는 걸 보면 불편할 때도 있다. 출퇴근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회사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이러면 꼰대라는 생각에 급히 마음을 고쳐먹곤 한다.
후배들과 일할 때는, 항상 그가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나도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면서 성과를 추구하기로 마음을 먹어봐야겠다. ^^
오늘도 우리 팀장님은 저녁까지 자리를 지키셨다.
"팀장님,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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