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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독서노트

독서후기 : 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by 데이빗_ 2016.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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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verview |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라는 책을 다 읽었다. 이 분의 책은 뭔가 와 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건질 내용들이 있다. “와 닿는 내용”이라 함은 “실생활에 유용한 내용”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내공을 쌓기 위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라”라는 메시지가 “와 닿을”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공부란 무엇인가. 저자의 말처럼, 책을 읽고 독서에 파묻혀 있어야만 공부인 것은 아니다. 대화를 하면서도, 여행을 가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거기서 무언가 깨달음이 있고 지적인 자극이 있고, 생각을 변화시킬 계기가 있었으면 그 모든 것이 공부인 것이다. 즉 저자의 메시지는, 평범한 일상을 유의해서, 관심있게 들여다보는 것, 그것으로부터 자기만의 메시지와 통찰을 찾아내는 모든 활동이 다 공부라는 것이다. 


꼭 그렇게 내공이 깊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더라도, “한 가지만 아는 사람”보다는 “여러 가지를 두루 공부해 본 사람”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질 것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양해질 것이다. 책에 나오는 어떤 비유처럼 망치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든 문제가 다 못으로 보이듯, 다양한 주제의 공부를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과 삶을 인식하는 방편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의 메시지처럼, 영화를 보더라도 그저 보는 것과, 그 영화감독에 대해 공부하고, 기법에 대해 알고, 리뷰를 읽고 보는 것과는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삶을 되돌아볼 때를 미리 생각해 보면, 예리하게 갈고 닦은 지성을 소유했느냐 아니냐가 정신적 풍요를 좌우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자명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다양한 것을 접해 보고 다양한 활동을 해 보고, 다양한 책을 읽어 놓은 정신적 자본, 한 개인의 문화적 자산을 축적해 놓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노후 대비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배우는 행위 자체가 가져다주는 기쁨을 경험하라"고 권한다. 배워서 어디에 써 먹는 유용함보다도, 배우는 행위 자체가 주는 본질적인 기쁨을 경험하는 것, 멋진 말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에 보면, "자기목적적 경험", 즉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활동이야말로 가장 몰입하기 쉽고 행복을 경험하게 해 주는 일이라는 언급이 있다. 김병완 작가의 "초의식 독서법"을 비롯한 여러 독서법 책에서도, 무언가를 위한 도구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권한다. 배우는 것 역시 그 자체가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면, 어디에 써 먹지 않더라도 공부하고 배우는 것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꽤 쓸모있는 방편이 아닐까.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기쁨, 서툴던 것이 점점 익숙해지는 재미, 어렵던 것이 점점 쉬워지는 희열, 거기서 오는 즐거움. 공부도 어쩌면 독서나 스포츠와 같은 취미 생활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공부하면 늙지 않는다고 한다. "아재"가 되고 나니까, 더더욱 와 닿는 것 같다;; 나도 그래서 뭔가 배우려고. 수채화 그림 같은 거 배워보고 싶다. 아내도 수영을 배워 보려고 강좌에 등록했다. 배워서 어디에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우는 과정에서 자라고 있다는 자긍심, 자신감, 그리고 스트레스 풀 수 있는 좋은 도구 하나쯤 갖추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소크라테스의 공부법. 생각의 힘, 질문의 힘. 토론의 힘에 대해 언급하는 꼭지가 있다. 일상 생활에 적용해 보면, 회사 업무도 본질적으로는 공부이고 질문이고 토론이다.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를 유의깊게 보고, 데이터의 조각을 이어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고, 거기서 가설 (질문) 을 세우고 그것이 맞는지 검증하기 위해 맞추어 보는 행위. 그리고 내 생각을 덧붙여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피드백 받는 행위. 고되고 힘들지만 회사 생활도 본질적으로는 공부와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된다. 반도체 프로세스에 관한 공학적 지식이 인생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마는, 그 기저에 있는 생각하고 궁리하는 과정과 경험은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양분이자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깨알같은 팁들도 많았다. 특히, 어려운 고전을 읽을 때는 쉽게 써 놓은 해설서를 먼저 읽어 보라는 팁. 대학원 때 어떤 똑똑한 후배가 바쁜 연구실 생활 중에서도 시간을 쪼개 동양고전 읽기 모임인지에 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나도 고전 읽기에 도전해 불까 싶다.


아직은 인생을 멀리 볼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에, 나는 아직도 이 책의 전체 내용이 와 닿지 않는다. 그저 막연하게 "옳은 말씀"이라 느껴질 뿐. 아직도 고전보다는 실용서가  더 끌리고, 인생의 본질에 관한 공부보다는 당장의 유익이 더 절박하고 가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언젠가 그러한 필요가 느껴질 때, 미리 읽어둔 고전 한 편이 힘이 된다면, 지금 유익한 책을 읽고 지금 새로운 것을 배워 두는 것은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와 닿든 와 닿지 않든, 공부는 즐거운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졌다는 것. 몰랐던 것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 한 권을 더 읽고, 뭔가를 더 배운다.




● 기억에 남는 글귀


단지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것은 공부와 완전히 다르다.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따져 봐야 하는데, 인터넷 검색이나 뉴스로 접하는 정보들은 그런 과정이 없이 흘러가 버린다. 어떤 새로운 사실을 접했을 때 내 생각을 변화시키거나 자극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간다면, 그것은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다.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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