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려운 책이라기보다는, 당장 도움이 되는 실용서가 아니라도 지성과 교양이 조금이라도 늘 수 있는 책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뭔가 좀더 똑똑해질 것 같았다. 그런 책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효용가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롯데월드몰 4층에 있는 반디서점에 아기랑 단둘이 가서 샀다. 그 말은, 아기가 이리저리 나부대고 뛰어다니는 바람에 신중한 숙고 없이 살 수밖에 없었다는 뜻. 한동안 묵혀 두다가 꺼내서 읽어 보았다.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해 보려고 했는데, 어렵다. 너무 내용이 광범위해서. 역사에 관한 내용도 있고, 고대로부터 근대까지 이어져 온 경제 발전 모델에 관한 내용도 있다. 정치에 관한 내용도 있다. 사실 책 제목에 “인문학”이라는 말이 들어갔을 때부터 알아 차렸어야 했다. 정치, 경제, 역사, 사상 등, 정말 다양한 분야들이 인문학이라는 범주로 묶일 수 있으니까. 만약 “공학에 관하여”라는 책이 있었다면 알아차릴 수 있었으리라. 그 책 안에는 전자공학에 관한, 기계공학에 관한, 생명공학에 관한, 재료공학에 관한 이야기가 골고루 들어 있으리라는 것을.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긴 호흡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주제를 한번씩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야말로 교양서로서는 그 가치가 탁월한 것 같다. 그리고 책은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통찰력도 대단한 것 같았다. 예를 들어, 근대 소설 “로빈슨 크루소”라는 작품은, 중세까지 이어진 집단주의가 해체되고 독립적인 개인의 시대가 열리는 이정표 같은 역할을 했다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 식으로, 역사의 흐름에 따라 도구가 진화되고, 정치 체제가 변화하고, 문명이 발전해 온 흐름을 일종의 필연으로 해석하는 통찰력이 돋보였다. 그런 논리의 흐름이 참 재미있었다. 역사나 정치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이 한 권의 “인문학 교양서”로서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읽고 나니 뭔가 지적인 허세(?)를 좀 부릴 수 있다는 거?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고, 어쩌다 비싼 매장에 가서 옷 한 벌 사면 뭐라도 된 느낌이 드는 것처럼, 제목에 “인문학”이 뙇! 박혀 있는 책을 읽고 나니 교양이 조금 더 함양된 느낌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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