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공저의 "미움받을 용기" 를 통해 아들러 심리학이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알프레드 아들러가 직접 쓴 심리학 개론서이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고 한 챕터 안에서도 내용 전개가 뜬금없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 어쨌든 한 번 읽고 다시 읽으면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조금씩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첫 장은 “사회적 협력”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건전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질에 대해 논하고 있다. 사람은 공공의 복리에 공헌할 때에만 참된 인생의 의미를 맛볼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거나 협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에 따라서는 이와 같은 사회적 협력 능력이 지극히 낮은 사람들이 있는데, 대개 유아기의 경험에 의미를 잘못 부여해서 올바르지 않은 방향의 행동양식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흔히 이와 같은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경험이 원인이 되었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칠 법 하지만, 저자는 경험 자체보다는 경험에 부여한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단언하면서 이와 같은 결정론을 배격한다. 같은 경험으로부터 다른 의미를 끌어내서 서로 다른 세계관과 행동양식을 가지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지 않은가? 사람이 경험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최초의 기억으로부터 유추해 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몸과 마음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다룬다. 주요 내용은, 심리상태가 행동과 몸의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특정한 감정에 의해 특정한 행동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불안감에 의해서 마구 우는 행위 또는, 분노에 의해 마구 화를 내는 행위 등), 이렇란 감정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 독특했다. 감정은 어떤 상황에 의해 수동적으로 파생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생긴다는 것이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예로 든 것처럼,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라 소리를 지르기 위해 화를 낸다는 것.
세 번재 장에서는 열등감 보상과 우월감 추구라는 주제를 다룬다. 인간의 행동은 열등감에서 벗어나 우월감을 추구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월감 추구가 바람직한 방법으로 이뤄지지 못하면 무익한 행동양식을 낳게 된다고 지적한다. 직장생활이 순탄치 못한 사람이 집에서 폭력적이 된다든지, 자기가 틀린 줄 알면서도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든지 하는 것이 다 열등감을 상쇄시키고 우월감을 추구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자기를 발전시키고 개선시키는 활동을 통해서 좀더 나아지려고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만, 무익한 방법으로 우월감만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사람을 실패로 이끌 뿐이다. 어쩌면 갑질 같은 게 이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네 번째 챕터의 기억이 알려 주는 비밀, 그리고 다섯 번째 챕터인 꿈의 이해와 사용법은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최초의 기억을 해석하는 방법과 꿈을 해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떤 사람이 최초의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을 살펴보면, 그가 그 기억에 부여하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 부여가 그 사람의 나머지 인생 방식을 해석하는 도구가 된다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꿈을 해석함에 있어서, 꿈의 목적은 그 사람의 인생방식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는 관점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세계관과 인생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강화하기 위해 꿈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자기를 기만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어릴 때의 경험이나 신체적 장애 등에 잘못된 의미를 부여해서 왜곡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잘못된 의미부여를 깨닫고 그것을 극복하도록 용기를 줌으로써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아들러 심리학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절한 해설서의 도움을 받아서 같은 저자의 책을 좀더 읽어 나가면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좀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기억에 남는 구절>
우리가 특정한 경험을 자기 장래의 인생을 위한 기초라고 생각할 때에는 항상 무언가 과오를 안고 있다. 의미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그 상황에 어떤 의미를 주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어릴 때의 특정한 경혐에 의해 사람의 기질이나 성격이 결정된다고 보는 시각을 반대한다. 책의 전반에서 어릴 때의 경험을 잘못 해석한 결과로 올바르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공헌하는 인간의 가치에 걸맞지 않은)세계관을 가지게 된 사례들을 곳곳에 소개하고 있다.
열등감은 늘 긴장을 자아내는 감정이기 때문에 우월감을 향해서 나아가는 보조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월감을 얻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우월만을 추구하게 되면 인생의 무익한 측면으로 향하여 정말 중요한 문제는 배제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중략) 열등감은 인류가 자기 자신을 개선하려 하는 모든 노력의 결과이다. 예컨대 과학도 사람들이 자기의 무지를 깨닫고 미래를 예견할 필요성을 느낄 때에만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열등감은 인류가 자기의 생활을 개선하여 우주에 대해 보다 많이 알고 우주를 보다 잘 통제하기 위한 여러 노력의 결과이다. 사실 나의 견해로는 우리 인간의 모든 문화는 열등감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까지 생각된다.
저자는 한 챕터 전체를 할애하여 열등감 보상과 우월감 추구라느 주제를 다루고 있다. 사람의 행동은 결국 열등감에서 벗어나 우월감을 추구하기 위한 일련의 반응이다.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다른 사람에게 공헌이 가능한 방향으로 표출되는 행동은 긍정적인 개선 결과를 가져온다. 그 자체로는 열등감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다만, 사회적인 유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우월감만을 추구하는 행동은 잘못이다. 예를 들어 사회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이 집에서 폭군이 된다든지, 비난을 받으면 무작정 발끈하며 화부터 내는 사람들이 그 예시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어려움에 대항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이 바로 꿈의 과제인 셈이다. 이제야 우리는 우리의 심리가 수면 속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문제에 맞서려고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꿈속에서 우리는 현실과 달리 상황 전체와 맞서지 않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보다 쉽게 생각되어진다. 따라서 꿈에서 제시된 해결책은 우리의 현실에 맞게끔 약간의 적응을 요구하게 된다.
꿈의 기능과 해석에 대한 심리학적인 한 견해를 보게 되어 새로웠다. 이 대목을 읽고 나서, 최근에 강렬하게 인상을 남겼던 꿈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었다.
모든 기관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확실히 불리한 조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도 아니다. 만약 정신이 자신의 본분을 잘 수행하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열심히 훈련한다면, 그런 사람들 또한 무거운 짐을 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훌륭하게 성공할 수 있다.
첫 스크랩 구절과 맥이 상통하는 메시지. 환경과 경험이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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