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와 닿았다. 확 끌리는 책이다. 1만 권을 읽는 방법이라니! 수천 권에서 1만 권을 읽었다는 분들을 종종 보았고, 1만 권을 읽으라고권하는 책은 많이 보았지만, 1만 권을 읽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은 처음이었다. 예스24에서 종이책을 주문하고 나서 혹시나 싶어 리디북스에서 다시 검색해 보았는데 전자책으로도 판매하고 있었다! 너무 읽고 싶은데 종이책이 오기를 기다릴 수가 없어서 전자책으로도 주문했다. 역시나. 기대했던 것만큼의 가치를 했다. 이 책을 읽고 좋았던 점을 간단히 기록해 보려고 한다.
흔히 책을 읽는 이유로서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로는, 정서와 의식의 함양이다. 시나 소설, 에세이 등의 순수문학이 이러한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둘째로는 실용적 지식과 기술의 습득이다. 업무나 생활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자기계발서나 기술서적 등이 이에 해당할 것 같다. 나는 여기에 독서의 세 번째 가치를 덧붙이고 싶다. 바로 자기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사상을 재확인하고, 지지받고, 격려받는 것. 자기 생각에 확신이 부족하거나 나아갈 길이 뿌옇게 보일 때, 책을 읽음으로써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내가 가려는 길로 가도 성공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리뷰하는 <1만 권 독서법>은,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의미에서 가치가 컸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독서의 기술을 몇몇 가지 얻었다는 점에서 두 번째 가치도 꽤 컸다.
패턴리딩, 패스트 리딩 (곧 리뷰를 쓰겠지만) 등,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은 “좀더 빠르고 효과적인 독서법”을 찾고자 하는 고민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실용 독서 방법을 담은 책들은 “더 빠른 시간 내에 책의 내용을 최대한 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설명했다면,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책의 내용을 머릿속에 담으려 하지 말아라!”라고 주문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래의 한 문장으로 압축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독서의 진정한 가치는 책의 내용을 전부 머릿속에 기억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1퍼센트를 만나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독서를 음악으로 비유한다. 음 하나 하나를 모두 다 들으려고 슬로우재생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음악을 잘 이해하고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음악은 기억하기 위해 듣는 것도 아니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책 한 권 한 권의 내용을 다 기억하고 담으려 하는 시도가, 결국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자는 독서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독서를 할 것을 권한다. 그 안에서 가치 있는 문장 하나, 와 닿는 개념 하나를 가져가는 것이지, 책의 모든 내용을 다 머릿속에 담는 것만이 올바른 독서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레고 블럭으로 비유하면서 이와 같이 말한다. 한 권의 책을 깊게 읽는 것이 아니라, 많은 책으로부터 핵심이 되는 작은 블럭 하나를 뽑아 내어, 그것들로 큰 덩어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핵심적인 읽기 기술은 아주 유용하다. 차례를 보면서 필요한 곳만 읽기, 꼭지마다 첫 다섯 줄과 마지막 다섯 줄만 읽기, 소꼭지나 소제목 단위로 넘겨가면서 읽기, 키워드 중심으로 읽기 등이 그것인데, 실제 독서에 활용해 보니 책 읽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해서 내용을 다 흘려 버려도 좋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빠르게 읽되 핵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책의 내용을 리뷰하고 글로 써 보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저자 역시 서평가로서, 하루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고 꼭 리뷰한다고 말한다. 리뷰의 핵심은 인용과 한 줄 샘플링이다. 꼭 인용하고 싶은 문장을 옮겨 적고, 그 중에서도 절대 놓칠 수 없는 문장 하나를 골라서 리뷰하는 것이다. 읽은 책마다 이와 같이 한 줄 인용과 한 문장 리뷰를 기록해 두면, 나중에 다시 읽어 보았을 때, 자기만의 훌륭한 독서 역사로서 가치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후반부의 책 버리기 기술은, 아직 충분한 양의 장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책을 쌓아두고 재산으로 여기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한다. 공간 활용 측면에서나, 더 가치 있는 책을 보관하기 위해서나, 다 읽은 책은 정기적으로 관리해서 방출하는 것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어릴 때 동화책을 읽으면서 다 활용했던 방법들이다. 순전히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 독서하던 시절에는 건너뛰어 읽기, 거꾸로 읽기, 발췌해서 읽기 등 어떻게 책을 자유롭게 읽어도 별다른 거리낌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고 나서 보니 나도 고정관념이 생겨서 ‘책은 모름지기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다 읽어야 하는 거야’하는 생각에 젖기 시작한 것 같다. 다시 한번 다짐했다. 책은 즐겁게 읽는 것이다. 지엽적인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물 흐르듯이 읽자. 빠르게, 그리고 많이 읽자.
<기억에 남는 구절>
가능하다면 책은 하루 안에 한 권을 다 읽는 게 이상적입니다. 매일 다른 책이 자신 안에 흘러들었다가 빠져나가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플로우 리딩의 기본 형태입니다. 저는 서평을 쓰기 위한 책은 절대 다음 날로 넘기지 않고 하루 안에 다 읽으려고 합니다.
한 권을 깊이 읽는 게 아니라 많은 책으로부터 ‘작은 조각’들을 모아 ‘큰 덩어리’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느리게 읽는 사람에게는 결정적으로 이런 발상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읽은 문장을 머릿속에 주입함과 동시에 머리 밖으로 써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보를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정보를 자신의 손을 사용하여 재구축하는 과정을 거치면 단순한 훑어보기 독서나 단조로운 정독보다 압도적으로 깊은 독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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