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긴 적이 있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에나 원하는 정보가 널려 있고, 하이퍼링크를 통해서 이곳 저곳으로 쉽게 점프할 수 있는 환경이, 집중해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고, 글을 읽지 못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점점 정보 얻기가 쉬워지고 있다. 하나의 지식을 얻기 위해 깊이 있게 사유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클라이브 톰슨의 <생각은 죽지 않는다>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시각을 읽을 수 있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정보기술의 발달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잘 활용하면 더 많은 유익과 이점을 누릴 수 있고, 인간의 한계를 더 확장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기계에 종속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지만, 사람이 더 잘 하는 일이 있고 기계가 더 잘 하는 일이 있다. 기계를 활용함으로써 인간의 능력을 더욱 넓히고 강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고, 실제로 그와 같은 사례를 많이 들어 놓았다.
이 책은 크게 아홉 개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에서 다루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서론이다. 디지털 툴은 그저 나쁘기만 한 것인가? 디지털 툴을 더 잘 활용함으로써 우리는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컴퓨터와 인간의 체스 대결이라는 화두를 시작으로, 인간과 기계는 서로 대립하는 존재가 아님을 역설한다. 오히려 기계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좀더 많은 능력을 갖게 해 주는 도구로서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2장. 완전한 기억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디지털메모리의 용량은, 인간의 모든 생활을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실제로 자기의 모든 생활을 완벽하게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이른바 "라이프로거"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인간 기억의 한계를 디지털 툴을 이용해서 비약적으로 넓힌 사례라 하겠다. 다만, 모든 것을 기록하되 어디에 무엇이 기록되어 있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며, 기록은 쉽지만 그것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지적한다. 더불어 마지막 꼭지에서는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부연하고 있다.
3장. 생각의 공개가 갖는 위력이라는 주제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이 말초적인 자극만을 좇고 진지한 사유와 글쓰기를 피한다는 비판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지만, 저자는 오히려 인터넷으로 인해 사람들이 글 쓰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또 실제로 적극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글을 쓰면 누군가 읽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이다. 생각이 공개되고, 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든다는 것. 또한 생각이 공개된다는 사실은 청중 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학생들이 글을 쓸 때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전개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
생각이 공개되어 있으면 아이디어의 폭발적 확장을 일으키는데, 동시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혁신이 어느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를 '멀티플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이는 지식의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더불어 아이디어의 오리지널리티와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같은 분쟁을 야기하는 요인이 된다고도 말한다.
4장은 디지털 문해력에 관한 내용이다. 디지털 도구의 발달이 인간의 독해력과 해석능력을 떨어뜨렸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람들의 디지털 독해력은 오히려 향상되었다.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통계, 사진편집, 동영상편집 등은 이제 더 이상 전문만의 영역이 아니다.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편집된 사진은 금방 들통이 나게 되어 있다. 디지털 툴을 통해 광범위한 정보들이 수집되면, 사람들은 그로부터 패턴을 읽어 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실을 해석한다. 정치가들의 연설문을 분석하면 자주 쓰는 단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로부터 그 사람의 가치관과 성향을 읽어내는 것이다. 디지털 툴의 발달은 전통적인 “글을 읽는 능력”뿐 아니라, 빅 데이터로부터 진실을 읽어내는 능력을 발달시켰다. 그것은 디지털 툴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것이었을 것이다.
5장. 검색에 관한 내용이다. 검색이 용이해지면 멍청해지는 것일까? 오히려 저자는 기억을 나눔으로써 아는 것이 많아진다고 한다. 궁금한 것을 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걱정스러운 풍조인 것은 아니다. “정보를 우리가 믿는 누군가의 내부에 놓을 때, 그 사람은 우리의 연장된 두뇌가 된다” 이를 분산기억이라고 하는데, 컴퓨터는 분산기억의 훌륭한 파트너이다. 기억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두뇌의 기억은 떨어지지만,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정보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는데. 그것은 디지털 툴이 기억을 좀먹는다기보다는, 디지털 툴과 공생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6장은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결된 공간을 통해 사람들은 협업한다. 자기 지식을 기꺼이 나누어 준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는 위키피디아 같은 온라인 백과사전 같은 게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혹은 네이버 지식인 같은 것도 한 예일 수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사람들은 혼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7장은 디지털 툴을 교육에 접목한 사례이다. 컴퓨터가 교실에 적용된 것은 이미 오래 된 풍경이다. 컴퓨터를 교육의 도구로 사용하게 되면, 교과서와 칠판만으로 배울 떄보다 더 많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 컴퓨터를 사용해서 귀납적 사고력을 배울 수 있고, 과학적 모델링을 배울 수 있다. 코딩 교육을 통해서 논리적인 사고력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이 컴퓨터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낸 데이터를 가지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취도 패턴, 자주 틀리는 문제, 어떤 학생이 어떤 단원을 어려워하는지 등과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8장. 소셜네트웍 서비스의 폐해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리는 단문 메시지는, 하나하나 놓고 보면 아무 의미 없는 정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그것을 이어 놓고 보면, 그 사람의 히스토리가 된다. 우리는 그런 단편적인 메시지와 사진을 이용해 스스로를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삶을 알아본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도, 마치 어제 보고 또 만난 사람처럼 일상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부작용도 지적한다. 철없을 때 했던 발언이나 잊혀지고 싶지 않은 사진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계속 보존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잊고 싶은 것은 잊게 만들어 주는 망각 시스템의 구현이 가능하며, 잊혀질 권리를 보호해 줄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한다.
9장에서 기억에 남는 점은, 모두가 연결된 사회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책임의식에 관한 내용이다.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개개인은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 처해 있는 문제가 더 이상 남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온라인 공동체는 이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목소리가 발산될 수 있는 광장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고, 디지털 세상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니콜라스 카의 책을 한 번 읽었던 터라, 서로 상반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두 책을 모두 읽게 된 것이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디지털 세상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과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인터넷과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이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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