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은 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성경의 원칙이 치열한 직장생활의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기독교인의 직업 윤리는 어때야 하는가? 성경은 우리의 직업과 직무수행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가? 교계에 널리 알려진 고전 같은 책, <일과 영성>을 통해서 그 해답..이라고까지 하면 좀 오버스럽고, 나름대로 힌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책은 크게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파트인 “일, 하나님의 황홀한 설계”에서는, 일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임을 밝히고 있다. 흔히 에덴 동산에서의 범죄로 말미암아 그 벌로써 우리에게 노동이 부과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도 일하고 쉬셨으며, 창조사역의 일부를 범죄하기 전 인간에게도 맡겨 주셨다는 것이다. 사람이 범죄하기 전에도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계를 다스리고 관리하며 개발하도록 사명을 주셨다. 노동을 범죄로 인한 저주로 보는 것은 지극히 편협한 생각인 것 같다. 물론 땀흘려 일해야 밥 먹고 살도록 죄에 대한 댓가로 노동이 부과된 면도 있지만,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악을 속량하심으로 그리스도인의 일과 직무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관리하는 거룩한 사명의 연장선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두 번째 파트, “일 끊임없이 추락하다”는, 일이 거룩한 사명임에도 불구하고 일이 우리의 족쇄가 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욕심과 교만, 그리고 집착이 그 원인이 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거룩한 사명을 수행하는 일이라면 왜 때로는 성과가 나지 않고 열매가 나지 않는가, 그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조명하고 있다. 일은 하나님께서 주신 좋은 도구이지만, 우리의 인생과 영성이 일에 완전히 빠져들어 일이 우리를 지배하는 단계까지 나가지 말아야 함을 교훈한다.
마지막 파트, “일과 영성, 복음의 날개를 달다”는, 그러므로 직장에서 일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자세와 관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직무 수행에 있어 성경의 원리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그리스도인임을 무조건 드러내 놓고 그것을 강요하며 티내며 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어떻게 하나님의 지혜가 우리에게 임해서 일을 통해 하나님을 영광되게 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하나님께서 신앙인이라 해서 일방적으로 더 나은 은혜와 지혜를 주시거나, 그 반대라 해서 더 은혜를 베풀지 않으시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왜 직장에서 믿지 않는 사람이 종종 더 잘 나가는 사례를 보는가. 저자는 “일반은총”의 개념을 가지고 이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 해서 직장에서 더 우월한 위치를 자연스럽게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크리스천의 스토리에서 악당은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아니라 죄의 실존, 그 자체이다. 복음은 그이들뿐만 아니라 크릭스천들의 내면에도 죄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지혜와 지침을 받을 수 있는 채널을 가지고 있다. 일터에서 하나님의 지혜는 어떻게 공급받는가? 때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초자연적인 계시를 베풀어 주셔서 우리를 승진하게 하시거나 승승장구하게 하실 것을 기대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다분히 기복적인 기대에 대해 저자는 아래와 같이 답한다.
성령님은 옆구리를 살짝 찌른다든지 마음에 무슨 힌트 같은 걸 줘서 투자가치가 높은 주식을 짚어 주시는 따위의 마법 같은 방식으로 지혜를 베푸시지 않는다. 도리어 예수 그리스도를 더 생생하고 선명하게 부각시켜서 우리의 성품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내적 질서와 자비, 겸손, 담대함, 만족, 용기를 심어 주신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요소들이 지혜를 키워서 직업적으로든 인격적으로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이끌어 간다.
아무튼,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들”을 풀어 놓은 것 같지만, 때로는 지극히 당연한 말들 속에 고귀한 진리와 지혜가 감추어져 있는 법이다. 일단 한 번 읽어 보았을 뿐이지만, 두고두고 읽으면서 직장인으로서 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일에 매몰되지 않고도 더 나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일과 신앙의 밸런스를 잘 지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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