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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생각모음

일기 단상

by 데이빗_ 2017.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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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문득 그 동안 썼던 일기장을 들추어 보고 싶었다. 작년 초에 썼던 일기를 이리저리 뒤적뒤적 해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게 느껴졌다. 벚꽃이 피던 날 아내와 놀러 갔던 이야기, 아파트 경매에 관심이 있어서 충남 어느 도시까지 내려갔다가 그 집에 관리비가 엄청 많이 밀려 있어서 실망하고 돌아왔던 이야기, 아내를 좀 쉬게 하고 싶어서 아기만 데리고 어딜 놀러갔다 왔던 이야기 등등, 그 당시에는 무미건조하게 있었던 사실 위주로 적었던 이야기도, 지금 다시 들추어 보니 그 때의 느낌과 정서와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당시 무슨 고민을 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사유를 했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는데,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아서 "그 땐 이랬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지는 못했다. 한 10년정도 지나면 젊은 날에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을 바라보고 달렸는지 좀더 감상적으로 추억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추억 놀이를 해 볼 요량을 적었던 것도 있고, 그냥 하루 하루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적었던 것도 있다. 인류역사에 공헌할 만한 엄청난 업적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 발자국 정도는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혹시 나중에 내 아이가 일기장을 보면서 아빠가 어떻게 살았었는지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두툼하게 쌓여 있는 아빠 일기장 보면서 자기도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니까..

일기를 쓰면, 흘러가 버리는 일상을 유의해서 바라볼 수 있다. 김밥천국 가서 김밥 먹은 거, 집에서 아내가 꼬막 무침을 해 줘서 밥을 먹은 것 등의 평범한 일도, 좀더 의식해서 경험해 볼 수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려 보면, 아주 평범한 일상사도 그 나름의 의미와 추억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중에 그걸 다시 읽으면, 진짜 무미건조한 일상도 뭔가 영화나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눈으로 보는 풍경은 평범하지만, 연필로 거칠게 그린 풍경은 예술이 되듯. 아마 그것은 그 사건 자체가 특별해서라기보다는, 그 사건에 깃들어 있는 내 감상과 정서와 기억이 특별한 것이어서가 아닐까.

여하튼, 그저 하루 반 페이지, 한 페이지 적던 일기가 지금은 바인더 세 권으로 늘어났고, 아직 인쇄하지 못한 최근 일기까지 합치면 네 권은 족히 될 것 같다. 욕심 부리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히 지속하는 일은, 쌓이고 쌓여서 나름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향후 기회가 된다면, 일기 속에서 건질 만한 내용이 있으면 블로그에도 올려 보고, 나중에 책을 쓸 때라든지 다른 사람 앞에서 개인적인 깨달음을 나눌 기회가 있다면 활용할 만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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