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뒤로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해서, 세계가 경악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탈레반의 폭정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잔악한 통치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하네요.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살해하고, 곳곳에서 구타 / 살인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잔악한 집단을 놓아두고 미군이 철수했다는 점에서, 꽤 많은 비판들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 해서 미군이 탈레반을 소탕하고 문명화된 민주국가를 수립시켜 줄 책임이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미국을 마냥 비판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자국의 이익이 제일 우선이었고,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말했듯, 현지 정부군이 싸울 의지가 없는데 미군의 생명을 계속 희생시킬 수는 없었다고 하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네요.
한겨레신문 사설을 보니, 미국은 탈레반을 두 달 만에 축출하고도 전쟁을 멈추지 않고 "정상국가 건설"을 명목으로 서방의 정치체제를 강제로 심으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이 있더군요. 그러지 않았다면 달리 선택할 여지가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20년간 싸워도 극성을 부리는 걸 보면, 탈레반 축출후 바로 빠졌으면 더 심했겠지요.
실제로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 빠른 시간내에 정권을 빼앗긴 걸 보면, 싸울 의지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뉴스에 따르면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해서 제대로 보급도 되지 않고, 부패한 정부를 위해 싸울 의지도 갖기 힘들었다고 하니, 얼마나 총체적인 난국이었는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것 같습니다.
국내 뉴스 댓글을 보면...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을 탓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누구는 편하게 자유를 얻은 줄 아느냐, 너희들이 싸우지 않은 탓 아니냐 등등... 잘 모르겠습니다. 문명사회에서는 자유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쟁취할 만큼 절박한 기본적 가치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유의 소중함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걸 위해 목숨 바칠 동기가 생기지 않았을지도...
사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정치체제의 역사는 생각보다 장구하죠. 나라와 문화의 전체 역사에 비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스탠다드가 된 것은 사실 길지 않으니, 폭압적인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은, 우리가 그랬듯 그 나라 사람들도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그 나라는 이슬람교리가 지배하는 나라이니만큼, 세속국가만큼 자유주의가 "당연한"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는 건 객관적 사실이지요. 여성들의 인권은 이미 탄압받고 있고요. 백번 양보하더라도 어쨌든 탈레반의 가혹한 폭정은 보편적 기준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지 20년이 되었으니, 20년 전에 태어난 아이들 - 이미 대학생이 되었을 - 은, 폭압적인 탈레반의 악행을 겪어보지를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자라 온 사람이라면 모를까, 나름대로 자기결정권을 누려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암흑의 폭정을 겪는다고 생각하면 ...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한 여기자가 "여성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묻자 그 질문을 받은 탈레반 대원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는 기사를 접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이럼에도 무언가 세계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네요. 많은 나라들은 개입을 피하고 있고, 개입해야 한다고 누가 주장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그들을 축출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그 나라 국민들의 의식이 스스로 깨어나서 자유를 쟁취하길 기대할 수도 없으니, 그들의 고통을 그냥 바라보아야 하겠네요.
문득 휴전선 위의 북한 주민들이랑 많이 오버랩이 되네요. 폭정에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자비가 있으시길 기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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