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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독서노트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로버트 필의 곡물법 폐지)

by 데이빗_ 202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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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들어가며

 

지난번 포스팅에서 잠시 소개했던,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라는 책을 계속 읽고 있습니다. 딱딱한 정치사 서적이지만, 정치 뉴스나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보수 정당이 시대의 빠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면서 정치적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공부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그리고 영국 보수당(feat.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요즘 대장동이니 고발사주니 하면서 상대 당 후보의 불법 비리 의혹만 캐는 와중에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한국 정치환경을 볼 때, 좀더 건전하게 정책으로 대결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고요, 제가 그렇다고 정치에 참여할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교양을 갖춘 시민으로서 정치를 관전하기 위해서 정치서적을 좀 읽어보고 있습니다.

 

사회는 계속 바뀌고 진보합니다. 모병제나 전국민 기본소득 같은 정치적 아젠다는, 1015년 전만 해도 아주 급진적인 사람들이나 주장할 수 있었던 내용이지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런 것들이 단순히 급진적인아젠다로 치부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논의할 만한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을 볼 때, 결국은 속도의 문제이지 진보주의자들의 주장들이 언젠가는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개혁에 반대하고 브레이크를 거는 입장인 만큼, 자칫 잘못하면 개혁 저항세력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남는다라는 표현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이 되는군요. 지금도 반대파들은 보수정당을 친일”, “반통일세력”, “과거회귀정당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로버트 필의 업적, 그리고 한국 보수정당의 과제

 

1. 로버트 필에 대한 정치적 평가

 

오늘 읽은 내용은 1832년 영국 수상으로 취임한 로버트 필의 업적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는 과거 개혁법 파동으로 의회에서 소수파가 된 마당에, 이리저리 분열해서 위상이 많이 꺾인 보수당의 정치적 입지와 당세를 회복한 인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수용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될 때는 그것이 상대 당의 정책일지라도 지지하도록, 자기 당 의원들에게 촉구하는 정치력을 발휘한 인물입니다. 그는, 보수당이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각인되도록, 보수당의 위상을 높인 인물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2. 곡물법 파동을 둘러싼 갈등

 

당시 곡물법이 큰 이슈가 되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 수입된 곡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법률인데, 이는 자국에서 생산된 곡물의 가격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자국내 농촌에 토지를 소유한 지주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률이었지요. 하지만 영국은 농업 중심 사회를 탈피하고 있었고, 점점 도시 상공업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였기에, 곡물법 폐지를 통해 도시 상공업 종사자들에게 공급되는 곡물의 가격을 낮추어 주는 것이 시대적 요구사항이었다고 합니다. 로버트 필은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곡물법 폐지는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곡물법을 계속 유지하기로 고집하면 도시 거주민들에게 지지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지요.

 

 

곡물법을 폐지하면 전통적 지지 기반인 지주계급, 그리고 당내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서 곡물법 폐지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3. 곡물법 폐지의 후유증, 그리고 지지기반 확대

 

항상, 전통적 지지 기반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면 당은 분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박대통령 탄핵을 두고 새누리당이 찬성파와 반대파로 당이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빚은 적이 있었지요. 토리당은 곡물법 폐지로 분열되었지만, 많은 정치가들은 곡물법 폐지 결정을 통해 토리당이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평가합니다. 더 이상 농촌 지주 계급의 이익만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수구정당이 아니라, 도시 거주자들에게도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이 갖추어진 조직이라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4. 한국 보수정당도 생존을 고민해야 할 때

 

우리 나라의 보수 정당도 계속 살아남으려면”,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어떤 점에서 기존의 정책기조를 수정해야 하는지를 기민하게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좌파는 아니지만, 과거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에 기본소득 아젠다를 제의했던 것이 많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돈을 나누어 준다는 주장은 배급제나 공산주의 그리고 사회주의로 매도되기 쉬운 주장이었는데, 자유주의 정당에서 기본소득 아젠다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 꽤 놀라웠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기본소득은 개인의 경제적 자유로움을 증진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자유주의의 이념에 좀더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실제로 많은 서민의 삶은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일터에 묶여서 자유를 제약받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보수정당이 좀더 현실성 있게 기본소득 아젠다를 다듬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재원의 문제, 지급대상의 선정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바로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인정을 하지만 말이죠.

 

 

꼭 기본소득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항상 좌파정책이라고 포퓰리즘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한국 현실에 맞게 잘 다듬어서 역제안을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치며

 

중요한 것은, 보수정당이 무조건 진보의 반대편에 있어야 전통적 지지기반에 부응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에 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지지층의 요구에 충실한 것도 필요하지만, 10년 뒤에도 안정적으로 집권할 수 있게끔 사회 변화에 맞는 아젠다를 선점하고 부작용 없이 착륙시킬 수 있도록 개발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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