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상사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좋은 상사와 같이 일하는 경우에도, 오랜 시간 같이 일하다 보면 그들의 단점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우리는 상사를 바꿀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에 있어서 전문적인 사람이 되는 것처럼, 까다로운 상사를 다룰 때에도 전문적인 기술을 발휘해야 하고, 그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까다로운 상사를 다루는 전문 기술이 터득되어 있지 않다면, 일 때문에 힘든 것보다도 사람 때문에 힘든 생활을 견뎌야 하겠지요. 상사를 다루는 올바른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다면, 쉽게 감정적으로 격앙되어서 업무 성과와 행복을 함께 잃게 되고, 인정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말 중에 하나는,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이 힘들다는 하소연이지요.
전문적인 직장인이라는 것은, 맡은 일에 있어서 전문적인 기술과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에 머물지 않고,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 있엇어도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까다로운 상사와 어떻게 대화해야 할 것인지, 그의 까칠한 면을 극복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마인드셋에 대해서 잠시 디스커션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까다로운 상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상사도 누군가의 부하라는 사실
상사도 그 위의 까다로운 상사의 부하일 수 있습니다. 그가 상위 리더와의 관계에서 까다로운 요구를 받고 있다면, 자연히 그 까다로운 요구사항이 아래로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요구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사가 처해 있는 지정학적(?) 상황을 이해한다면 까다로운 상대방을 좀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를 불쌍히(?) 여겨 주는 게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위로 올라갈수록 까다로운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거서 같습니다. 성격이 이상하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이 회사에서 높이 올라가려면 저런 성격을 가져야만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팀장급 직원들이 불쌍해질 정도이죠.
개인적으로, 대기업에서는 팀장급 직원 (팀의 정의가 회사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인사평가권을 가진 최하위 직책자를 의미합니다) 들이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일반화하기는 좀 그렇지만, 팀장 이라고 해서 특별한 권한이나 보상이 더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팀장 역할을 아무리 잘 수행한다 하더라도 결국 임원이 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그치니까요. 위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사항들을 끊임없이 하달 시키고, 그렇다고 해서 신세대 사원들이 팀장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시대도 아니죠.
여담이 길었습니다만, 팀장님이 까다로운 업무를 요구하는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팀장의 까다로운 상사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죠. 우리가 팀장의 부하인 것처럼, 팀장도 임원의 부하입니다. 그 사실을 이해한다면, 최소한 인간적으로는 조금 더 너그러워지기 위한 첫 스텝을 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사와 대립하는 것을 피할 것
제가 직장생활 하면서 들었던 명언 중 하나는, "자전거 뒷바퀴는 절대 앞바퀴를 추월할 수 없다" 는 말이었습니다. 상사와 대립하려 하거나, 그를 가르치려 하거나, 또는 그를 이기려 하는 시도는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상사가 지나치게 까다롭게 군다고 생각될 때, 반발심에 기초해서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겠지요. 상사와 커뮤니케이션 하기 전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두고, 그와 대립하거나 싸우지 않도록 잘 절제하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단지 “네가 아랫사람이나 참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좀더 전략적인 대응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이죠.
상사의 의견에 수긍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서 한두 번 정도 물어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 번 이상 반론을 제기한다면, 상사 입장에서는 문제에 대해 토의하는 것이 아니라 지시사항에 대해 반발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패턴을 자주 보였지만, 요즘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일단 접수한 뒤,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 다시 검토하고 자료와 함께 상사와 다시 토의를 요청합니다. “팀장님, 생각해 보았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이런 점이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 라고 공손하게 물어보는 것이, 현장에서 바로 “그러면 이런 문제가 생길 텐데요” 라고 바로 반론 제기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상사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가?
상사가 자기에게 자주 지시하거나 물어보는 것이 무엇인지, 다른 동료들과 대화할 때 (그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다면) 상사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잘 인지해 두는 게 필요합니다. 상사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단어가 있을 것입니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단어가 아니더라도, 그 단어를 통해서 파생될 수 있는 업무 중에서 자기와 관계된 업무가 무엇인지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게 필요합니다. 이른바 예상 질문이죠.
처음엔 적중률이 낮을 것입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적중률이 높을 수가 없습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회사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패턴이 파악되고 나면, 프로젝트를 좀더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어쨌든 상사가 자주 입에 올리는 단어를 가만히 분석해 보고, '아, 이 시점에서 나한테는 무슨 불똥이 튀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볼 수가 있습니다. 상당히 높은 적중률로요.
조만간 무언가를 물어보게 될 텐데, 그 때 대답할 수 있도록 미리 자료를 준비해 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요한 스킬이지요. 몇 번 반복되면, 미리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각인을 줄 수 있고, 실제로 그것이 미리 준비하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상사가 당신을 신뢰하게 되면서, 까다롭게 체크하거나 마이크로매니징을 당하는 빈도수도 줄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배우기보다는 가르치기를 좋아한다.
상사에게 자기 입장을 설득하려 하기 전에, 상사에게 먼저 물어보십시오. 반론을 제기하려는 태도보다는, 배우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가 모셨던 보스 한 분은 굉장히 완고한 분이셨는데, 그분의 패턴을 자세히 보니 자기의 경험에 굉장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계셨어요. 그리고 본인의 경력과 경험에 의존해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는 태도가 굉장히 강했던 분이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고분고분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케미가 별로 좋지 않았지요.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 보니 결국 1차 인사평가권자이고, 하루에 가장 많이 만나야 하는 상대인 만큼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에게 더 유리할 뿐더러, 더 행복한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분에게 가서 “팀장님,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 에 대해서 좀 배울 수 있을까요?” 라고 여쭈어 보았지요. 말씀하시길 좋아하시는 분 답게,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자세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경력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어서, 그분께 배울 점도 꽤 있었고 제가 놓친 부분들도 알 수 있었어요. 그 분과는 아주 좋은 관계가 되었고,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디펜스 할수록 오펜스 당한다
작심하고 두드려 패겠다는 상사의 비난을 디펜스 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겪어본 바로는요) 상사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은, 작심하고 꼬투리를 잡아서 계속 힐난할 수 있습니다. 몇 번 겪어 보면 패턴이 보이게 마련이죠. 계속 “그게 아니라 ~~ “ 또는, “팀장님이 ~~ 하라고 하셨잖습니까?” 하고 반론하다 보면, 나중에는 “그래서,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요. 싫은 소리를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지만,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것은 연습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가능한 것 같습니다. 마음 속으로 “반사!” 하고 외치는 것이, 적극적으로 디펜스 하면서 상사와 대립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조직 속에서 계속 순응하면서 커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요.
특히 여러 사람과 같이 있는 미팅 자리에서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상사는 이미 감정이 상했고,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는 상황에서 반발하거나 방어하려 하면, 여러 사람 앞에서 위신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물론 우리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요. 그렇게 되면 꽤 큰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완곡하고 온건한 어휘 사용 훈련
이건 반론이 있을 수도 있고, 약간의 스킬이 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만, 존중을 표현하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반대를 표현하는 단어를 완곡하게 사용하는 것도 스킬일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상사가 "a" 라고 말했을 때 정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A가 아니고요," 라는 말을 지양하고, "A 라기보다는~ " 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좀더 완곡해 보여서 종종 씁니다. 예를 들어서 "그래서 내일까지 완성이 불가능하다는 거야?" 라는 질문에 대해서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 " 라고 시작하는 대신, "불가능하다기보다는, ~~" 이라고 표현하면 좀더 완곡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견의 여지가 있어요)
그리고 상사의 말을 레퍼런스 해서 다시 이야기하는 것도 대화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대화중에 인용해야 할 어떤 이야기가 팀장이 이미 말한 것이라면,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라고 언급해 주는 거죠. 그러면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팀장님 생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게 되고, 상대는 존중 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아는 한 선배 분은, 자기가 아는 지식을 상사에게 설명할 때, "물론 더 잘 아시겠지만" 이라고 말한 뒤에 설명을 시작합니다. 또는 "제 소견으로는" 하면서 상대를 높이고 자기를 겸손하게 감추는 어휘를 구사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꽤 스킬있게 대화를 매끄럽게 끌어 가는 능력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제안은, 보기에 따라 아부처럼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게까지 살살거리면서 직장생활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까다로운 상대를 잘 설득하고 내 편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못 할 것도 없지 않을까 싶네요.
욕설 / 차별적 공격 등 윤리적인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문제제기 해야 합니다.
모든 경우에 다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성희롱이나 성차별적인 발언, 인종이나 출신 지역 등을 꼬투리 잡은 비난, 욕설 같은 것들은, 굳이 참고 견뎌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면전에서 문제 제기하지 않더라도, 직장내 윤리 신고센터나 외부 기관 등을 통해서 문제제기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더라도, 이런 비윤리적인 일 때문에 회사를 나가신 분들도 계시고, 직책을 박탈당하신 분들의 케이스도 간접적으로 접했습니다. 이런 것은 징계대상 또는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냥 놓아 두었다가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지요. 이런 분들은 손절 각입니다. 면종복배 할 수 밖에 없는 케이스겠네요.
마치며
결국 상사도 고객이라는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근직이라면 외부 고객을 직접 상대할 일은 없겠지만, 어차피 올해 내 평가를 좌우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팀장이나 파트장은 하나의 고객으로 대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대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까다로운 팀장을 잘 컨트롤 하는 것이 사회생활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 하면서 계발해야 할 하나의 전문적인 스킬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좀더 능동적인 측면에서 인간 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동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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