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verview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책을 세 권째 읽었다. 역시, 독서에 관한 책이다. 이 분의 책은 읽다 보면 다소 고리타분하거나, 고지식한 잔소리같이 여겨질 때가 있다. 내용과 말투가 아버지가 자식을, 혹은 선생이 제자에게 훈계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 쓴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면 그 사람의 내공이 어느 정도 깊이인지 전해질 때가 있는데, 사이토 교수의 책은 독서를 테크닉으로 익혀서 "그냥 많이 읽은" 사람의 수준으로 쓴 책이 아니다. 독서를 하면 뭐가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아 형성을 위한 양식이 된다"고 대답한다는 것은, 책의 유익을 그냥 지식 함양, 교양 확장 정도로 체험한 사람과는 격과 급이 다른 것이 아닐까 싶다. 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도 아직 그 단계까지 가 보지 않아서 잘 와 닿지는 않지만,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명확히 안다.
이 책은, 쉬운 책도 좋지만 "정신의 긴장을 동반한 조금 어려운 독서"를 하라고 권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고의 근육이 발달하고 독서력이 함양된다는 것이다. 팔굽혀펴기도 늘 하는 수준만 하면 근육형성에 큰 발전이 없지만, 항상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 +1 개를 더 하는 것이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늘 쉬운 책만 읽고, 늘 자기 입맛에 맞는 책만 읽는 것으로는 의식 확장과 인격 도야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자기 생각과 맞지 않더라도, 혹은 조금 자기 수준을 넘어 어려운 내용이 있더라도 파고들어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독서의 본질적인 유익을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독서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1만 페이지 독서력>에서도 썼지만, 평생 독서를 추구해야 할 사람으로서, 그리고 독서를 권하고 가르치며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 초심으로 돌아가 "왜 독서를 해야 하는가"를 다시 되새기는 것은 중요한 사상무장 작업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부진했던 독서활동에 다시 Booster 를 장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깨달은 점.
단순한 오락 본위의 독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정신의 긴장을 동반하는 독서"를 해야 한다. 이것이 이책의 주제다.
- 사실 이 문장 하나면 이 책을 다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장이다. 정신의 긴장. 사고의 근육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조금은 긴장되는 책을 읽어야 한다. 맨날 쉬운 책, 자기 입맛에 맞는 책만 읽는다고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내 독서 패턴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입시 준비가... 독서가 부정되는 현재의 방식은 잘못되었다.
- 일본 사람이 쓴 책이지만, 우리 나라의 현실에 빗대어 봐도 마찬가지이다. 이 나라의 입시 제도는 독서를 권장하는가, 있던 독서 습관도 말살시키는가. 공부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이, 청소년들에게는 당연한 말이지만, 사실 이 말이야말로 개탄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강력한 사상이 국가의 통치 기반이 되었던 시절, 독서가 곧 공부였고, 공부가 곧 독서였던 시절이 있었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입시 문제집에만 매달려 좋은 대학 가면, 그 머릿속에 사회를 경영할 지적, 아니 사상적 자원이 확보될 수 있을까. 아니, 자기의 인생을 제대로 끌어 나갈 의식이 확보될 수 있을까.
독서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축적된 독서량으로 하는 것이다. ... 특별히 발이 빠를 필요가 없다. 날마다 달리고 조금씩 거리를 늘려 나가면 대부분 장거리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된다.
- 꾸준함이 곧 이기는 비결이라는 뜻이다. 방향을 잡았으니 열심히 하자. 독서량이 축적될수록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발판이 견고하게 마련된다는 뜻이다. 날마다 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더 많이. 조금 더 어려운 책으로.
나는 독서력을 다시 갖추는 길이 한 국가의 추락을 막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 그래서 독서 교육가들이 사명 의식을 가져야 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그냥 책 읽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지적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는 공감대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나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삶의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책을 읽다 보면 "맞아 맞아,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라며 무릎을 탁 치는 경우가 있다.
- 공감. 이런 경우는 책을 읽으면서 격려와 지지를 받는 느낌이다. 그리고 자기의 생각에 좀더 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신의 경험과 저자의 경험, 자신의 뇌와 저자의 뇌가 혼재해 있는 듯한 느낌이 바로 독서의 참 맛이다.
- "뇌가 혼재해 있다"는 표현 참 아름답고 멋지다. 독서야말로, 뇌와 뇌가 만나고 뇌와 뇌가 섞이는 순간 아닐까? 생각고 생각이 만나서 더 큰 생각을 이루는 것. 독서는 결국 생각의 교환이고 생각의 확장인 것이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인간상을 미리 알아 두면 현실에서의 관계가 매끄러워진다.
- 최근 "태백산맥"을 읽었는데, 엄청나게 방대한 양과 엄청나게 많은 등장 인물에 압도당했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허구이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캐릭터를 통해 현실세계에서 있을 법한 다양한 인물에 대한 사전공부가 되는 느낌이었다. 태백산맥도 마찬가지. 염상구, 아 이놈 참.. 심재모는 참 매력 있는 인물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답답한 심정을 가슴에 담아둔다. 이 '담아두는' 기술 자체가 독서로 길러지는 가장 중요한 힘일지도 모른다.
- 조금 더 어려운 글에 도전해 보라는 권고이다.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 자체에 좌절하지 말고 그냥 담아 두는 그 자체도 공부가 된다는 것.. 나도 좀더 어려운 책, 좀더 깊이 있는 책에 도전해 보아야겠다.
책을 읽어주는 일은 유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생도 책을 읽어주면 좋아한다.
- 갑자기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지 않은 것이 부끄럽다. 책을 많이 읽어주는 아빠가 되자.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조금씩 수준을 높여서. 아이의 독서 교육은 아빠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수없이 자신의 판단력을 바탕으로 밑줄을 그은 책은 나중에 다시 읽어볼 때 막강한 효력을 발휘한다. 처음 읽었을 때 들인 시간의 몇 분의 1, 아니 10분의 1만으로도 내용을 훑어볼 수 있다.
- 나는 책을 두 번 내지 세 번 읽는다. 첫 번째는 밑줄을 그으면서, 두 번째는 밑줄 그은 것 위주로, 그리고 이렇게 독서노트를 정리하면서 세 번. 초독 때 밑줄을 잘 그어 두는 것이 핵심이다. 그것은 마치 쇼핑을 하면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 두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그리고 다시 읽을 때는 장바구니에 들어가서 담아 둔 쇼핑리스트를 리뷰해 보는 것이고, 독서노트 정리 때 뺄 것은 빼고 담을 것은 담으면서 결제를 하는 것이다. 밑줄을 잘 그어 두면 재독 삼독은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다.
쉬운 책만 읽어서는 생각의 기어가 바뀌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 생각의 기어. 기발하다. 자전거를 고단으로 놓고 페달을 구르면 힘이 많이 들어가지만 파워풀하게 나가듯이, 다소 버거워도 생각의 기어를 무겁게 두면 발전이 더 빠른 것이 아닐까? 비유가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 Action Item
1. 좀더 어려운 책을 도전해 보아야겠다. 철학, 인문, 정치 등의 문과 책들에도 도전해 보도록 하자. 생각의 기어를 높이기 위해, 그리고 생각의 복선 철로를 여러 개 깔기 위해.
2. 아기에게 책을 꼭 하루 세 권씩은 읽어 주도록 하겠다. 반드시!
'데이빗의 독서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후기 : 부모공부 (0) | 2016.09.12 |
---|---|
독서후기 : 미라클 모닝 (0) | 2016.09.12 |
독서후기 : 탤런트 코드 (0) | 2016.08.27 |
독서후기 :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0) | 2016.08.27 |
독서후기 : 1만 페이지 독서력 (0) | 2016.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