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올 한 해 파트장 역할을 하면서 후배들과 같이 일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고, 그러면서 조금씩 실무보다는 전체 관리 및 기획 업무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편안함도 느끼게 되었고, 저도 모르게 그 현실에 익숙해지면서 안주하려는 생각도 들게 되더군요. 적당히 이 정도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려고 할 때, 커넥팅닷 TV 라는 유튜브 채널의 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아차 싶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환영받는 부장님이 되려면?
직장인들이 꼭 한번씩 봐야할 영상
그 동영상의 제목은 “나이가 많아지면 옮길 회사가 없어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였는데, 제가 평상시에 생각하던 것과 너무 비슷하기도 하고, 모순적이게도 제가 요즘 느끼는 감정과 상반된 것이기도 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아래에 있으니 한번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직개편 시즌 : 고직급자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저희 회사는 연말이 되면 연례 행사로 조직을 개편합니다. 전사 차원에서 조직개편을 하기도 하고, 각 로컬 조직도 분위기 쇄신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라 조직개편을 합니다. 팀장들이 서로서로 일 잘 하는 사람들을 뽑아 가려고 눈치게임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 현업 실무자들을 면담도 하면서 인재를 확보하려고 애를 많이 쓰지요.
그런데 희한한 것은 (어찌 보면 희한할 것도 없지만), 많은 팀장들은 고직급자보다는 사원이나 대리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직책을 달지 않으신 부장급 인력도 많은데, 그 분들의 업무 경력이나 관록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는 분위기가 강하더군요.
이유인즉슨, 고직급자일수록 마음 놓고 업무를 지시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있고, 실제로 필드에서 뛰어서 팀장의 성과를 내 주어야 할 대리/과장급 인력 입장에서도 위에 높은 사람들을 많이 모시고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이래저래 나이가 들면서 섭섭한 대우를 받는 케이스가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고참으로서의 정체성?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고직급자들 스스로도, 본인이 실무 엔지니어라기보다는 관리자라는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가끔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직접 데이터를 찾아 보고 제안 자료를 만들고 필드에서 뛰기보다는, 지시하거나 입으로 조언만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지요.
현장에선 같이 자료 만들고, 같이 실험하고, 회의 참석하면서 치열하게 토론해 줄 손과 발이 많이 필요한데, 자기 정체성을 손발이 아닌 머리와 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딜 가서나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때아닌 자기반성
저도 한 모듈 내에서 파트장 역할을 해 오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내가 실무자 때는”이라는 말을 하는 걸 보면서 스스로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습니다. 내가 나를 실무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가? 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참 부끄러운 일이지요. 팥트장이 실무자지, 그럼 무슨 퍽이나 견장이라도 붙이고 있는 지휘관인 것처럼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좁쌀만큼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얼굴이 너무 화끈거리더라구요.
초년차 엔지니어 시절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부장님들이 같이 자료 만들고 같이 실험하고 같이 허드렛일 기꺼이 나누어 주신다면, 기꺼이 존경하고 얼마든지 함께 일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수석이 되어도 절대 입으로 일하지 말고, 내가 직접 자료 만들고 데이터 핸들링 하고, 프로그램도 짜는, 실무를 떠나지 않는 엔지니어가 되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다짐하곤 했어요.
그랬던 내가 겨우 파트장 됐다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이렇게 사람이 마인드가 노화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했습니다.
마치며
연차가 조금씩 쌓이면서, 윗사람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와 후배들에게 존경받고 인정받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받기 싫어하는 고참이 되지 않으려면, 궂은 일, 허드렛일 기꺼이 나서서 함께 해 줄 수 있는 그런 실무 엔지니어로서, 겸손한 자세를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 보는 요즘이네요.
그러고 보니... 후배라는 말을 쓰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권위의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심스럽네요. 후배나 부하가 아니라, 동료이죠. 나랑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일하는, 나보다 낮지도, 못하지도 않은, 존중받아야 할 동료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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