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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독서노트

국민의힘, 그리고 영국 보수당(feat.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by 데이빗_ 2021.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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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요즘 선거철이어서 그런지, 유튜브에 정치 영상이 많이 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뉴스에서도 양 정치 세력간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 뚜렷이 보이고 있고요. 이미 민주당의 대선후보는 결정된 상태이고, 보수정당인 국민의 힘은 네 명이 본경선에 올라와서 치열하게 토론과 공방을 이어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경선 토론 과정을 흥미 있게 보면서, 보수정당의 각 대선 주자들이 내놓는 정치적 아젠다와 공약, 정책에 대해서 관심있게 관전(?) 하는 중입니다.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를 읽다


오늘 소개할 책은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라는 책입니다. 서울대 정치학과에 계시는 강원택 교수께서 쓰신 책인데, 영국 보수정당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고 있듯, 우리 나라의 정당 정치 문화는 3~4년에 한 번씩 당명도 바꾸고 인적 구성도 바뀐 경우가 많지요.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가 오래 되지 않기도 했지만, 수년에 한번씩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정당정치의 행태와 비교해 봤을 때, 수백 년에 이르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 보수당은 어떻게 그 긴 기간에 걸쳐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가 주요한 연구의 모티베이션이 되었다고 합니다.


 

영국 보수당의 역사, 그리고 한국 보수정당의 지향점


이 책에 소개된 영국 보수당의 역사와 전통을 통해, 한국의 보수정당에도 적용할 만한 아젠다가 있는지, 어떻게 시대적 요청사항에 부응하면서도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1. 보수는 기본적으로 매력이 없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매력"이라는 포인트에서 핸디캡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옛것을 지키자고 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기본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죠. 당장 이재명 지사가 전국민 기본소득 하자고 하는데 재정의 어려움 때문에 안 된다고 반대하는 세력은, 그 주장의 합리성 여부를 떠나서 일단 한 걸음 더 나가는 걸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기가 쉽습니다. 진보주의에 비해 보수주의는, 개혁을 원하는 군중들과 큰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에 대해서 정치적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치적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저항하면서 과거의 질서와 같이 이해관계를 지키려는 보수당의 입장은, 언제나 그 시대에 제기된 사회적 정치적 요구와 팽팽한 긴장 관계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라는 문장이었어요.

2. "생존"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운명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보수는 기본적으로 "생존"해야 하는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반동으로 낙인찍혀 매몰될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사회 질서의 변혁으로 인해 기득권을 모조리 빼앗기고 매몰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수당의 위치는 거의 대부분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상황과 유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가진 자의 정치적 생존 기술이 중시된다는 점에서 보수주의는 하나의 이념이라기보다 체험과 관찰에 의해 형성된 사고방식, 감정의 양태, 생활양식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은 의미가 있다."

3. 현실적인 변화와 실용적인 태도가 중요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이 보수주의 이념의 핸디캡이지만, 한편으로는 보수는 하나의 생존 기술이라는 점에서 어떤 도그마나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자유자재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에 반해 진보주의자들은 흔히 이념과 사상에 묶여서 현실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지요.

실제로 이 책에서는 영국 보수당의 300년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 이념을 맞추어 가고 수용할 것들은 수용하면서 정치적 경쟁력을 유지해 온 보수당의 발걸음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이념을 지키느냐가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에 했던 발언이나 정치적 행위에 묶이거나 갇히지 않고, 보다 폭넓게 시대적 요구를 조망하고 부작용이 없도록 현재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보수 정당의 이념자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수정당은 개혁적인 사람들이 요구하는 시대적 가치에 귀를 기울이고, 진보주의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되, 그들의 요구에서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잘 캐치해서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좌파 주장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어야


장기적으로는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이 실현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무상급식, 군복무 단축 등등, 모두 다 좌파의 아젠다였고 대부분 실현되었죠. 그러나 정치적 아젠다를 정책으로 만들려면 상당한 부작용과 진통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보수정당은, 그들의 정치적 아젠다는 받아들이되 그 아젠다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과 혼란을 입게 될 계층들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잘 설계하는 아젠다를 개발하는 것을 정치적 포지션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 좌파들의 주장은, 터무니없고 황당하더라도 보수주의자들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아이디어 창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어느 정당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극우나 극좌는 배척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보수정당은 (진보정당도 마찬가지지만) 소장파 의원들과 개혁적인 의원층을 두텁게 가져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대적 요구에 맞게 정치적 이념과 철학을 개선하자는 요구를가 묵살 되지 않도록 해야 될 거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젊은 당대표, 그리고 경선 본선 진출한 4인방 중에 중도적인 인물이 두 명이나 포함된 것은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개발 시절의 향수에 젖어서 과거사만을 거론하는 극단적인 우파 들은 가급적 변방으로 자리를 비켜 주시면 좋겠네요. 상대 진영의 의견도 들을 줄 아는, 그리고 젊은 사람들의 의견도 경청할 줄 아는 사람들이 보수정당에 좀더 두텁게 포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지는 글 :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로버트 필의 곡물법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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