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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독서노트331

독서후기 (2017-4) : 단단해지는 연습 ​ 책 제목만 보고서, 마음 비우기 혹은 마음 다스리기 등에 관련된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스님이 썼던 그 책, 이름이 뭐더라, 반응하지 않는 연습이던가. “연습”이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어서 그런 인상이 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은 단순한 마음 다스리기나 인격적 수양에 관한 고찰을 담은 철학 책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성과를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논하는 일종의 성과향상 자기계발서에 더 가깝다. 저자 조너선 페이더는 스포츠 심리 컨설턴트로서 많은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컨설팅 경험을 스포츠 외적인 분야에까지 확장 적용시켜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 훈련이 무엇이며,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러한 훈련을 수행.. 2017. 1. 15.
독서후기 (2017-3) : 태백산맥 ​ 장편 소설이란 건.. 뭐랄까. 진입로가 수풀 속에 가려져 있는 등산로 같다고 해야 할까. 처음 열몇 페이지는 지루하고 잘 이해하기 힘들어도, 일단 길을 잡으면 쭉쭉 읽히는 맛이 있다. 그 정복로를 쉽게 내보여 주지는 않는다. 일단 길을 찾으면 큰 어려움 없이, 시간을 꾸준히 내기만 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게 문학작품 아닌가 싶다. 서른 다섯 살인데, 조정래씨의 ‘태백산맥’ 리뷰를 이제야 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조금 면피를 하기 위해 뱀발을 덧붙이자면, 다 읽은 것은 사실 작년말~올해 초였다. 이 거대한 소설을 어떻게 리뷰하면 좋을까, 내가 이런 서평을 남길 자격이 있는 걸까 뭐 등등 그런 생각으로 글 쓸 자신이 좀 부족한 상태에서 차일피일 미루어 뒀다가, 이제야 서평(이라고 하기에는 딸.. 2017. 1. 14.
독서후기 (2017-2) :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아내가 사 준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처음으로 다 읽은 책이다. 꽤 유명한 소설이었기 때문에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유명해졌을까 싶어서 꺼내 읽어 봤다. 분량이 꽤 되었으므로 끝까지 다 읽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몇 장 읽다가 재미없으면 덮어 버릴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의외로 흡입력이 있고 재미있었다. 내용은 재미난 로맨스 소설이다. 똑똑한 여주인공이 돈 많은 귀족 남자와 결혼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인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꽤 디테일하고 재미있었다. 귀족 계급 남자주인공 다아시의 오만, 그리고 그를 아주 교만하고 못된 남자로 바라봤던 엘리자베스 베넷의 편견, 그래서 작품 이름이 오만과 편견이다. 엘리자베스가 다양한 사람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각종 .. 2017. 1. 14.
독서후기 (2017-1) :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석지영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 종신교수인 석지영 박사의 자서전이다. 평범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쉽지 않았던 학교 생활, 방황, 성취, 그리고 또 다른 길로의 방향 전환 등, 다이나믹한 과정을 거쳐 나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성장 스토리를 담담하게 담고 있다. 우선, 문체가 아주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뛰어난 번역가를 만난 덕분이기도 하지만, 원문 자체가 유려하지 않았다면 이런 번역이 나오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독서의 즐거움을 일찍 깨달아 서점과 도서관이 놀이터이자 해방구였다는 일화가 나오는데, 많은 양의 독서와 작문 경험이 쌓여 고급스러운 문체를 구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참 부럽고, 도전이 되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 2017. 1. 14.
독서후기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 그럴 것이다. 자기계발의 압박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내 경우는, 집필, 독서, 성경 읽기, 일기 쓰기, 업무, 공부 등등,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시간은 없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치밀하게 계획된 시간 하에, 10분 단위로 할 일을 처리하려고 애쓴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는 말한다. “제발 잠 좀 충분히 자라”고. 잠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서, 조금이라도 일을 더 처리해야 할 판국에, 잠을 자라니.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인가? 그런데, 사람의 의지력이라는 게 무한한 자원은 아닌 모양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았는데, 겨울이 되니까 갑자기 의욕이 뚝 떨어졌다.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힘들었다. 일조량이 .. 2016. 12. 25.
독서후기 : 정의란 무엇인가 ​ 철학 서적도 재미있을 수 있구나. 마이클 센델 교수의 유명한 저작이다.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어떤 선택이 정의인지, 왜 그 선택이 정의로운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비슷한 다른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도덕과 철학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드러내고 설명한다. 철학이란 게 무엇인지 맛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 책을 통해 내가 발견한 철학이란, “여러 사례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초반에 제시되는 폭주하는 기관차의 사례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관차가 두 갈래 길에 서 있다. 한 쪽에는 다섯 명의 철도노동자가, 반대 .. 2016. 12. 10.
독서후기 : 국가란 무엇인가 ​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유시민 작가의 책이다. 총평을 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생각과 의식에 자극을 주어 변화를 이끌어 낸 좋은 책이었다. 다양한 정치 철학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그것들이 현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정치철학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진보주의 정치 철학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진단, 그리고 진보주의 정치 세력이 실제로 꿈꾸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다소 딱딱한 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쉽게 풀어낸 책이다. 좋은 국가란 무엇인가? 이 책의 서두는 2009년 초에 있었던, 소위 ‘용산참사’라고 불리는 비극적인 사건을 둘러싼 몇 가.. 2016. 12. 9.
독서후기 : 채털리 부인의 연인 ​ 어른 소설이다. 불륜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단순한 에로 소설은 아니고, 귀부인의 불륜과 육체관계라는 소재를 사용해서 작가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소설이다. 처음에는 지루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대화들, 그리고 산만한 인물들의 등장이 헷갈리게 만들었다. 점점 등장인물이 좁혀지고 주인공이 누구인지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조금 집중이 되었다. 주인공 콘스탄틴 채털리는 클리퍼드 채털리의 아내이다. 클리퍼드는 장교 출신으로, 전장에서 하반신이 마비되어 불구가 된 남자이다. 이 사람은 콘스탄틴 (코니)와 결혼했지만 육체적으로 전혀 그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아마 그 자신도 체념하고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매우 소심하고 괴팍한 성격이다. 자기의 성기능이 상실되었기 때문인지 원래 그의 품성이 그런 건지.. 2016. 11. 17.
독서후기 :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장래 희망을 이야기하던 "미성년"일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장래 희망을 이야기하면 부질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나이가 되었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것이리라. 성인이라면, 어른이라면 자기 주관을 확실히 가져야 하는데. 이리저리 흔들림 없이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갈 만한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기만의 자리를 잡고 살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갖추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나는 준비 없이 어른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어른이 맞을까, 나는 가정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능력이 된 것일까, 그런 정신적 성숙을 이룬 것일까. 준비 없이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돌아다닐 즈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꽤 유명한 책이다. 그런데도 진작 읽어 보지 .. 2016. 11. 17.
로빈슨 크루소 ​ 세계문학전집 읽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테스, 목로주점에 의해 읽은 세 번째 작품이다. 아이들을 위한 모험담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꽤 심오한 철학적 사유가 들어가 있는 장편 소설이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책으로서 번역이 아주 매끄러웠다. 내용도 재미있고 번역도 잘 되어 있어서 흡입력이 있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는, 안정적이고 안락한 중산층의 생활을 권유하는 아버지를 뿌리치고 집을 나와 배를 탄다. 항해 생활을 하면서 꽤 부자가 되어 브라질 농장주로서 정착한 그는, 노예 밀무역을 하는 일에 가담하여 노예선 관리인으로 또 다시 배를 탄다. 풍랑을 만나 좌초된 그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브라질 근처의 어느 무인도에 표류해서 혼자 살아남는다. 처음에는 절망하고 좌절했지만.. 2016. 11. 5.